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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것

2022.04.24 | 조회수 7,361
김진수
디케이비엠시
혹시 좋소기업을 아시나요? 어원은 중소기업의 ‘중’을 X이라는 비속어로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이 X이라는 글자가 금지어라서 게시판 등록이 되지 않자 이 단어를 ‘좋’으로 바꾼 거라고 합니다. 네티즌 사이에 통용되는 뜻은 ‘열악한 근무환경, 무개념의 상사,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절대 가면 안되는 중소기업’을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벌하지도, 무개념하지도, 착취하지도 않는, 그렇게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무난한 작은 회사에 대해서도 일부 사람들은 ‘좋소기업’으로 싸잡아 부르기도 합니다.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소기업에 취업하게 되는 사람들의 신세한탄인가 싶기도 합니다. 저도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시작한 경험이 있습니다. 말이 좋아 스타트업이지 그냥 이름없는 소기업입니다. 좋은 인력을 뽑고 싶어서 그럴 듯한 사무실에 좋은 조건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자금의 여유도 없고, 투자하신 분의 마인드도 상당히 보수적이었습니다. 불가피하게 저렴한 아파트 상가에 사무실을 내었습니다. 사무실 오른편은 기획부동산 회사였고, 왼편은 요구르트 아주머니들의 커맨드센터(?)이었습니다. 점심 때가 되면 건너편 중국집 음식냄새가 진하게 베어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사무실 공간도 회의실이 별도로 없는 그냥 원룸타입이었습니다. “하... 과연 이런 곳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 과연 다니려고 할까? 나라도 면접 보러 와서 놀라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고민은 입사 지원자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배부른 고민이었습니다.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습니다. 어쩌다가 잡코리아 이력서가 들어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바로 연락해보지만 답은 없습니다. 채용과정이 직무에 적합하고 회사와 핏이 맞는 사람을 골라내는 과정인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면 선별과정이 아니라 모셔야 하는 과정이 됩니다. ‘누구라도 지원해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면 반드시 설득해서 다니도록 하겠다!’ 이것이 저의 각오였습니다. 우여 곡절 끝에 최초로 면접을 보러온 지원자를 만났습니다. 아.. 다행이 멀쩡하게 생겼습니다. 멀쩡하게 생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외모 차별적 관점이 아니라 외관상 멀쩡한 직장인 같이 보여야 외부에서 봤을 때 그나마 이 회사가 다단계나 이상한 곳으로 오해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 초소기업인데 앉아있는 사람들이 무섭게 생겼다면 면접만 보고 도망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면접에서 성심성의껏 회사를 소개하고, 하려고 하는 사업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떤 점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솔직히 면접자가 제 눈높이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역량을 가졌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일단은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일이 시작되니까요. 첫번째 직원을 뽑고나서 기적적으로 두번째 세번째 직원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합격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지원자가 다닐 것인가 말것인가를 선택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원자의 학력, 경력, 능력은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최소한의 성실함 그리고 몇 안되는 우리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가만 따졌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4명을 모아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직원들은 모두 착하고 성실하였습니다. 그러나 능력의 부족은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저는 대기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큰 기업의 신입사원들도 종종 접해 보았습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솔직히 역량차이가 꽤 많이 났습니다.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것과 하나를 몇 번씩 말해도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입니다. 예상했던 부분이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내내 한번도 직원에게 화를 내거나 권위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직원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하고 괜히 마음이 상해서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 입장에선 그만둬도 아쉬울 것이 없는 작은 회사니까요.. 이 기간에 제가 많이 터득한 기술은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너의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경험은 부족하고 젊은 패기는 살아있다보니, 또 우리회사가 상사에 대한 긴장감이 있는 곳도 아니다보니, 시키는 일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까지는 괜찮은데 시킨 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르게 처리할 때도 많았습니다. ‘왜 일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할까’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줘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큰일이 납니다. 그렇게 조심조심 직원들을 나름 챙기고 있었는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그럭저럭 일은 돌아가고 있는데 몇 안되는 직원들 사이에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알고 봤더니 직원 A와 B가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조직이 너무 작다 보니 사내연애가 발생하면 문제가 될 거 같아서 평소에 농담삼아 “우리회사에선 고백 금지에요”라고 웃으며 말했었는데 우려하던 일이 터진 것입니다. 좋았던 분위기가 이들 커플 때문에 묘하게 흘러갑니다. A와 B가 동갑이라며 입사 후 며칠이 되지 않아서 서로 말을 놓기 시작했는데, 그 때 확실하게 언질을 줘서 존대하도록 했어야 했나,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위에서 내려왔습니다. 투자하신 분이 회사운영에 개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그 분이 오너이긴 했지만 사무실 방문이 잦아지니 직원들이 불편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초소기업 치고는 급여도 적지 않게 책정해주시고, 가끔식 좋은 곳에서 맛난 것도 사주셔서 좋았는데 마인드가 너무 옛날 방식이었습니다. “달력의 빨간날은 관공서 휴일이지 무조건 쉬는 날이 아니에요. 근로계약서에 그런 부분을 명시해두고, 필요하면 일 시킬 수 있어야 해요” 이 말을 듣고 큰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요즘 그런 회사가 어디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직원들 상처 받습니다.” 본인의 친구 회사에선 그렇게 한다고 하시길래, 그 회사 근로계약서를 한번 봐야겠다고, 가져다 달라고 했지만 이후에 받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후로 이런 부분에서 계속 부딪히게 됩니다. 작지만 배워갈 수 있는 회사, 성장의 기쁨을 맛볼 수 있고, 적은 인원이 원팀이라는 소속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좋소기업’이 될 거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오너분과 상의해서 회사를 1년 만에 매각하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하던 일이 잘돼서 매출도 많이 발생했고 인수하겠다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계속 사업을 이끌어나갔다면 규모는 키워나갈 수 있었겠지만 원래 제가 꿈꿨던 회사의 문화를 만드는 일은 어려웠을 듯합니다. (사실은 그게 하고 싶었던 건데..) 그 당시엔 마음이 흩어진 직원들을 리더십을 발휘해 하나로 모으고, 오너의 압박을 돌파해 나가는 그런 박력이 저에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종종 그 때의 동료들과 아주 가끔씩 연락합니다. 다행히 그들은 지금 모두 ‘좋소기업’이 아닌 좋은 곳에 다니고 있고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 때의 우리의 어설펐던 회사경험이 그들에게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 만약 다시 팀이 된다면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회한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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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0
Sirroco
억대 연봉
2022.04.25
BEST그래서 그 둘은 연애 얼마나 갔나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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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커뮤니티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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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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