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맡은 일 중의 하나가 각종 영업정보를 결합해 통합 관리하고 마케팅으로 연결해 보자는 것입니다. 꼰대(?) 수준의 사회 경력이다 보니, 회사생활을 하며 경험을 통해 IT화의 힘을 굳게 믿고 있는 1인 이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모든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지며 MS OFFICE를 접했던 시절, 대학생 때 쓰던 한글 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능에 환호했었습니다. 엑셀로 관리하는 각종 수치들과 그래프, PPT에서 자유롭게 표현되는 디자인에 매료되어 셀프 학습해 보고서 작성에 활용했었습니다. 덕분에 선배들로부터 이쁨을 받아 각종 프로젝트에 불려다니며 ‘신의 손’이라는 별명도 얻었었지요. IT를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나름의 성과로 인해 인정받는 기쁨이 컸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젊은 시절 연말정산을 하려면 각종 서류를 우편으로 받고, 숫자를 정리해서 합계를 계산해 가며 서류를 작성해야 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전산화가 되더니 이제는 클릭 몇번이면 연말정산이 끝나버립니다. 이 또한 IT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새롭게 느끼는 것은 IT를 활용하면서 어느 순간 일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자동으로 PPT를 열고 각종 그래프와 그림을 그리고 잔뜩 글을 써 넣는게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시 받은 것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찾아서 옮기는 작업을 먼저 합니다. 수십장의 장표를 그리고 나면 나름 뿌듯해 지지요. ^^
최근 영업 관련 프로세스의 전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 누구에게 어떤 면이 좋아지는가?”
엑셀과 파워포인트로 복잡하고 많은 내용을 만들었는데,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정리가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업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인데, 어느 순간 프로그램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일을 시킨 윗분에게 보고를 하려고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종 사용잘르 위해 만들고, 거기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일을 시킨 분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본질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마다 “이 일을 왜 하지? 무슨 결과물을 왜 내야 하는 것이지?” 질문을 하다보면, 그리고 팀원들끼리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샛길에서 다시 본류를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은 정답을 찾아가는 좋은 열쇠인 것 같습니다.
최근 읽었던 책 “지시 말고 질문하라”의 한 문장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저의 사회생활 선배님이십니다. ^^)
“심리적으로 안정된 조직은 리더가 겸손하고, 지시보다 질문을 한다. 구성원이 의견을 말해도 무시하거나 질책하지 않고,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없게 하며, 권한은 위임되고 일은 자율적이다. 창의는 자율 속에서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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