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갑질? 공공기관에 대한 주무부처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요?
안녕하세요, 현재 기타공공기괸에 재직중입니다.
보통 공공기관은 주무부처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자 웬만한 요구는 다 들어주는데요..
요즘 주무부처의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정도면 공공기관 관리감독의 권한을 넘어선 갑질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희 부서의 역할은 정책쪽 분야이고, 국제협력 업무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연초부터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업무협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처음엔 별 말이 없다가 주무부처에서 본인들도 협약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으나 국제기구쪽에서 실체가 없는 협약을 위한 협약을 원치 않으므로 정말 실무에 투입될 당사자들과만 협약을 맺고 싶다고 하여 주무부처에는 사정을 잘 설명했습니다. 그때부터인걸로 기억하는데 이런저런 갖은 이유로 저희 협약 문구 하나하나까지 다 검토하고 수정을 요구하고.. 그것까지는 괜찮았는데 협약체결 준비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갑자기 협약 맺지 말라고 하더군요.
국제기구쪽에서는 황당해했으나 부처의 지시(?) 이므로 협약을 맺지 못한다는 뜻을 전했는데.. (그나마도 부처에서는 자기들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저희만 우스운 꼴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와 협약 체결을 위해 그간 논의해온 것도 있고, 협약을 맺지 않더라도 계속 협력은 하고 싶으니 예정대로 정해진 날짜에 (그쪽에서 방한하기로 함) 만나서 얘기를 하자고 하여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 조차도 주무부처에서 회의계획안을 일일이 검토하고 문구 수정, 내용 수정까지 지시해가며 회의 며칠전인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계획안과 협력방안 논의 내용에 대한 수정을 가하고 컨펌을 주지 않는 바람에 국제기구 쪽에는 아직 회의 계획안도 넘겨주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부처의 손질(?)로 인해 만나봐야 시간낭비일 것만 같은 내용만 남아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부부처 담당 사무관이 계속 했던 얘기가.. 직접 한말은 아니지만 뉘앙스상 너무나 명백한 의미(?)는 괄호안에 넣었습니다.
(일개 산하기관이) 주무부처의 검토가 끝나지 않은 사안을 국제기구와 논의하는게 말이 되냐? => 앞으로 국제기구와 우리가 무슨무슨 협력을 해볼 수 있겠다...는 계획을 세운것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주무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기본전제도 다 명시되어있습니다.
국제기구는 왜 주무부처인 우리를 통하지 않고 (일개 산하기관인) 너희와 직접 소통하느냐?
우리가 계속 검토중이라고 했는데 왜 두 기관이 굳이굳이 만나느냐? 아직 검토중이라고 하지 않았냐? => 검토만 4달째이고 저희와 국제기구 간 만나는 날짜는 이미 4달 전부터 확정되어 부처도 알고 있는 날짜입니다. 그런데도 만나기 일주일 전인데도 계속 우리가 아직 검토중인데 너희는 왜 계속 진행중이냐고 합니다. 협약체결도 아니고 그냥 회의를 하겠다는건데 말이죠. 차라리 회의조차 하지 말라는 얘기를 명확히 하면 좋을텐데 그런 말은 안하고 계속 갖은 이유를 들며 수정사항만 지시합니다.
심지어.. 중간중간 국제기구와 저희끼리 하는
온라인 회의에까지도 '참관'하겠다고 하더군요. 참관 안한날은 회의중에 나눈 얘기와 회의 자료까지도 다 요구하고요.
담당 사무관과 업무를 하다보면
일개 산하기관은 아무런 자율성도 없이
주무부처가 하라는 일만 하고
작은 일 하나조차도 주무부처의 허락을 받아 진행해야 한다는 일로 들리더라고요...
좀 맥락을 벗어난 얘기긴 하지만 해당 부처의 다른 사무관은 시도때도 없이 자기 생각나는대로 일시키면서 (갑자기 오후에 무슨 조사자료 작성을 요청하며 다음날 아침까지 작성해달고..) 어렵다고 하면 "당신이 더 바쁜지 내가 더 바쁜지 내기할까??"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 보면 그렇게 억울하면 공무원 하지? 싶을테지만.. 저는 살면서 한번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관심가져본 적도 없고, 제 전공 살려 좀 더 공적 부문에서 일해보고자 공공기관에 온건데(그래도 나름 박사급 인력입니다..) 이런 식의 주무부처의 태도를 보면 어이가 없고 무기력해집니다.
당연한걸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걸까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나요? 공무원분들도 대답 부탁드려요.. 공공기관에 대한 주무부처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요?
솔직히 너무 분해서 잠이 안와 밤중에 넋두리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