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는 성질이 매우 급합니다. 그물에 잡히자마자 바로 죽습니다. 소금을 쳐 보관하는 이유도 금방 죽어 상할 수 있는 고등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고등어회는 주로 바닷가 주변 산지에서만 먹을 수 있습니다. 육지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맛도 좀 떨어지겠죠.
레미콘이라는 녀석은 더욱더 성질이 급합니다. 얘네는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만들어진지 한시간반 안에 운반/타설이 완료되어야 합니다. 지연제라는게 있지만 특별한 상황에서 명확한 관리 하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죠. 한시간 반이 지난 후 레미콘은 그야말로 죽어버립니다. 레미콘의 설계강도는 기본적인 운반/타설시간을 준수했을 때에만 달성 가능합니다.
오늘 많은 기사로도 나왔듯 서울 성수동에 자리잡고 있던 삼표레미콘 공장이 결국 문을 닫습니다. 서울의 도시확장으로 레미콘공장 부근에도 사람들이 살게되었고, 수년간의 민원 끝에 철거가 확정되었습니다. 이제 서울에 남은 레미콘 공장은 세군데 인데 그마저도 강북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문제는 ‘운반/타설 한시간반’에 있습니다. 서울 레미콘 공급의 20%를 책임지던 삼표레미콘이 문을 닫아도 서울 사대문 아파트 재건축현장은 똑같이 레미콘이 필요합니다. 결국 모자란 수요는 더 먼 곳의 레미콘공장에서 끌어와야 합니다. 단순히 혐오시설 한곳이 없어진 차원을 넘어, 서울에서 사용되는 레미콘의 품질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입니다.
지역주민들은 환영하고 있고, 철거공사 착공식에는 이례적으로 서울시장까지 참석했습니다. 레미콘공장 철거에는 서울시 공사현장 품질관리라는 이면이 숨어 있습니다. 레미콘을 고등어 달래듯 조심스럽게 취급해야하는 이유입니다.
혐오시설을 싫어하는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레미콘공장이라는 아이러니입니다. 시민들이 그리지 못하는 큰 그림을 서울시는 그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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