팀장님을 짝사랑 중인데... 고백하려면 퇴사 각오해야겠죠?
사회생활 쪼렙 30대 초반 남자, 극I성향...입니다.
상대는... 저희 팀장님(30대 중~후반, 여)이시고요.
원래는 (제가 소심해서) 그냥 어렵고 좀 무서운 상사일 뿐이었는데요. 몇 달 전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제가 진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는데요. 이미 시간이 지나버려서 어디다 말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알아채긴 했을텐데 혼나면 어쩌지 나는 왜 이렇게 머저리지 이거 하나 제대로 못해서... 하고 혼자서 온갖 자책을 했었는데요. 이상하게 조용히 넘어가는 겁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안 될텐데? 싶었는데 나중에 다른 분이 말씀해주셔서 알았는데... 팀장님이 본인 선에서 수습하시고, 본인이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셨다더라고요.
진짜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고 했지만 제가 극극극내향인이라... 감사하다 죄송하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그저 속에서 무섭던 분이 천사처럼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부터 속으로 내적 친밀감을 미친듯이 쌓아갔죠.
근데 하필 그때, 팀장님이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분이랑 헤어지셨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사실 그전까지도 제가 그분을 좋아하는지는 몰랐는데) 그 소문을 듣고 나니 뭔가 마음이 뻐렁치더라구요. 좋아하나 내가?
근데 또 하필 그때, 이게 될놈될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회사에서 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는데(혹시 아는 사람 생길까봐 두루뭉술하게 적습니다) 저랑 팀장님이 한 팀이 된 거예요.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처음에는 업무 얘기만 했지만 어쨌든 최근에 헤어지셔서 그런지 홀로 오롯이 서는? 삶이랑 연관지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랬더니 큰일이 난거죠. 진짜 좋아하나 내가? 무섭고 어려웠던 그분이 크고 고맙게 보이다가 이제는...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데도 뭐 몇 년 차이가 뭐가 그렇게 크겠어요. 근데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유연하시고... 약간 감긴 것 같아요 저. 그런 거 있잖아요.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걸 누가 구해주면 그 사람이 잘생겨보이고 예뻐보이고 그런 거...
근데 그분은 사회생활 만렙이고, 저는 아직 꼬꼬마 쪼렙인데... 저같은 애를 남자로 봐주시기나 할까요...? 그게 이제 제일 큰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제 진짜 고민입니다.
1. 고백하면? → 100% 차이고, 다음날 전 직원들한테 조리돌림당하다가 결국 퇴사 (상상만 해도 끔찍함)
2. 고백 안 하면? →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언젠가 팀장님이 다른 멋진 남자랑 결혼한다고 청첩장 주시면, 화장실 가서 혼자 질질 짬
3. 고백했는데 성공하면? → 이게 제일 무섭습니다. 팀장님은 나이도 있으시고, 장기 연애 끝났으니 분명 결혼 생각하실 거잖아요. 그럼 저는... 저는... 얼레벌레... 그분 손에 이끌려서... 내년 이맘때쯤 식장에 들어가게 되는 걸까요...? 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또 팀장님이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전 아직 모아둔 돈도 없는데...
사실 상상 속에서는 벌써 손자 손녀 봤는데요... 이렇게 쓰고 나니까 역시 접는 게 맞겠다 싶긴 하네요ㅠ 이래서 글을 쓰는 건가. 나를 되돌아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요... 왜 다들 여기 글 쓰시는지 이제 알겠네요... 그만해야겠죠? 근데 이러다가 마음이 너무 뻐렁쳐서 급발진할까봐 걱정입니다...ㅎ...
눈에 안 보여야 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프다고 휴직계라도 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근데 그러다가도 또 보고싶네요ㅠ
아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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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 보고 내용 추가합니다
최근에 사내 프로그램 하면서 좀 친해져서 속얘기도 나누고 했는데 그러면서 좀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서 제가 마음이 뻐렁친 것 같습니다ㅠㅠ 뻐렁친 마음 넣어두기 너무 힘든데 이거 어떻게 티 안나게 하죠.... 진짜 이직이 답인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