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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분수를 알아라

2022.02.07 | 조회수 3,346
이호석
의회
변변찮은 능력도 스펙도 없는 내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다. 좋은 전략을 제시하여 회사 매출을 늘리고 인정받는 멋진 마케터가 되고 싶었다. 마케팅팀으로 입사했지만 이내 영업기획팀으로 이름이 변경됐고 어드민 관리 및 데이터 정리 업무를 주로 하고 프로모션 관련 업무는 낮은 비중으로 배정됐다. 면접 때 군대 행정업무에서 연대의 엑셀 양식을 만들었다 한 언급에서 시작된 것 같다. 업무 비중이 영업관리 8, 마케팅 2 정도였다. 그것마저도 어려움을 느껴 주말에 틈틈이 엑셀책을 놓고 수식 외우고 피벗 돌려보고 출근하기 급급했다. 제대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생존에 두려움을 느끼던 중 다른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온라인영업(이커머스)팀 이동을 권유받았다. 이직을 고민할 때 한 임원분과 면담했던 기억이 난다. 세 가지쯤? "숫자만 잘 내면 된다" "결국 마케팅이나 영업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매출을 잘 만들면 된다" "온라인은 마케팅이나 영업이나 한 줄기이며 팀 이름만 다르다" 일단 해보자 결정했지만 생각보다 더 험난했다. 제품에 대한 간단한 정리와 제안서를 만들어 보내고, 온라인몰 MD들을 찾아다니며 제안을 하고 본격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4개월이나 걸렸다. 대부분의 MD는 타몰과는 다른 차별화된 특가 및 구성 제안을 희망했다. 예를 들어 평소 만원 판매 제품을 7천원에 특가를 진행하면 그 다음은 6천원을 희망했으며, 타 몰에서는 당연한 듯 6천원 아니면 딜이나 행사 불가로 못을 박았다. 의사 결정권자들은 무분별한 가격 할인은 제품을 썩게 만든다며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결재해주지 않았다. 제품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은 경우 제안은 대부분 불발이었고 경쟁력이 높은 제품들은 선배들이 판매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 회사의 판로가 온라인 외 오프라인 채널도 있었기에 가격 결정권은 받기 힘들었다. 내부적 평판이 높다 느껴지지 않으니 생존의 위기감은 커져갔으며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어떤 행사라도 가능하면 제안서를 넣어 많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수십 번의 행사 중 매출이 잘 나오는 몇몇은 트렌드 이슈 및 카테고리 성수기, 운 좋게 다른 상황과 맞물려있었거나 해당 몰 이벤트 등 나의 능력과 연관성이 크지 않았다. 그걸 나만 인지했던 부분이 아니었는지 MD들도 처음의 적극적 태도와는 달리 판매량이 저조했던 레퍼런스를 언급하며 연락도 잘 안되는 상황이 빈번했다. 매일 제안서 보내고 연락하고 읽음 - 회신없음, 전화 부재중 들을 보며 불안함에 잠에 들었다. 신통방통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다시 영업관리 업무가 추가되었다. 성과를 내고자 하는 마음은 계속 똑같은데 행사 기획 - 제안서 작성 및 트렌드 분석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외부 몰 MD들 벤더사와 연락이 끊어지면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느꼈다. 상황이 답답해지자 업무 외적으로라도 친해져야 연락이 끊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장의 업무와는 연관성이 높지 않은 온라인커머스 관련된 책을 시간나는대로 읽고 온라인몰별 트렌드 분석을 하면서 MD들과 미팅 때 토론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인원들과의 소통은 좋아지는 듯 보였으나 동료들은 내부 소통이 필요한 휴식시간에는 책만 읽고 평소에 일만 늘려놔서 본인들도 반 강제적으로 야근을 하게 된다며 분수를 알라며 시키는 것만 적당히 하라고 불만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갑자기 행사가 많이 집히고 매출이 늘지는 않아 그들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내부 구조조정으로 일부 몰에서 모든 몰 담당자가 되었다. 자사몰의 경우 행사 및 프로모션 관리에 대해 자유도가 높았다. 내부 결재만 잘 받으면 진행해 볼 만한 이벤트가 많이 보였다. 우리는 취급하지 않는 분야의 타 몰에서 잘나가는 제품군을 외부 벤더에서 소싱 해오거나 기존 제품은 트렌드에 따라 노출 및 판매를 변경하자고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를 요청했다. 그때도 여전히 내/외부의 시선은 주제를 알아라, 분수를 알아라 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부 직원들이나 외부 MD들 벤더들이 던진 시선 정도면 대단히 존중해 준 감지덕지인 부분임에도 당시에는 열등감과 패배감, 분노로 시작해서 그럼에도 매출을 늘려서 생존하겠다는 간절함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일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팀장님 한 분이 방향성을 바꿔주었다. "무조건적으로 노력만 하지 말고, 네 돈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해라" 그 이후로 뭘 해야 내가 소비자일 때 돈을 쓸까에 대한 고민이 업무의 0순위가 되었고 진행 중인 모든 몰의 행사들, 타 카테고리 제품군까지 전부 확인하기 전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돈을 쓰고 싶은 지점을 거의 베끼다시피 하여 프로모션을 만들었고 운이 좋게도 매출이 늘기 시작하니 업무에 재미가 붙였다. 덩어리가 커지면서 단순 행사 외 광고 매출 영역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졌고 관련된 업무도 담당하게 되었다. 현재는 광고 보고서와 기획서를 계속 만들고 제안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기존의 경력 때문인지 영업과 관리까지 컨설팅을 요청받기도 한다. 그나마 다른 점은 선후배들이 "네 분수를 알라" 라고 모두가 말하던 시선에서 "이건 좀 어떨까?" 조언을 묻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정도인 것 같다. 이 글에서 업무 역량이 정점까지 올라가서 모든 업무에서 출중한 퍼포먼스를 내는 중이라고 성공사례처럼 긍정적 이야기를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숫자만 잘 내면 된다"가 조금은 채워지기 시작했으나 일에 재미라는 요소가 붙어가면서 성과에 대한 갈증은 과거보다 %가 아니라 배수 단위로 커지고 있는데 모르겠는 일 투성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아 매일매일 배우고 있기에 여전히 밥벌이는 힘들다. 항상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성격이라 한 분야의 장인, 전문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언젠가 모두에게, 나에게 희망이 있을 거라 확신하며 인생에서도 업무에서도, 발버둥치는 사람의 한 명으로 글을 작성해봤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적다 보니 중구난방 식이여서 읽기 힘드실 것 같아 다음에는 더 깔끔하게 작성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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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2
강성웅
이디앤씨 | 
2022.02.07
BEST이런...고뇌하신부분이 너무 잘 느껴집니다... 터닝포인트가 확 와닿네요... 덕분에 쿠팡 어플만 켜면 지르고 싶은게 한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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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커뮤니티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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