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다는 팀원
어제 외근 중에 메시지가 하나 왔다. "오늘 시간 되면 얘기 좀 하자"는 짧은 말.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돌아와서 얘기를 들어보니 퇴사를 하겠단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보다는, 그냥 바로 물었다. “경영진이랑은 얘기했어?” 그랬더니,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감정 섞지 않고 담담하게, "그럼 사직서 쓰고 인수인계 계획서 만들어서 줘"라고 말했다. 알겠다고는 했지만, 어제 하루가 다 지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직서도, 인수인계서도 없었다.
오늘 오전, 다시 사직서와 인수인계서 작성을 요청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자신의 계획이 있다"는 말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무슨 계획인가 싶어서 다시 경영진에 확인해봤지만, 그런 얘기 들은 바 없다고 한다.
그러더니 한 시간쯤 지나 다시 얘기하자고 부르더라. 하는 말이, "다음 주까지만 나오고 싶다. 인수인계 받을 사람도 없는데 무슨 인수인계냐"고. 순간 벙찼다. 그래서 나는 “30일까지 근무하고, 남은 연차는 정산해서 쓰고, 인수인계는 나한테 하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 상황을 곱씹다 보니, 내심 씁쓸함과 화가 동시에 밀려온다. 결국 팀에서 없어도 되는 사람을 데리고 있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일이 없을 땐 얌전히 잘 붙어 있다가, 막상 책임감 있는 업무를 맡기자 투덜거리며 버티더니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3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줬고, 그걸 통해 성장하길 기대했지만 본인은 그게 부담이었나 보다. 그동안 쌓아온 불만을 아무런 소통 없이 이렇게 터뜨리는 걸 보면, 솔직히 실망감이 크다.
업무에 대한 피드백도 없었고, 개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배우려는 자세도 부족했고, 주어진 일조차 투덜대며 처리하더니 결국 이렇게 책임 회피하는 식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괜히 기회를 줬다는 생각이 든다. 정이 뚝 떨어진다.
솔직히 말해서, 그 직원이 어디 가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1도 없다. 어설프게 일하다가 결국 ‘자기 계획’이라는 막연한 말로 현실을 회피하는 걸 보면, 언젠가 진짜 현실 앞에서 고꾸라지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지금 쌓이고 있는 건 커리어가 아니라 '물경력'일 뿐이다.
괜히 애써주고 챙겨준 게 아깝다. 경영진에서도 이런 직원이라면 미리 말해서 정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앞으로는 괜히 아까운 마음으로 사람 붙잡지 말고, 더 빠르게 정리하고 팀의 에너지를 아낄 필요가 있다는 걸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짜증나고 또 짜증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