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진심으로 위해서 하는 말일까요?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30대 초 직장인입니다.
요즘 너무 회의감이 느껴지는데 조언구할 곳이 없어 글 남깁니다.
8년간의 일을 나열하다보니 글이 깁니다.
시간 괜찮으시다면 읽어보시고 첨언 부탁드립니다.
전 대학 졸업 전에 취직한 첫 회사에서 20대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운좋게도 팀원분들 모두 제게 업무 처리 방법을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셨습니다.
특히, 사수분은 업무 외적으로 같이 스터디도 해주시고 도움이 될만한건 뭐든지 제게 알려주시며 성장을 독려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전 언젠가 도움드릴 기회가 온다면 그게 무슨 일이 되었든 꼭 보답해드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연차가 쌓이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직급과 나이의 동료와 일하면서 서로 자극하며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회사에 대한 불만도 커졌습니다. 팀에 대한 감사함과는 별개로 매출은 계속 적자였고, 저도 주관이 생기면서 경영진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쌓였습니다.
결정적인건, 직원분들과 개인 사담을 나눠보면 모두들 하나같이 '노력해도 알아봐주지 않는데 뭐하러 열심히 하냐, 월급만 나오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이 조직에 있으면 위험하겠다고 느꼈고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첫 회사에서 벗어나서 약 1년 동안 두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두번째 이직은 대학 동기의 제안으로 이루어졌고, 저는 팀장으로 일하는 동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목격한 것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이 동기와 같이 일하는 모든 순간이 좋았고, 업무 처리 능력과 실적도 인정받았지만, 해외출장이 너무 잦아 정신이 피폐해져서 아쉽지만 퇴사했습니다.
그렇게 퇴사하고 나니 문득, 치열하게 살지않고 흘려보낸 지나간 20대 시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첫 회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첫 회사 사수님께 연락을 드렸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았습니다.
사수분은 본인이 팀장이 되었다며, 제게 진지하게 재입사할 생각이 있다면 추진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이 시점, 이 타이밍에 그간의 감사함을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또, 이 사수분과 일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 시점에 와서 제 생각이 모두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사수이자 팀장님은 제 기억 속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있었습니다.
그냥 대충 마무리하고 퇴근해라, 내일로 미루라고 하십니다. 농담으로 치부하기에는 매일매일 문장 그대로를 제게 말씀하십니다. 과거와 달리 팀장님의 작업물을 넘겨받아 업무를 하다보면 기본적인 검증이 안된 항목이 너무 많고, 보고서의 오탈자도 굉장히 많습니다. 또, 구조 개선이 필요해서 말씀드리면 첫 회사를 퇴사하게 만든, 제게는 송곳과도 같은 '뭐하러 열심히 하냐'는 그 말을 하십니다.
감사함을 보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했고, 그 하나만 생각하며 이전보다 낮은 연봉에도 수락을 한건데 너무 큰 허무함이 느껴집니다.
입사 전에 기업 문화, 팀원 성격과 실력, 재정 상태 등 모두 적나라하게 팀장님께 직접 물어봤고 답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들은 모든 내용은 입사 후에 지켜본 결과와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다 터놓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팀장님은 제게 다른 회사로 이직 전, 임시 거처 개념으로 입사 제의 한거다, 이전 회사에서 힘들었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하시네요.
그러면서 열심히 하면서 오래 다녀주면 좋겠지만 좋은 곳으로 간다고 하면 당신께서 저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냐고 하십니다.
무언가의 앙금이 있다고 보기에는, 그 이후에 옛 팀장님과의 같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하시고는 저를 가리키며 평생 갈 친구라고 하셨습니다.
도대체 팀장님이 이러시는 이유가 뭘까요? 정말 저를 생각해서, 너무 열심히 일하지말고 이직의 발판으로 머물다 가는 임시 거처로 제안하신걸까요? 너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