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욕먹고 있는 뤼튼의 채용공고... 인사담당자가 분석해봤습니다.
평균 연봉 2,600만 원, 3개월 계약직, 그에 반해 과도한 스펙을 요구해서 논란이 됐는데요.
"인구 대부분보다 뛰어난 인지 능력" "상위 1% 역량을 증명한 경험" "올림피아드 수상" "기술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낸 경험”... 인턴 채용이라기엔 과도한 수식어들과
K8S를 포함한 광범위한 기술 스택과, 리서처 마인드셋, 사업 임팩트까지 모두 요구하면서, 권리와 보상은 인턴 그 이하로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뤼튼은 과거에 고연봉, 파격 보상으로 좋은 채용 브랜딩을 구축하기도 했는데 이번 인턴 공고에서 완전히 말아먹은 듯 하여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도 있네요.
인사 관점에서 이 공고의 패착은 채용을 지탱하는 네가지 축, [고용 형태·보상·난이도·브랜드]가 서로 논리적으로 묶여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 고용 형태: 3개월 체험형 인턴 (채용연계형도 아닌...)
- 난이도: 시니어에게 요구할법한 스킬들.
- 보상: 연 2,600만 원 수준
- 브랜드: 지드래곤을 모델 기용하는 등 독보적인, 1등, 프리미엄 이미지 추구
HR 에서 이런 언밸런스한 조합이 드문것은 것은 아닙니다. 내부적으로는 채용의 효율을 극대화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외부 메시지를 너무 솔직하게 작성한 것이 문제인 듯 합니다.
구직자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도 JD 문장 곳곳에서 “열정, 프로액티브, 자율, 임팩트” 같은 단어는 가득한데, 정작 그 열정과 임팩트를 어떻게 존중하고 보상할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AI로 인해 IT 기술의 해자가 점점 낮아지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회사 측의 입장도 일부 이해는 갑니다.
클로드 코드 등 각종 AI를 활용하다보면 k8s나 클라우드 인프라를 깊이는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정도까지 구축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니... “내가 이 스택을 얼마나 깊게 아는가”보다 “툴을 얼마나 잘 활용해서 빠르게 실험하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가”가 더 중요한 역량이 되어가는 흐름도 분명 있죠.
그러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상위 1% 생산성을 가진, AI와 도구를 무기로 혼자서 여러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어 집니다.
더욱이 해고가 쉽지 않은 한국 고용 구조에서는, 이런 고난도 인재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를 짧은 인턴으로 먼저 해보고 싶다는 유혹이 있죠.
문제는 이 욕망을 너무 노골적으로, 너무 일방적인 구조로 드러냈다는 점이죠.
이번 공고를 보며, 같은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덜 욕먹는 설계는 가능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저라면, 상위 1% 인턴을 뽑고 싶다면 최소한 채용 연계 가능성을 명시했을 겁니다.
3개월 체험형 인턴이라는 점을 유지하고 싶다면 올림피아드니, 우수한 지능이니 하는 과한 표현은 걷어냈을 겁니다. 대신 “AI·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배우고 실험하는 사람”, “폭넓은 스택에 대한 호기심과 학습 의지가 강한 사람”처럼 포텐샬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 같네요.
이번 뤼튼 논란은, AI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야망과, 고용 시장의 공정성이 충돌했을 때 어떤 역풍이 불어오는지 보여주는 꽤 흥미로운 사례가 됐네요.
뤼튼이 의도한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만,
인사는 일반적인 마케팅과 다릅니다. 단기적으로 뤼튼이 노이즈마케팅으로 그들이 원하는 지원자를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내부적으로 위안 삼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파격적인 보상으로 최고를 모시는 유니콘'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잃고, '겉멋은 들었지만 대우는 옹졸한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얻었을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