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바로 책상입니다. 책상을 보면 사람이 읽힙니다. 공간은 그것을 점유한 사람의 속성을 드러냅니다. 개인의 성향이 가장 집약된 공간이 바로 책상입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의 책상도 놓치지 않고 살펴 봐야 합니다.
회사에서 흔히 보는 타인의 책상은 어떠한가요? 어떤 사람은 빽빽한 서류더미가 산을 이루고, 누군가는 아기자기한 인형과 피규어가 가득합니다. 가끔은 컴퓨터와 마우스, 키보드를 빼곤 아무것도 없는 책상도 있습니다. 반면 온갖 세간 살림을 차려놓은 듯한 책상도 있지요.
어떤 책상이라도 주의 깊게 보면 그 주인에 대한 정보가 쏟아집니다. 책상의 물건들과 정리상태만으로도 단서는 충분합니다. 어떤 업무를 하는 사람인지,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지, 최근에 일이 많은지 적은지, 결혼은 했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심지어 성격까지도.
책상으로 '프로파일링'이 가능한 것은 그것이 사람의 자취를 담기 때문입니다. 책상에는 누군가의 생활패턴이 자연스레 묻어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자연스러운 흔적을 힘껏 거부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책상은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책상'이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그 주인의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책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단지 텅 빈 책상은 아닙니다. 언제 보아도, 딱 정해진 질서와 규칙이 보이는 책상입니다. 거기엔 습관의 흔적, 일에 쫓긴 증거, 방치된 물건이 없습니다. 오직 드러나는 것은 바로 '컨셉'입니다.
컨셉은 누군가 내 책상을 봤을 때, 바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그냥 저절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내가 표현하고자 한 메시지입니다. 이것이 저의 지향점입니다.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싶은 것은 사람은 자신의 책상에서부터 컨셉을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 다음은 내 방이 되고, 점차 집으로 넓혀질 것입니다.
공간은 나 자신의 확장입니다. 어떤 내가 되고 싶은 가에 대한 의지가 공간에서 드러납니다. 그래서 날마다 만지고, 기대고, 바라보게 되는 물건들을 특별하게 대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교하게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며, 자동화해야 합니다.
하나의 컨셉으로 공간과 사물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는 것. 우리는 그 경지를 집요하게 추구해야 합니다. 완벽한 나만의 책상을 가지게 될 때, 아마도 '공간과 사물을 지배하는 능력'에 눈 뜨게 될 것입니다. 인생에 또 다른 차원 하나가 열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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