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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의 事記> 1-3. 일은 구조 위에서 진행된다

2022.04.27 | 조회수 10,187
김진영(에밀)
커넥팅더닷츠
결과만 따지는 상사 당혹스러운 내부 보고회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 비서실에서 수정 지시가 내려왔다. ‘5년 동안 연간 25% 성장’이라는 기존 매출 목표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내년 목표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제출하라는 단서가 붙었다. ‘결국엔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그렇다면 지난 10개월 동안 헛수고를 하고 만 것일까? 결과가 이러니 과정은 모두 부질없는 삽질이었을까? 아니야! 이 팀장도 말했지만, 과정 중에 성과는 있었어. 다들 힘들었지만, 기획력이 한층 강화된 건 사실이지.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복기는 해야 할 타임이야.’ 마음을 다잡은 김 부장은 상무이사실로 향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룹 놈들이 계열사 현실을 모르고 말이야. 그러니 탁상공론이나 했던 거지. 너는 그 장단에 놀아난 거고, 알아?” “네? 비서실에서 얼마나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 오더를 했는지는 상무님도 보셨잖습니까? 우리 직원들은 여름휴가까지 반납하고 일에 몰두했는데, 윗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저희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러니까 네가 헛똑똑이란 거야. 감이 그렇게 없니? 촉이 없어? 그렇게 해서 어떻게 실장까지 됐냐 그래? 어? 나가봐. 이 건은 더는 얘기하지 말도록!” 상무에겐 과정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결과만 이야기했다. 김 부장은 허탈해졌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똑똑하신 상무님이 중간에 그만하라고 지시해주시지 그랬습니까!’라고 말해버릴까 망설이다 꿀꺽 삼켜버렸다. 그리고 한 층 위 대표실로 올라갔다. “김 부장님, 지금 대표님은 안 계세요.” 비서 말에 김 부장은 “왔었다고 전해주십시오” 말만 남기고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하는 이유(WHY) 김 부장은 5개년 전략 수립 과정을 회고하기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그룹 연수원 한쪽 소회의실에 실(室) 소속 직원 16명이 모였다. “여러분이 다 아시다시피 이번 전략 수립과 보고 과정에서 그룹과 계열사 사이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마치 우리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만 꼴이 되고 말았죠. 휴가까지 포기한 여러분에게 우선 책임자로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얻는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배울 게 있으니까요. 최 팀장하고 이 팀장이 지난 9개월 동안 우리가 해왔던 과정을 정리했죠? 간단하게 발표해주세요.” 최 팀장의 발표는 요지는 이랬다. 상부에서 내려온 납득하기 어려운 지시에, 계획 수립을 하기 전부터 실무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실장과 팀장은 계획 수립의 불가피성과 필요성을 먼저 설명하며 설득하려 했다. 이 부분에서 최 팀장은 본인의 소감을 덧붙였다. “제가 우리 실에 오기 전에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김 부장님과 이 팀장님께서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말씀을 하시길래 처음에는 공자님 말씀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저에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매년 짜던 연간 계획서를 작성하듯 타성에 젖어 있던 거였습니다. 팀원들은 두 분 말씀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덕분에 자발적인 모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일의 주제(WHAT) 이 팀장이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김 부장의 오더에 따라 계획 작업의 주요 포인트를 짚어 내며 과정 관리를 맡았던 사람이다. “김 실장님께서 크게 방향성을 잡아 주셨습니다. 기존 전략의 확장 버전을 기본 베이스로 삼아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이었죠. 다들 아시겠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 부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저희는 기존 전략을 보완하는 데 신경 썼습니다. 그런 와중에 실무진 내에서 의견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전략1팀(이 팀장)과 전략2팀(최 팀장) 사이에서 말이죠.” 이 팀장은 슬쩍 최 팀장을 째려봤고, 최 팀장은 그 시선을 본체만체했다. 사실, 둘 간의 갈등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 팀장은 원래 그룹 공채로 이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최 팀장은 외부에서 수혈된 사람이다. 느슨해진 조직 문화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김 부장이 직접 채용했다.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바란다면 새로운 사람을 수혈해야 한다는 게 김 부장의 소신이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어떤 측면에선 김 부장이 의도한 바였다. “힘들었어요. 아이디어는 없는데, 숫자는 맞춰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태양광 사업을 제안했잖습니까? 검토 단계에서 아웃된 게 못내 아쉽습니다. 태양광 사업이 들어갔으면 25% 성장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최 팀장, 당신은 아직도 그 소리야?” 이 팀장이 쏘아붙인다. “자자, 그만들 합시다. 두 사람, 두 팀 간의 의견 대립은 내가 원하던 구도입니다. 한쪽 축만으로는 달리는 기차는 없잖아요. 전에 이 팀장이 말한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금방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관점이 다른 사람들 의견을 맞춰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최 팀장, 태양광 사업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사업이었어요. 누구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업이 모두 좋은 사업은 아닙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어야 좋은 사업인 거죠. 더구나 태양광 사업이랑 우리 현재 사업이랑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그걸 해본 사람이 있어요, 아니면 관련한 자산이 있길 하나요? 태양광 사업을 추천한 건 최 팀장이 우리 기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에요. 반대로 이 팀장은 너무 기존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쪽 모두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인지하게 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라고 봐요.” “기본 베이스가 기존 전략의 성장 버전이었기에 기존 사업에 정통한 이 팀장이 단계별 활동 내역과 달성 목표, 그리고 이벤트들을 잘 구성해줬다고 봅니다. 이는 전체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있어 '로드맵'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나 활동 내역은 결국엔 역할과 책임으로 이어지게 돼 있기 때문에 중간관리자 입장에선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되는 것이죠." 일의 방법(HOW) “세부적인 사항은 어떻게 추진했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이 부분은 두 팀장 말고 팀원 중에서 말씀해주세요. 아… 박 과장이 소감 위주로 편하게 얘기해봐요.” “네, 부장님. 저는 이 팀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대략적인 방향을 설명 듣고, 구체화하는 순서대로 반복하면서 진행했습니다. 특히나 인수합병 대상 업체를 선별할 때는 격의 없이 일한 것 같습니다. 실제 시장 상황은 아무래도 팀원이 더 아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옆에 있던 이 팀장이 한마디 거든다. “박 과장 말이 맞습니다. 제가 팀장이지만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건 창피한 일이 아니었어요. 예전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이번 건으로 팀장의 역할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허허. 좋은 교훈 얻었네요, 이 팀장. 이제 진짜 팀장이 된 거 같은데요?” 남아 있는 모든 것은 교훈이 된다(Lesson learned) 네 시간 동안 이어지던 워크숍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과정'만을 회고하는 워크숍은 다들 처음이었다. 그만큼 신선했고, 열심이었다. “이번 전략 수립 과정에서 백미는 바로 오늘 이 자리입니다. 과정 수행 중에도 여러 교훈을 발굴했을뿐더러 과정을 상기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아주 기쁘고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WHY(이유) – WHAT(주제) – HOW(방법) – LESSON LEARNED(교훈)’ 구조를 잊지 말기 바랍니다.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측면에선 일은 끝이 없다. 시작도 없다. 리더가 만든 '일의 구조' 위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매듭이 지어진다. 마치 이 순간에도 태양이 늘 떠오르고 늘 가라앉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리더는 그 일의 구조를 규정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정리] 'W – W – H– LL' 구조를 기억하자 Why는 일의 이유다. 안타깝게도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수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명해주거나 설득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Why만 유독 강조하는 관리자들이 있다. 이들은 괜찮은 사람처럼 보인다. Why를 강조하는 것은 업무에 뛰어들 분위기를 만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만 늘어놓는 것은 허무함을 가져온다. ‘그래,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다음은 뭔 데?’라는 반응이 뒤따르기에 십상이다. 집은 당위성만 가지고 지울 순 없다. 이런 관리자는 실무에는 약하고 마음씨만 좋은 ‘몽상가’ 타입이다. 그다음은 일의 주제(What)다. 일을 잘 분류해서 단계별, 분야별, 특성별로 주요 사항을 발라내야 한다. 마치 집을 지을 때 집 전체를 받쳐주는 주춧돌과 기둥을 잘 아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실무자는 우왕좌왕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도까지 함께 꿔내야 한다. 잘 모르겠다면 함께 찾아보자고 해야 한다. 본인도 모르면서 두루뭉술한 지시만 하고, 결과를 가져오라 독촉만 하는 관리자는 (나쁜) 권위주의자 타입이다. 실행(How) 단계에선 실무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부 사안은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요즘 젊은 세대는 본인의 의견이 일에 직접 반영되는 것을 선호한다. 전반적으로 그들의 자발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면, 작은 부분이 망가지는 것까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훈(Lesson learned)을 얻을 차례다. 일은 복기를 통해 완전히 종료되며 교훈을 남긴다. 그 교훈은 후일을 위한 기본 토양이 된다. 우리는 교훈을 얻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잘된 경우에는 뭘 그런 거까지 하나 싶은 생각이 들고, 못된 경우에는 안 좋은 기억과 다시 대면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도 맞닥뜨려야 한다. 그래야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김진영 23년 직장 생활,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2021년 4월에 출간했다 (6쇄).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IT 등 다양한 직무를 맡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상공회의소, 표준협회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으며, 한라 그룹 리더를 위한 집단 코칭을 수행했다. 현재 '리더십 스쿨'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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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5
빨간머리
2022.04.28
BESTHOW 단계에 대해 의견 드리자면, 이른바 젊은 세대는 일에 자기 의견이 반영되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받고, 반영되지 않는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공받기를 바라는 겁니다. 상위 직급과 하위 직급은 오가는 정보의 질과 해석 능력이 다른데, 당연히 의견이 다를 수 있지요. 사실 기회를 받는다는 표현도 웃겨요.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써 당연한건데 말이죠.(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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