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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한 우물 파지 마라

2022.05.21 | 조회수 12,225
윤경화
신한카드(주)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과장 초년차 시절 이례적으로 그룹 회장님과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 그룹 바젤 프로젝트 멤버로 상당히 오랜 기간 고생했었는데 무사히 승인을 받고 나서 회장님께서 직접 실무자들을 치하하시는 자리였다. 그곳에는 지주, 은행, 카드사 리스크 관리 쪽에서 한가닥 한다는 직원들이 열명 남짓 모여있었는데 모두가 국내외 명문대 수학과 통계학과 경제학과 출신에 리스크 관리 업무만 적어도 5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었다. 내가 가장 어린 멤버였으니 대개는 10년 이상 업무를 해온 관리자 급이기도 했다. 어려운 자리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회장님께서는 고생했다는 격려와 함께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로 부담을 덜어주셨다. 그러던 중 멤버들 프로필을 훑어보시더니 중요한 한마디를 하셔야겠다며 이런 충고를 해주셨다. "다들 보니 리스크 관리 오래 했고 이제 바젤까지 마쳤으니 이제 리스크 그만하고 다른 곳 찾아가.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좋지 않아. 인사부에서는 리스크 하던 친구들을 전문인력이라면서 너무 한 곳에만 두고 옮겨주질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인사부 핑계만 들지 말고 각자 요령껏 잘 옮겨봐. 그것도 기술이고 처세야. 리스크 쪽 출신 친구들 보면 참 자질이 있는데 나중에 괜찮은 자리에 쓰려고 하면 다양한 경험이 없다고 주변에서 말리는 경우가 많아. 그럴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커. 하지만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균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긴 하거든. 그러니 잘 새겨듣고 이제 다른 거 해봐." 다들 고생했고 앞으로도 맡은 바 충실히 임해주길 바란다는 형식적인 말씀을 하시겠거니 했는데 적잖은 충격발언을 하셔서 모두가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말씀은 지금 돌이켜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회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팁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모든 기업이 그럴 것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직장 생활에 있어 한 가지 영역의 일만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초년차에는 재무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리스크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갖지만 회사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전문가의 수준은 마음먹고 3~5년을 지극 정성으로 일하다 보면 달성이 가능한 일들이 대부분이며 더 오랜 기간 한다고 해서 더욱 인정받거나 장인이 되거나 대체 불가 인력이 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개는 매너리즘에 빠져하던 일을 반복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험은 쌓이게 되지만 고립이 되고 한 가지밖에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실로 내가 7-8년을 신용평가 모델러로 일하면서 재미와 자부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고 나서는 프레임안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코칭해줄 사람도 딱히 없거니와 곁에서 함께 고민을 나누는 동료 역시 결국 결국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 두려웠다. 같은 생각으로 뭉친 그룹이 공고해지면 내부인은 편안하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사일로일 뿐이다. 그리고 그 연대는 끈끈히 지속될 것 같아 보이지만 세상은 변하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며 썩은 물은 버려지는 것이 순리다. 그래서 나는 오랜 둥지를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갖은 노력 끝에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물론 잘한 선택인지는 아직 미지수이긴 하다.) 다른 업무를 하는 것 역시 결코 쉽지는 않다. 특히 주니어가 아니라 어느 정도 연차가 높아진 상태에서 다른 영역의 업무를 하게 되면 마음처럼 학습이 쉽지도 않고 새로운 조직에서 주요 멤버로 흡수되는 것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얻는 이점 역시 분명히 있다. 본인의 전공 영역과 새로운 일이 접목되어 기존에 없었던 비즈니스 모델이나 방법론이 탄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공 영역에서 풀리지 않았던 묵은 숙제의 실마리가 전혀 다른 영역에서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 가지 업무를 경험한다는 것이 늘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제너럴리스트로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도 타인이 인정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거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경력을 쌓았다고 보기 어렵다. 특정 업무를 3년 이상 경험하지 못하고 자꾸 이동을 하고 있다면 '회사 방침이 그러해서' 라거나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느 한 곳에서도 쓸모를 인정받지 못하고 내돌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본인 생각에도 아직 전공 분야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적어도 한 가지 영역에서는 3년 이상 열심히 일하면서 진정한 경력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한두 가지 정도의 전공 영역을 만들되 다른 영역도 경험을 해보는 것 정도가 실무자로서 일하기에도 그리고 미래에 임원 이상의 고위직에 올라 성과를 만들어내기에도 적합한 커리어 패스일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에는 이견도 많을 것이다. 다만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 주어진 일을 남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그래서 기존 조직에서 절대로 나가서는 안 되는 인력으로 묶여 밤낮 소처럼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한 가지 만을 고집해서 본인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가둘 필요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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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9
김철
동아제약 | 
2022.05.22
BEST요즘 조직들의 헤드들을 보면 젊어지고 마케팅, 세일즈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마케팅 일색의 또는 영업 일색의 리더들이 리딩하는 조직들도 많이 있지만..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특정 분야 일색의 스페셜리스트가 리더로 가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오너라면 쥬니어때부터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게 조직의 미래를 생각하는 방향성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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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커뮤니티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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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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