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퐁 아기상어' 이승규 부사장이 리멤버 커뮤니티 회원님들과 나눈 이야기들
2주 전, 리멤버 커뮤니티 회원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마트스터디 이승규 부사장과의 온라인 만남', 약 50여 분이 참여해 수준 높은 질답을 나눴습니다. 그날 오갔던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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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창업을 할 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A. 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들진 않았어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보여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구체적인 건 하나도 없는 채로요. ‘스마트폰이 열어낼 시장에서 사업을 펼쳐보자’는 생각을 하고 주변을 둘러봤더니 같이할 만한 사람들이 보이는 거예요.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뭐든 해볼만 하겠다 싶어 스마트스터디를 시작한 거죠.
처음에는 콘텐츠를 하겠다는 계획도 없었어요. 스마트폰으로 학습(Learning)을 도와주는 러닝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앱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안 좋았어요.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막상 시작은 했는데 생각했던 아이템을 너무 빨리 접게 됐잖아요.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니 막막했죠.
그 순간을 잘 버틸 수 있는 동료가 있었다는 게 지금의 스마트스터디를 있게 한 가장 큰 요인이었어요. 모두가 ‘실패했지만 굴하지 말자. 다음 시도를 해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거죠. ‘빠르게 실패하고, 더 나은 실패를 하자’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져온 사업 모토입니다.
Q. 핑크퐁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많은데, IP 활용 비즈니스는 어떻게 잘할 수 있나요?
A.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거나 핑크퐁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낼 때, 기존 콘텐츠가 주지 못한 재미와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다채로움을 주며 확장성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일관성을 잃지 않는 거예요. 일관성은 브랜드가 지속되기 위한 필요조건이거든요. 어떤 콜라보에서 최대의 효과를 보겠다고 일관성을 해치면 나중에 더 큰 비용으로 나타나죠. 특히 콘텐츠 사업에서는 계속 가져가야 할 것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널과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 제작/배급 과정에 변화를 주지만, 결국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되게끔 만드는 것. 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주는 변주 전략과 일관된 브랜딩 집착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Q. 지금은 영유아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공을 하고 있는데, 확장 계획도 있으신가요?
A. 현재 저희 주 타겟은 영유아지만, 더 많은 연령대, 나아가 온 가족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당연히 있죠. 다양한 시장에 대한 공략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스마트스터디만의 콘텐츠 ‘유니버스’를 확장해나가는 것인데, 그 방법은 다양할 것 같아요. 다양한 연령대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따로 자체 제작할 수도 있지만,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것처럼 M&A 같은 방식으로도 사업구조와 고객 범위를 넓힐 수 있거든요. 스마트스터디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죠.
더불어 아기상어를 보고 자란 세대가 2, 30대가 되는 시기가 스마트스터디에게 가장 중요한 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요. 그들이 다음 세대와 기억과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시기이니까요.
Q.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땐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A. 첫째로 게이트웨이를 잘 이해해야해요. 요즘 한국에서 물건을 팔 때 쿠팡을 찾고, 쿠팡이 우리 물건을 잘 실어주고 노출시켜줄지를 판단하는 것처럼, 그 나라의 메인 플랫폼은 무엇이고 그곳에 우리 서비스/제품이 잘 맞을지 고민하는 게 먼저예요.
또 해외 시장 담당자는 꼭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권자와 방향과 의견이 잘 맞춰져 있어야 해요.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다보면 아무래도 방향성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거든요. 본사와 방향이 어긋나면 해외 진출도 잘 될 수가 없죠. 잘 통하는 사람을 해외에 내보내고, 그가 가능한 많은 결정을 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철저한 준비가 운과 타이밍을 만나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요. 핑크퐁 아기상어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기 전에 히트 친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네시아인데요.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아침 방송에서 한 패널이 나와 아기상어 춤을 췄고, 그게 엄청난 바이럴을 일으켜 온 나라로 퍼졌죠. 스마트스터디에서는 바이럴을 극대화시킬 준비가 이미 돼있었고요.
Q. 5~10년 뒤에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A. ‘미래는 우리 주변에 있다'는 말이 있죠. 당장은 사업과 상관없어 보이는 변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사는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 변화의 파장을 일찍 체감하는 게 중요하죠. 예를 들어 5~10년 뒤에 자율주행 차가 상용화된다고 가정할 때, 그 변화만 단편적으로 볼 게 아니라 운전자가 운전대를 더 이상 잡지 않아도 되면 차에 있는 이동 시간 동안 뭘 할지를 생각해야겠죠. 그 공백을 저희 같은 콘텐츠가 충분히 채울 수 있고요. 같은 맥락에서 메타버스나 VR 같은 분야가 가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Q. 콘텐츠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A. 하나의 콘텐츠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재미, 의미 외에도 스토리와 성격이 필요해요. 아기상어의 노래는 많이 알려져 있죠. 하지만 아기상어의 이름이 뭔지 친구가 누군지 엄마상어, 아빠상어와의 관계가 어떤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이런 세계관을 구축해서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이 필요해요. 세계 최대 규모의 키즈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니켈로디언과 함께 장편 애니메이션 '베이비샤크 빅쇼'를 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베이비샤크 빅쇼'는 핑크퐁 아기상어 캐릭터 IP에 '롱폼' 에피소드를 입혀 세계관을 구축한 새로운 시도입니다. 올해 북미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순차 방영할 예정이에요.
Q. ‘핑크퐁 아기상어’의 성공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해서'라고 생각해요. 월트 디즈니가 없었으면 대다수가 꺼리는 동물인 쥐가 캐릭터화 될 수 있었을까요? 상어도 미국에서는 영화 <죠스>의 이미지가 강했죠. 스마트스터디가 아니었다면 아기상어같은 캐릭터는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레거시에 저항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냈을 때의 임팩트는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신사업을 할 때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요. 때에 따라서는 한 번도 그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일에는 경력자가 필요하고 저런 일에는 신입이 필요하다는 통념이 있지만, 통념이 늘 답은 아니더라고요.
Q. 스마트스터디의 조직 문화가 궁금합니다.
A. 스마트스터디의 조직 문화는 ‘자율성’으로 정의할 수 있어요. 규칙이나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원에게 자율과 책임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 또는 회사처럼 일하는 장소나 시간 또한 구성원 개개인이 최선의 결과물을 내도록 선택에 맡기고 있어요. 사업 분야에 따라 적합한 조직 문화가 다르겠지만, 스마트스터디는 창의성이 중요한 콘텐츠 기업이기 때문에 최대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구성원도, 기업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참고: 마음대로 일했더니 세계 최고의 캐릭터가 나왔다 - https://now.rememberapp.co.kr/2020/04/05/7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