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조용히 사직합니다

09.21 14:50 | 조회수 6,460
김유리
인플루언서
은 따봉
서울대학교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다. 올해만 해도 아는 지인 5명이 퇴사를 감행했다. 퇴사가 이혼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가 되었다. 미국 근로자의 절반이 조용한 사직에 동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갤럽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직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태도다. 미국 20대 엔지니어인 자이들 플린이 틱톡에 소개한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조어다. 근로자의 일에 대한 열정, 직장에서의 참여도 지수가 지난해 이후 하락세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자기 일에 대해 즐겁게 생각하지 않고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 있기 때문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1만 5천901명을 대상으로 한 6월 조사에서 3분의 1이 일에 대해 열정을 느끼고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고, 20프로 미만은 적극적으로 일과 멀리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여름과 비교해 적극적인 참여도가 40퍼센트였던 때와는 달리 특히 35세 미만의 참여도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자이들 플린은 "직장에서 업무적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주어진 일 외에는 절대 하지 않는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직장에서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조용한 사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열심히 해도 바뀌는 게 없다 한국인은 특히나 열심히 일을 한다. 폭우나 태풍이 몰아쳤을 때도 기어이 출근하는 탓에 K-직장인이라는 신조어가 세계적으로 퍼질 정도다. 이렇게 뼈를 갈아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몇 년이 지나고 몇십 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게 없다. 그저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우리 가족이 살 집 한 채 조차 사기가 힘들고, 월급보다 가파르게 올르는 물가 탓에 나가는 돈이 더 많다. 승진도 마찬가지다. 정체가 되어있다는 이유로 몇 년째 제자리다. 회사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내 미래는 더더욱 안 보인다. 두 번째, 불공정하다 업무 범위 이상으로 일을 하거나 초과근무, 회식에 대한 기꺼이 참여를 하는 이유는 더 많은 급여, 더 많은 혜택이나 승진을 받을 것이라고 착각해 열심히 참여하는 직장인이 많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한 이유로 입사 동기라고 해도 누구는 승진에서 누락될 수 있고, 월급이 갑자기 삭감될 수 있고, 당황스럽게 퇴사를 권고받을 수도 있다. 그놈의 '회사 사정'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이런 불공정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는 사회가 왔다. 세 번째, 더 이상 희망고문에 놀아나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직원 몇 명이 퇴사를 했다. 남은 건 그들의 퇴사 이후 일에 대한 재분배. 이미 업무적으로 포화상태인 직원들이 반발하기라도 하면 '고통분담'이라는 이유로 일을 또 나눈다. 남는 사람만 손해인 것이다. 개인생활보다 업무를 중시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인 '허슬 컬처(hustle culture)'는 MZ세대에게 낯선 단어다. 오래 일하고 결과물을 내도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희망고문을 할수록 신뢰는 추락한다. 네 번째, 저 사람도 따지는데 왜 나라고 못해? MZ세대가 들어와 가장 먼저 워라밸을 언급한다. 워라밸을 지키려 이 회사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일이 많으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업무분장에 있지 않은 일은 누가 하냐며 따지고 든다. 따지느라 본인 업무도 미룬 채 말이다. 이러다 보니 묵묵히 일하던 다른 직원들은 그야말로 호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열심히 하는 사람만 손해인 것이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직원들을 보니 허무해지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도 사라진다. 다섯 번째, 회사 밖 삶이 더 재밌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챙기는 시대다. 회사 밖에도 할 게 많다. 테니스, 볼링, 골프, 승마 등 다양한 신체 활동과 더불어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회사 밖의 세상의 참다움을 느낀다. 회사가 전부일 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업무 외 사소한 다른 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며 스트레스만 받기 때문이다. 회사에 얽매이기엔 세상은 너무나도 할 게 많고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 자이들 플린 여섯째, 회사는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퇴직과 퇴사가 빨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이 줄어들거나 회사 사정이 안 좋으면 쫓겨날 수 있는 게 바로 다음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더 커진다. 공부하는 직장인을 직장인과 학생의 합성어인 '샐러던트(Saladent)'로 부르기도 한다. 불안한 고용환경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직 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투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 회사에 대한 기대는 날아가버린 지 오래다. 양치기 소년은 오늘도 거짓말을 되풀이한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불러일으킨다. 동네 어른들은 소년의 장난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양치기 소년은 이런 거짓말에 재미를 붙여 몇 번이고 반복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그러나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를 들은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이 양치기 소년은 회사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지금은 힘든 시기지 않냐며 함께 노력하자고 사장인 내가 노력하는 거만큼 다 같이 노력하면 사정이 좋아질 거고, 나중에 성과급으로 확실히 챙겨주겠다고 몇 번이나 희망을 전해준다. 이렇게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직원은 믿을 수 없게 된다. 차라리 "회사 믿지 말고 네 살길 알아서 찾아라. 그 대신 워라밸은 보장해 줄게."라고 하면 더 신뢰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이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쓰기 전에 생을 마감할 수 있고, 개같이 충성하다가 파양 당할지도 모른다. 갈아가며 충성했지만 내 몸 하나 건사할 집 한 채 못 구하고, 가파르게 오르는 밥값 충당조차 힘든 시대다. 짧은 인생 그보다도 더 짧은 회사생활에 내 인생을 걸기엔 인생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삶은 한 번뿐이기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조용히 사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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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몽
09.22
BESTMZ세대만 워라밸 따지지 않습니다. 이제 X,Y세대도 더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않거든요. 돈도 안 되고, 직원들은 본인 일만 하니, 대표가 사업구상은 거녕 오히려 잔잔바리 일들 신경쓰기 바쁩니다. 나 행복하고 편하자고 투자해서 사업 시작했는데, 오히려 독이 되는거 같아 2~30명 내보내고 15년 운영하던 회사 정리하니 오히려 맘 편합니다. 더 까먹을 일도 없구요.. 근데, 사실 이렇게 사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만두면 그 많은 일자리는 누가 채우나 싶긴 합니다. ㅜㅜ ...나쁜 회사, 나쁜 오너(상사)를 옹호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회사 욕하는 사람은 많아도 요새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경영환경이 좀 좋아져서 일자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라 지원금 따위보다, 일하려고 하는 직장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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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만 워라밸 따지지 않습니다. 이제 X,Y세대도 더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않거든요. 돈도 안 되고, 직원들은 본인 일만 하니, 대표가 사업구상은 거녕 오히려 잔잔바리 일들 신경쓰기 바쁩니다. 나 행복하고 편하자고 투자해서 사업 시작했는데, 오히려 독이 되는거 같아 2~30명 내보내고 15년 운영하던 회사 정리하니 오히려 맘 편합니다. 더 까먹을 일도 없구요.. 근데, 사실 이렇게 사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만두면 그 많은 일자리는 누가 채우나 싶긴 합니다. ㅜㅜ ...나쁜 회사, 나쁜 오너(상사)를 옹호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회사 욕하는 사람은 많아도 요새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경영환경이 좀 좋아져서 일자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라 지원금 따위보다, 일하려고 하는 직장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skdngudh
6일 전
BEST기업에 대해 인식이 너무 안좋다고 봅니다 신입 및 하급직원들의 인식이 변화했는데 그들을 이끌어갈? 사람들은 아직도 인식하지 못했거나 했지만 변화를 싫어한다는게 문제같네요 경영환경을 생각한다면 근무환경도 동등하게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업계평균도 못챙겨주면서 복지비용에서 깍고 외부전문가를 불러서 처리해야 할 일을 돈 아끼겠다고 내부직원들 시키고 본인은 고급승용차에 프리한 출퇴근그러면서 회사가 어렵다 제발 이딴말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건 그렇게 이끌어 줄 사람도 없다는 게 아닐까요 투자한 만큼 매출이 나오는게 당연한데 그 이상이 생길거라고 생각하는 거랑 뭐가 다른건지 대우한 만큼 나온다고 봅니다 이런 회사가 대한민국에는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잡플**와 같은 기업평가하는 곳도 있는게 아닐까요 앞뒤없이 막 써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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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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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
09.22
마지막 문구를보니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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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몽
09.22
MZ세대만 워라밸 따지지 않습니다. 이제 X,Y세대도 더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않거든요. 돈도 안 되고, 직원들은 본인 일만 하니, 대표가 사업구상은 거녕 오히려 잔잔바리 일들 신경쓰기 바쁩니다. 나 행복하고 편하자고 투자해서 사업 시작했는데, 오히려 독이 되는거 같아 2~30명 내보내고 15년 운영하던 회사 정리하니 오히려 맘 편합니다. 더 까먹을 일도 없구요.. 근데, 사실 이렇게 사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만두면 그 많은 일자리는 누가 채우나 싶긴 합니다. ㅜㅜ ...나쁜 회사, 나쁜 오너(상사)를 옹호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회사 욕하는 사람은 많아도 요새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경영환경이 좀 좋아져서 일자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라 지원금 따위보다, 일하려고 하는 직장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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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고다르
쌍 따봉
09.22
꼭 회사에 들어가야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니 회사가 줄어드는게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게 문제지만, 어차피 생명체는 모두 적자생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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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부인
09.23
일부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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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dngudh
6일 전
기업에 대해 인식이 너무 안좋다고 봅니다 신입 및 하급직원들의 인식이 변화했는데 그들을 이끌어갈? 사람들은 아직도 인식하지 못했거나 했지만 변화를 싫어한다는게 문제같네요 경영환경을 생각한다면 근무환경도 동등하게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업계평균도 못챙겨주면서 복지비용에서 깍고 외부전문가를 불러서 처리해야 할 일을 돈 아끼겠다고 내부직원들 시키고 본인은 고급승용차에 프리한 출퇴근그러면서 회사가 어렵다 제발 이딴말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건 그렇게 이끌어 줄 사람도 없다는 게 아닐까요 투자한 만큼 매출이 나오는게 당연한데 그 이상이 생길거라고 생각하는 거랑 뭐가 다른건지 대우한 만큼 나온다고 봅니다 이런 회사가 대한민국에는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잡플**와 같은 기업평가하는 곳도 있는게 아닐까요 앞뒤없이 막 써버렸네요
3
스타트웁스
09.22
너무 멋진 글입니다.. 저도 못해보고 늙어버려서 아쉽지만 님의 결정에 응원보냅니다.. 이글 고이 간직할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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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희
은 따봉
09.23
좋은 글입니다. 공유 감사합니다. 다만, 살짝 말을 덧붙이면 미국의 quite quit과 조용한 사직 및 퇴사를 엮는 건 오해 소지가 있는 듯 합니다. 글에서 이미 말씀하신 것처럼 사직이 아니라 책상을 떠나 워라밸을 찾아가는 것이라 살짝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저 단어로 부머 세대가 많이 오해하고 있어서 그냥 한 번 말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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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기러기
6일 전
Quite 아니고 Qu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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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에너지
4일 전
최소한의 의무만 다한다는 이 신조어는 전세계 어디나 다 통용될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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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무
인플루언서
전북개발공사 | 
어제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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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웨이브
9시간 전
저희 회사도 직원들이 전부 그만두고 있습니다. 저 또한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와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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