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서비스만큼 복잡하고 긴 역사를 가진 서비스도 잘 없습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PC웹을 통한 온라인 결제가 최초 등장했고, 이것은 ISP/안심클릭으로, 다시 간편결제로 발전해 왔습니다. 휴대폰 기술이 발달하면서 USIM기반의 모바일카드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듯하였으나, 2009년 경 스마트폰이 세상을 장악하면서 앱기반 결제서비스의 시대가 다시금 열렸습니다. 오늘은 1996년부터 2013년까지의 결제서비스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토스가 등장한 2013년부터 현재까지의 스마트 결제는 추후에 이어서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1996년 ~ 1997년, 온라인 쇼핑몰의 태동기
1996년 6월 1일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가 론칭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롯데닷컴이 오픈, 97년에 신세계 백화점 쇼핑몰, e현대, 한솔 CS클럽이 연이어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쇼핑몰에서의 결제는 Key-in 방식이었습니다. 신용카드번호, 유효기간, 카드비번 앞 2자리, 주민번호 뒷 7자리까지 모두 입력해야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지금의 보안기준으로 보면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싶습니다. 96년 당시에는 별다른 보안 솔루션 없이 당시 주류 브라우저였던 넷스케이프의 보안기능에만 의존하여 온라인 결제가 진행됐습니다.
▶ 1997년 ~ 2000년 초반, PG사의 등장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결제시스템이 요구됐습니다. SSL, SET과 같은 보안기법이 등장했으나 중소 규모의 쇼핑몰이 보안기술 기반의 결제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이에 주요 신용카드사와 시스템 개발사가 공동투자하여 국내 최초의 결제 전문 회사를 설립합니다. 이 회사가 바로 KCP입니다. 이 외에도 커머스넷코리아(CNK)라는 또다른 연합체가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결제솔루션 분야에 뛰어들었고, 98년도엔 이니시스가 이니페이라는 결제 솔루션을 만들어 본격적인 PG사업을 펼치게 됩니다.
PG의 역할은 전자지불 대행입니다. PG업체는 온라인 판매처와 지급결제처리를 위한 대행계약을 맺고 구매자가 선택한 은행, 신용카드사 등으로부터 결제대금을 지급받아 일정 수수료를 공제한 후 다시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보안성과 안정성이 확보된 결제시스템 내에서 이뤄집니다. PG사가 없다면 각 쇼핑몰에서는 높은 비용으로 결제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 것은 물론 최소 7군데 이상의 금융사업자들과 일일이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PG사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2000년 , 휴대폰 결제 서비스 등장
인터넷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어가는데,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는 몇 백원 단위의 소액상품 결제나 디지털 콘텐츠 구매에 쓰기에는 어색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2000년에 들어서 휴대폰 요금에 합산되어 후불로 청구되는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이름하여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였습니다.
다날이 SKT와 계약을 맺고 세계 최초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주도했습니다. 뒤이어 인포허브, 모빌리언스도 유사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신용카드 결제 기반 PG사업과 함께 휴대폰 결제 기반의 PG시장이 새롭게 열린 것입니다. 당시 휴대폰 결제는 전화번호와 주민번호 뒷자리를 입력하면 SMS로 인증번호가 도착하고 이것을 입력창에 넣으면 결제가 처리되는 방식이었습니다.
▶ 2003 ~ 2004년 , 안전결제(ISP)와 안심결제(안심클릭) 등장
인터넷 결제시장이 계속 확대되면서 더욱 안정성 있는 카드결제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해졌습니다. PG 시스템을 통해 보안유지가 된다고 해도 불법적인 해킹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카드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이에 국민카드와 BC카드는 2003년 10월 보안성이 훨씬 강화된 인터넷 안전결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ISP라고 불리는 이 결제방식은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번호, 유효기한, 비밀번호 등의 개인 신용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영문, 숫자가 포함된 6-14자리 비밀번호만으로 거래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ISP는 BC카드의 자회사인 브이피라는 국내업체가 개발했습니다. PKI기반 전자서명방식을 적용하였고, RSA 및 SEED 등 고도의 암호화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이 방식은 금새 모든 쇼핑몰에 적용되게 됩니다.
한편, 삼성/엘지/현대/신한/롯데/외환카드는 2004년 2월에 안심결제(안심클릭) 서비스를 도입합니다. 국내업체가 아닌 VISA에서 개발하여 국제 규격을 지원하고 SSL, 3D Secure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ISP방식과는 달리 고객인증과 거래승인을 분리하여 고객 정보 유출을 최소화했습니다. 이용방법은 온라인 결제시 각 카드사의 안심클릭 페이지가 나타나면, 카드번호, 안심클릭 비밀번호, CVC 코드를 입력하는 식입니다.
ISP와 안심클릭이 2004년 2월 전면 의무화되면서 국내 모든 인터넷 쇼핑몰은 이 두가지 결제방식으로 통일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10만원 이상 결제시 공인인증서 인증도 의무사항이 되었습니다. (2005년 11월에 30만원 이상으로 상향)
▶ 2009년 ~ 2011년 , 통신사의 카드사 인수
2009년부터 카드사의 경쟁구도에 중요한 지각변동이 나타나게 됩니다. 통신사가 카드사의 인수를 추진한 것입니다. 12월에 SKT가 하나카드를 전격 인수함으로 하나SK카드가 출범하게 됩니다. 이는 같은 통신사인 KT를 자극하여, KT 역시 2011년 2월에 BC카드를 인수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통신사의 카드사 인수는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당시 통신사에서 진행하는 마케팅 활동에서 가맹점, 제휴사, 포인트, 리워드, 할인 등 카드사와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카드사 결제수단과 가맹점 네트워크가 통신사의 인프라와 결합됐을 때,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고객관점에선 통신사의 멤버십 혜택과 신용카드 혜택이 긴밀히 결합되는 효과로 나타났습니다.
▶ 2010년 ~ 2011년 , 스마트폰용 USIM 기반 모바일 카드 출시
2010년 3월 하나SK카드에서 ‘하나SK 터치세븐’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모바일 카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 카드를 신청하면 플라스틱 카드 배송과 별도로, 핸드폰 USIM 칩에 모바일 카드가 동시에 발급됐습니다. SKT와 합병 이후 첫 작품으로 T멤버십, T멤버십캐쉬백, OK캐쉬백 등의 포인트 기능이 이 카드에 통합돼 선보였습니다.
BC카드 역시 2011년 업턴카드를 필두로 다양한 모바일 카드를 출시했고 신한카드도 USIM 기반 모바일 카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실 모바일 카드는 2002년 모네타카드부터 2008년 피처폰 기반의 USIM 뱅킹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단말과 네트워크, 가맹점 확보 등의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모바일 카드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연결된 플라스틱 카드가 있어야 했습니다. 모바일 카드 앱을 다운 받아 설치하고(이 과정에서 USIM을 콘트롤하는 앱이 하나 더 설치) 카드사 홈피나 서비스 앱에서 발급신청을 합니다. 약관동의 절차를 거쳐 신청을 완료하면, 발급안내 SMS가 도착하고, 최종적으로 발급절차를 마무리하면 사용가능하게 됩니다.
모바일 카드로 결제를 하려면 오프라인에선 NFC가 켜진 상태에서 전용 동글에 터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모바일 쇼핑몰에선 하나SK카드는 모바일 카드 전용 간편결제앱(통합 안심클릭앱)을 구동하여 결제 비밀번호를 넣으면 됐고, BC카드의 경우는 모바일ISP앱을 구동한 후 [모바일 카드 결제]를 누르고 미리 설정한 비밀번호를 눌러 결제를 완료했습니다.
▶ 2011년 , 카드사별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
스마트폰 열풍 이후 주요 카드사를 중심으로 모바일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카드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던 기존의 안심결제가 아닌 더 편리한 방식의 카드결제 방식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간편결제 서비스였습니다. 간편결제는 미리 등록 해놓은 신용카드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온라인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던 페이팔이 바로 이 모델이었습니다.
2010년 12월 3일 삼성카드가 국내최초로 간편결제를 도입합니다. 신세계몰이나 이마트몰에서 (최초 1회 카드등록한 후) 카드 정보 입력없이 SMS 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이후 2011년 5월에 신한카드가 결제ID 기반의 스마트결제를 출시하고 뒤이어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에서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 2011년 ~ 2012년 , 앱기반의 간편결제 등장 & 오프라인 바코드 결제 서비스 출시
간편결제로 결제편의성이 강조되고 동시에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별도의 결제앱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에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2011년 12월 8일 신세계몰에서 업계 최초로 앱기반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솔루션을 제공한 업체는 하렉스인포텍. 서비스명은 유비페이였습니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 쇼핑몰에서 결제 시 앱을 구동시키고 결제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 완료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최초 한 번만 자신이 보유한 신용카드나 계좌를 앱에 등록하고 결제비번을 설정하면 준비는 끝입니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BC카드가 제휴에 참여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SK카드에서도 앱구동 후 비밀번호 입력하는 방식의 스마트페이를 출시합니다. 바야흐로 앱기반 스마트 결제 서비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편, 휴대폰 청구기반 PG사업자인 모빌리언스와 다날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결제 솔루션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휴대폰 후불 결제를 간편하게 할 수 있 수 있는 바코드 결제 서비스였습니다. 2011년 4월 모빌리언스의 엠틱이 먼저 출시되고 3개월 뒤 다날에서 바통을 내놓았습니다.
서비스는 단순했습니다. 편의점이나 등록된 가맹점에 가서 앱을 실행한 후, 결제버튼을 누르면 매번 새로운 결제용 바코드가 일정 시간 노출됩니다. 가맹점 점원이 POS에서 결제 금액을 입력한 후 바코드 리더기로 고객 스마프폰 화면의 바코드를 읽으면 결제가 완료됐습니다. 고객이 앱을 구동할 때 비밀번호를 넣는 것으로 부정사용을 방지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그 동안 오프라인 결제는 NFC의 모바일 카드가 대세라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습니다. 별도의 동글이 필요한 NFC가 아니더라도 기존 가맹점 POS를 활용하여 보다 쉽게 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 2012년 , 통신사의 스마트 결제시장 본격진출
2012년에는 통신사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결제 영역에 뛰어들었습니다. SKT에서 분사한 SK플래닛은 당해 5월 페이핀이라는 서비스를 내 놓습니다. 서비스 방식은 기존의 유비페이나 하나SK 스마트페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유무선 쇼핑몰에서 페이핀 결제를 선택한 후, 결제버튼을 누르면 앱이 구동되고 거기에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입니다. 당시에는 이보다 더 간결한 결제 플로우는 없었습니다.
이후 KT에서 12월에 시장을 주도할 또다른 결제 서비스를 발표합니다. 모카페이였습니다. 모카페이는 당시에 가장 발전된 스마트 결제 서비스를 보여줬습니다. 기존의 유비페이 서비스를 KT가 통합하여 재런칭하였는데, KT 수뇌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프로젝트였습니다. 모카페이는 유무선 결제는 물론 NFC, 바코드, QR코드를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까지 지원했습니다. 또 오픈 결제 플랫폼으로 신용카드 뿐만 아니라 체크카드, 직불계좌, 선불카드, 교통카드, 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담을 수 있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서비스였습니다.
▶ 2013년 , 신용카드사의 야심작, 앱카드 등장
결제시장에서 통신사 주도의 스마트 결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신용카드사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자칫 주도권을 잃지 않을까하는 우려였습니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구축한 결제 플랫폼에 카드사 역시 제휴사로 참여하고 있으나 플랫폼에 입점한 것이지 사업의 주체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카드매출에 따라 플랫포머에게 일정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모델이라 자존심이 강한 금융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선 라이선스 비용이나 플랫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독립적인 결제모델을 만들 필요을 느꼈고 모바일 카드에 대한 자체 규격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신한/국민/현대/삼성/농협/롯데카드가 공동으로 규격을 개발합니다. 이것이 앱카드입니다.
앱카드는 기존의 USIM 방식과 달리 일반 플라스틱 카드를 앱에 등록하고 결제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신청과정이나 발급앱의 설치가 필요 없었습니다. USIM형 모바일 카드처럼 유무선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OTC라는 일회용 코드를 NFC, QR, 바코드 형태로 출력하면 가맹점 POS에서 인식하여 결제가 이뤄졌습니다. 이면의 시스템은 다르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기존의 페이와 사용법은 동일했습니다. 5월 1일 신한카드가 최초로 앱카드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카드사가 자체 앱카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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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통신사와의 경쟁에만 신경을 썼지 이후에 무섭게 시장을 장악해 나갈 새로운 플랫폼 강자(토스, 삼성페이, 페이코, 카카오페이..)들의 출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13년 8월 토스의 출범 이후 결제시장의 숨가쁜 역사는 2부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억으로 읽어보는 대한민국 결제서비스의 역사 [1부]
2022.05.24 | 조회수 5,288
김진수
디케이비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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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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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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