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으로 일을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직장인의 평가는 실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1. 시계 태엽을 2007년으로 되감아 보면, 그 해 경쟁입찰이 많아 프리젠테이션를 예년보다 더 많이 하던 시기였다. 다행히 ‘물이 올라있던’ 나는 70%의 승률로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긁어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게임업종의 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 된 후 제안서의 세부협의를 위해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문서의 단어, 도표, 표현 등 내용을 체크하고 있었고 입찰을 돕던 후배에게 10부 복사를 부탁했었다. 출발 시간이 다가와 출력물을 챙겨보니, 머리에서 '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후배가 가져온 복사물은 깔끔하지 못했다. 아니 '그지' 같았다. (지금이야 태블릿PC나 영상미팅이라 페이퍼 출력물의 사용이 줄었지만 당시에는 흔했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하나씩 다시 살펴보니 도저히 가져갈 수 없었다. 복사본은 미세하지만 삐딱하게 복사되었고 어떤 복사본은 잉크의 지저분한 흔적이 함께 있었다. 마지막으로 좌측 상단의 스테이플러 위치는모두 제각각 이었다. 그 후배는 "뭐 그런 부분이 문제냐"며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라고 썩은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나는 급히 재출력 후 후배를 제외하고 회의를 떠났다. 시간이 흘러, 어느 보고 발표회였다. 당시 사원이었던 그 후배사원이 대리로 승진 후 주관하는 첫 회의였다. 후배는 보고서를 나눠주고 있었다. 보고서를 펼친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각 장이 삐뚤하게 복사된 것은 물론이고 양면 복사를 해야 할 부분은 아예 빠져 있었다. 본인이 주관하고 본인이 작성한 문서임에도 출력물을 사소하게 넘긴 것이다. 본인의 원본을 한번만 훑어보고 복사하거나, 출력을 지시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실수였다. 회의는 첫 장이 끝나기도 전에 멈춰졌다. 사소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자세의 문제다. 복사 "한 장"을 하더라도 그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지금도 그 후배와 연락하며 지내지만 절대 "일"을 함께 하지는 않는다. (당시에는 상사의 업무상 배정에도 거부했을 정도다.) 2. "태양"이라고 불리는 후배 복사 "한 장"에 감동받은 적 있나? 흔치 않는 경험일 것이다. 너무 사소한 일이기에. 경쟁입찰을 통한 제안서 작업은 매년 반복되지만, 매번 힘들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며 마지막 제출 직전까지 수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또 제안이 시기상 몰리기도 한다.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피로한 시기다. 감동적인 일은 그런 때에 일어난다. 제출 당일,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데 수정할 부분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였다. *** 아직 친하지 않았던 한 후배에게 수정할 몇 장을 제외하고 출력 및 "복사"를 요청하게 되었다. 잠시 후 원본과 복사본이 내 책상 위에 놓였다. 나는 놀랐다. 출력된 페이퍼들은 예술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반듯했고 좌측 상단의 집게마저 정교했다. 백미는 제안서의 첫 장과 핵심이 담긴 요약 페이지가 조금 '도톰한 용지'로 되어있는 점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보통, 특별히 부탁을 하지 않으면 출력버튼이나 복사 버튼을 누르고 끝낸다. 일정부분 복사 후, 용지를 갈아 재질이 다른 A4를 넣고 다시 복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가 보통을 넘어선 특별한 후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가 바로 "태양"이라고 불리는 후배였다. 단순히 잘생기고 꼼꼼히 일을 잘해서가 아니다. 복사를 한 장 하더라도,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다른 것이다. 그 사람이 지닌 자세와 철학. 그리고 애정이 다른 것이다. 3. 직장인의 평가 기준은 모호할 때가 많다. 실적 부분이라면 명확하지만 개개인에게 수치화된 실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평판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사람의 단순한 말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이런 것들을 좌우한다. 2007년 10부 복사했던 후배와 "태양"인 후배가 어쩌다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주변의 반응은 매우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는 "(저 시끼)또 저런다. 역시 최악"일 것이고 누구에게는 "그도 사람이네. 인간미 있어"가 된다. 한 사람은 업무를 같이 하기 기피할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일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가까이 하고 싶을 것이다. 복사 "한 장"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당신은 조직에서 매우 뛰어난 히어로 일 것이다. 태양이라 불리운 후배는 지금도 계속 생각난다.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로서 말이다.
회사생활🎁
"태양"이라고 불리는 회사후배
22년 11월 14일 | 조회수 9,407
즐
즐겁게성공한다
댓글 5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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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데빌
22년 11월 15일
본인부터 상사에게 태양이였나 자문하심이...
본인부터 상사에게 태양이였나 자문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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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즐
즐겁게성공한다
작성자
22년 11월 15일
오~~
생각지 못한 점이네요~^^
살짝 쿵 풀린 군번처럼
사회 초년부터 책임을 많이 지닌
역할을 한터라 미처 그 생각을 못했네요
(선배나 상사가 많지 않아서리)
오~~
생각지 못한 점이네요~^^
살짝 쿵 풀린 군번처럼
사회 초년부터 책임을 많이 지닌
역할을 한터라 미처 그 생각을 못했네요
(선배나 상사가 많지 않아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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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
즐겁게성공한다
작성자
22년 11월 15일
일단 가까운 가족과 동료에게
태양까지는 아니어도~ 전등까지는 가봐야겠네요 ㅎㅎ
일단 가까운 가족과 동료에게
태양까지는 아니어도~ 전등까지는 가봐야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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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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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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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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