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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가 성공한 이유?

2022.04.25 | 조회수 5,837
김진수
디케이비엠시
‘밀리의 서재’는 2017년 출시한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입니다. TV광고를 통해 많이 알려졌고 짧은 시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국내 전차잭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떠올랐습니다. 사실 ‘전자책’이라는 포멧은 디지털 시대에 그 가능성을 엿본 사업자들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아이템이었습니다. 20년 전부터 수많은 시도와 도전이 있었으나 빛을 보지 못했던 영역입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열릴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마저도 지지부진했습니다. 해외에선 2014년에 아마존의 킨들이 성공을 거둔 것과 비교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리의 서재가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전자책 비즈니스가 왜 그렇게 어렵고, 밀리의 서재는 어떻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그리고 진짜 밀리의 서재가 성공한 것은 맞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전차책을 둘러싼 몇몇 이슈를 이해하면 좋을 듯합니다. 국내 전자책 시장에 대해 ‘밀리의 서재가 등장하기 전’ 제가 느꼈던 핵심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한국인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둘째, 한국인들은 읽는 책의 절반은 외서다. 셋째, 한국의 출판사와 유통사는 서로 안 친하다. 넷째, 한국의 출판사와 유통사는 독자를 못 믿는다. 다섯째, 한국의 독자는 당연히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훨씬 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봐야 제맛이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이유가 참 치명적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출판대국이지만 그 출판되는 내용물을 보면 상당수가 참고서, 교재, 아동학습서적 등입니다. 그럼 책 안보고 뭐할까요? 드라마 보고, 예능프로 보고, 웹툰보고, 시간나면 술먹고, 틈날 때마다 게임합니다. 여기에 책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시간은 한정적인데 자극적인 즐길거리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스마트폰/패드의 출현은 도서시장에선 기회가 아니라 위기입니다. 둘째, 그래도 아직까지 책읽는 한국인이 있어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이 읽는 책의 절반이 외서입니다. 아쉽게도 외서는 저작권이 까다롭습니다. 외국 출판사에선 종이책에 대한 판권만 주지, 전자책 유통 권리는 흔쾌히 주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자책에 도통 읽을 것이 없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통째로 옮겨놓고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순식간에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는 식의 사용자 경험이 제공돼야 하는데, 이게 되질 않았습니다. (혹시 요즘은 달라졌을까요?) 세번째, 우리나라 책시장은 대형 (인터넷)서점이 꽉 잡고 있습니다. 출판사들이 이들과 거래를 하면서 서러웠던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전자책 파일 만들어서 대형 서점에 넘겨주면 마케팅이 술술되면서, 칼 같은 정산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을 영 못 미더워하는 눈치입니다. 특히 출판사는 종이에서 디지털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자칫 자신들의 입지가 한순간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가령 교보문고나 예스24사가 중간에 출판사를 두지 않고 직접 저자와 계약을 맺고 전자책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보세요. 훌륭한 플랫폼 비즈니스이지만 출판사에겐 악몽입니다. 그래서 전자책 관련해선 출판사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네번째는 독자에 대한 불신입니다. 우리나라 출판사, 유통사는 고객을 잠재적 도둑놈으로 봅니다. 어떻게든 해킹을 하고 복사를 해서 토렌트에 올리고, 웹하드에 올리는 저급한 인간으로 취급합니다. 누구든 직접 저작물 사업을 하면 이 말이 얼마나 진실된 말인지를 깨달을 것입니다. 단 한 두 명이 저지르는 비행에 저작물 가치는 땅으로 떨어집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출판사나 유통사는 DRM(해킹방지솔루션)이 확실하지 않으면 절대 콘텐츠를 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없는 3rd Party 사업자가 자체 보안 플랫폼을 갖춰 전자책 유통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섯번째, 독자의 인식입니다. ‘전자책은 인쇄비도, 종이값도, 물류비용도 들지 않으니 당연히 싼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인쇄비, 종이값, 배송비 등은 원래 얼마 안됩니다. 물질적인 부분은 책 정가의 20% 정도. 기획비용, 작가고료, 교정비용, 디자인비용이 사실 책값의 가장 큰 부분입니다.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35% 정도의 비용은 별도입니다. 그런데 일반 구매자의 인식이 어디 그런가요. 20% 정도 할인가에 제공하면 큰 메리트를 못 느낍니다. 여섯번째는 책은 종이로 보는게 더 낫다는 개인적 생각입니다. 보관이나 이동의 편리성이라는 전자책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자책의 유일한 가치라면, 종이책의 보조재일 뿐 대체재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즉, 전자책이 독자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선 종이책 그 이상의 밸류를 제시해야 합니다. 기존의 사업자들이 동적 콘텐츠를 전자책에 구현하는 노력이나 SNS와 결합하는 등의 시도를 해오긴 했습니다. 확 와닿는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뭔가가 나오긴 할 것입니다.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포인트는 전자책이 한 권 팔리면 종이책 고객 한 명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출판사의 관점입니다. 전자책을 사봤는데 너무 좋아서 종이책을 추가로 구매하는 사람은 많진 않을 것입니다. 전자책 시장이 잘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도 수익성이 더 높은 종이책을 잠식 시킬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밀리의 서재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밀리의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시장의 초입에 개척자 정신으로 뛰어 든 것이 아니라 이런 서비스가 나올 만한 때가 됐을 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 세대가 바뀌었습니다. MZ 세대들은 종이책보다 스마트기기를 통해 책을 읽는 것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 BM이 과감하고 혁신적이었습니다. 런칭 초기에 “월 9,900원에 5만권의 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기존의 전자책 서비스는 권별 다운로드 방식이거나 한달에 몇 권만 볼 수 있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 처음부터 5만권(지금은 10만권)을 확보한 것은 아닙니다. 5천권으로 시작해서 시장반응을 확인했고, 그 결과를 갖고 출판사를 다시 설득했습니다. · 대표가 출판시장 이해가 부족한 기술쟁이가 아니라 이미 출판사와의 네트워크가 탄탄한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전 웅진싱크빅CEO) · 철지난 책은 대량으로 공급받아 권수를 채워놓고, 지금 핫하게 팔리고 있는 베스트셀러를 소싱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 출판사나 독자 입장에서 충분히 이득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 무엇보다 과감하게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이병헌, 변요환이 출연한 TV CF) · 그리고 유저가 책 읽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뷰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매우 중요) · 유저가 어떤 책을 얼만큼 읽었는지(완독률)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서 차별점으로 활용했습니다. 현재 밀리에서는 오디오북, 챗북, 라이브 등의 책을 읽는 다양한 방식을 개발하고, 밀리 오리지널 구독서비스를 추가형 종이책과 전자책을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도 추가로 내 놓는 등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부분보다 유저 관점에서 밀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마침 내가 사려고 했던 책이 밀리에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1만 8천원에 인터넷 서점에서 종이책을 구매하거나 20% 정도 할인된 전자책을 다운 받는 것보다 9,900원에 밀리의 서재를 한 달 구독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입니다. 그래서 밀리에서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확보한 베스트셀러 목록을 막 뿌리는 것입니다. 유저가 교보문고나 예스24에서 책을 구매하기 전에 밀리에서 접속해서 그 책이 있는 지를 검색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안됩니다. 안될 것입니다! 출판사도, 유통사도 절대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밀리의 서재는 출판사에겐 플러스 알파의 수익이 돼야지 교보와 예스24사의 매출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유통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밀리의 서재 웹사이트나 앱 화면을 보면 유료구독하지 않으면 아예 도서DB에 접근을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랜딩화면에서 약간의 힌트는 주고 있지만.. 그렇다면 밀리의 서재는 진정한 성공모델일까요? 저는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유저를 확보하고 시장에서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는 성공입니다. 그것을 발판으로 300억 가까운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독서플랫폼이라는 본원의 경쟁력을 가지고 이 회사의 가치를 매기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밀리가 잘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책을 진짜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처음 내세운 논리는 ‘책을 평소 읽는 사람이 아닌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을 타겟팅해서 서비스를 확장하겠다’였습니다. 과연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저는 궁금합니다. 호기심에 한번 가입해 본 ‘원래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은 무제한 독서가 가능함에도 겨우 한 권을 읽어내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았을까요? 결국 결제를 해지하고 ‘역시 나는 그냥 웹툰이나 유료결제해야 하겠다’라며 영원히 돌아서는 경우가 엄청나지 않을까요? 물론 밀리에서 가지고 있는 유저 데이터는 낙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감으로는 앞으로 밀리의 성장이 얼마나 계속 더 이어질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밀리의 서재’가 성공했다고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제 촉이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KT에서 밀리의 서재를 인수한 것입니다. 이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밀리의 서재는 월정액 유료 구독 서비스로서가 아니라 대형 플랫폼 멤버십의 한 혜택으로 주어질 때 효능감이 더 높아집니다. 이동통신사에 신규가입할 때 밀리의 서재 이용권이 무료로 주어진다면 고객을 락인할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현재로선 밀리의 자체 구독료 수익보다는 통신사 이탈을 방지하는 수단으로서 경제적 가치가 더 높다고 보여집니다. 아직은 아마존 킨들처럼 독자적인 서비스 가치를 만들어내기에는 우리나라 시장이 너무 작을 수 있습니다. 비독서 인구를 대상으로 폭발적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인수가 성립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대는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는 국내 전자책 시장에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업을 성공시킬 플레이어가 ‘밀리의 서재’가 될 지는, 아니면 전혀 새로운 선수가 등장할 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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