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고문자를 받았습니다.
저는 사람들 사이에 벽을 치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도 불필요한 감정 소모라고 생각했기에 팀원들과 밥도 함께 먹지 않고 철저히 선을 지켰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 친구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어. 아무리 HR이라고 해도 직원 한 명 한 명 다 챙기고, 어차피 퇴근 후엔 우리 다 언니 오빠 친구 동생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죠.
가장 어이없었던 건 A팀 B가 요즘 어떤 업무 때문에 너한테 불편한 마음 가진 것 같으니까, 가서 커피 사주면서 풀라며 제 손에 커피 쿠폰을 쥐어줬던 일입니다. 우리 엄마도 아니고 말이야 ㅋㅋ
그 친구의 오지랖이 불편했기에 거부하고 싶었고, 실제로 많이 거부했지만 정신 차려보니 그 친구의 친화력과 순수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스며들어버렸습니다.
그 친구는 저처럼 겉도는 사람들을 일부러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을 더 챙겼습니다.
우리랑 같은 팀도 아니면서 매일 우리 팀에 껴서 다 같이 밥을 먹어야 한다는 통에 우리 팀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같이 점심을 먹어야 했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꼬박 꼬박 회식했던 3개월을 보냈는데, 그 시간이 제 회사 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만큼 소중했습니다.
그 친구는 혼자여도 괜찮았던 제 삶에 같이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려준 사람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직한다는 소식에 아쉬웠지만, 더 잘 되는 거니까 마음 깊이 축하해 줬습니다. 다른 회사로 가도 계속 연락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이직하고도 종종 만났고, 그 친구 특유의 오지랖으로 저를 그 친구네 회사 사람들 몇몇하고도 친해지게 만들었죠.
저보고도 자기 회사로 오라며, 그래서 물 밑 작업을 하고 있다며 씨익 웃던 그 모습을 다시는 못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부고 문자를 몇 번이나 다시 봤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이름이 맞는 건지. 일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이 도저히 손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반차를 쓰고 장례식장으로 가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그 친구의 이름과 사진이 있는 걸 보고서야 실감이 됐습니다. 엉엉 울었어요. 그 친구의 오빠가 상주로 있는데 누군지 설명도 못하고 그냥 끌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네요. 미친새끼. 전방주시도 못하는 새끼가 운전은 왜 해요. 눈앞에 있으면 욕이라도 뱉아줄텐데, 그 착한 아이를 어떻게 그렇게...
그렇게 그 친구가 떠난지 벌써 몇 달이 지났습니다. 이젠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사실 문득 문득 눈물이 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또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세상을 등지고 살던 저를 사람들 속으로 끌어내 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아직 하지 못했는데.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미루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무조건 잘해줘야겠다 결심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게 해준 그 친구에게는 그러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없겠지만 말이죠.
눈이 오니까 그 친구가 생각나서 글을 써봤습니다. 눈을 그렇게나 좋아하던 친구였는데.
너무 반짝였던 그 친구를 위해, 이 글을 통해 잠깐이라도 기도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것. 절대 미루지 마시고, 표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표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후회하지 않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