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는 어떻게 해야 하나..
40대후반 아재입니다.
올해 마지막으로 지원한 공고에 서류탈락 안내 메일이 왔습니다. 이제 더 기다리고 할 것도 없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정말 쓸 수 있는 공고가 줄어들었고 헤헌들의 연락도 줄어든것 같습니다. ‘쓸만한 곳’이 아니다, ‘쓸 수 있는 곳’이 없어요. 1차로 나이가 걸리고 2차로 지역이 걸리고 3차로 필수요구조건이 애매하게 빗겨나갑니다.
집사람은 작년부터 2년 노력했는데 안되니 이제 포기하자. 여기보다 더 주는 곳도 많지만, 덜 주는 곳은 더 많다. 이제는 여기서 정년을 노리고 버텨야 하지 않곘느냐고 합니다.
이 회사 들어와서 20년.. 주력부서나 힘있는 부서는 아니지만 꾸준히 경력을 쌓았고, 정치적인 이유로 부서와 담당을 없앴다가 ‘별거 아닌줄 알았는데 없으면 안되네?’ 하면서 기획부서장을 하던 제가 총괄 담당자로 끌려 왔습니다. 공장에서 이 업무만큼은 제가 제일 전문가이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안생긴다면 7-8년은 더 버틸 것 같습니다. 이 업무를 못본척 하는 높은 분에게 이 업무를 할 수 있는 후배를 키워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 하지만, 다른 곳이 더 급하다며 충원은 몇년째 못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치적으로 대격변이 벌어지지 않는한 최소한 50대 중반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고, 운이 좋다면 정년 채우고 1~2년 촉탁 계약으로 더 다닐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고인물로 30년을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고개를 젓게 됩니다. 회사가 어려울때도 동료애와 로열티로 버텼는데, 특정 ’높은분‘이 승승장구하면서 조직과 인원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막대하는 모습을 보니 회사에 정이 떨어졌달까요.
회사가 요구하는걸 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높은분‘은 ’야, 넌 맨날 돈만 쓸려고 하냐‘ 라고 막고,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쫒아가기 위해 전시회나 세미나 간다고 하면 ’너 없을때 무슨 일 나면 어떻게 할려고?‘ 라고 하고, 최신 기술에 대해 교육이라도 받으려고 하면 ’너가 뭘 배우냐.. 네 수준이면 가르쳐야지‘ 합니다.
날고 기면서 주력부서 에이스로 잘 나가던 선배 부장님들도 결국 임원 못달고 나이 찼다고 팀장 내려놓고 한직 발령 받는걸 보면, 나도 결국 저렇게 될텐데 존버하는게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가족이 아니면 지역이든 리스크 있는 임원 제안이든 도전해보고 싶은데.. 18개월을 트라이 했는데 이직이 안될줄은 몰랐네요. ㅎㅎ 몇년 더 일찍 결심했어야 했는데…
미끄러운 길 낙상, 교통사고 조심하시고 모두 내년에는 건승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