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이 대리 이거 이거 좀 기획해서 보고해 주세요.
이 대리: 네?.... 아... 알겠습니다.
(며칠 후)
이 대리: 팀장님, 말씀하신 기획안입니다. 이 기획안의 목적은 A이고 목표는 1~3번입니다.
팀장: 이 대리, 이거 기획안 쓰느라 수고 하긴 했는데 내가 이야기한 게 아니잖아. 이 대리가 잘 몰랐겠지만 내가 이 업무를 지시한 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야... 왜 내 의도를 이해 못 해? 차라리 내가 쓰는 게 낫겠다. (속으로: 어휴... 왜 제대로 알아서 못하는 거야... 스스로 알아서 캐치하지 못하나? 모르면 물어보던가)
이 대리: (속으로) 어휴.... 말을 해줬어야 알지. 팀장이면 다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지금도 듣고 있을지도, 또는 나 자신이 지금 팀원들에게 하고 있는 말일 수 있다.
이전 첫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회사의 팀장 이상의 직책을 맡고 있다면 "제발 부탁인데 알아서 좀 잘해줘"라는 말을 턱밑까지는 달고 산다. 아마 동기유발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필자가 소통 이전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정보의 공유로 생각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소통이 그 높이를 맞추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기는 하나 무엇을 위한 소통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의 답변일 수도 있겠다.
조선시대에서 리더의 권력은 '글자'에서 나왔다.
글자를 읽고 해석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들과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인 것만 아는 서민 계층의 차이가 결국 권력을 쥔 자와 아닌 자로 나뉘었다. 그래서 최고 권력자의 깊은 뜻을 알리고 공유하고자 세종대왕께서는 한글을 만드시지 않았을까.
현대 시대에서는 '정보'가 그 권력을 대체했다.
정보를 빨리, 많이 아는 자가 타인보다 먼저 움직여 고지를 선점할 수 있고, 더 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더 좋은 성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 어느 누구나 정보를 알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캐내려 엄청난 노력을 투자한다.
[정보 [ information, 情報 ]]
생활 주체와 외부의 객체 간의 사정이나 정황(情況)에 관한 보고.
그래서 정보에는 반드시 생활 주체 → 객체 → 소식 → 평가 → 행동선택 → 효용 실현이라는 사이클(cycle:循環過程)이 있게 마련이며, 이를 ‘정보 사이클’이라 한다. 그리고 ‘정보의 효용’은 어떤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선택에 작용하는 유용성이다. 생물의 진화와 함께 정보의 개념도 복합화 ·고도화하여, 인간의 경우에는 언어나 문자와 같은 고도의 정보매체가 생산되었고, 정보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 불가결의 생활용구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보 [information, 情報] (두산백과)
팀원 시절에는 일 처리 능력 (KSA: 지식, 기술, 태도)이 뛰어나 어느 날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게 되면 갑자기 확 고꾸라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팀장을 맡게 되면 그도 사람인지라 일종의 '권력욕'이 생기는 것이 그런 경우 중 하나이다. 즉, 팀장을 맡게 되면 회사 내외부의 정보를 듣게 되고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정보의 깊이와 폭은 급속하게 달라진다. (일명 고급 정보라고 일컬어진다.) 팀장은 바로 그 정보를 캐치하고 팀원들에게 공유하여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들어야 하는 역할과 타부서와의 협력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이 추가적으로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활용해 오히려 나의 지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팀원들은 모르게.. 나는 팀장이니까... 왠지 우쭐해지는... 그런 감정들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도 생긴다.
회사가 (또는 상사가) 임원/팀장에게 어떠한 정보를 알리고 공유하는 것은 이러이러한 상황이 있으니 비즈니스를 추진할 때 잘 참고해서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주고 회사의 성과 목표 달성에 활용해 주길 바라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듣게 된 권력욕을 가진 리더는 '나만 알고 있어야지.... 팀원들이 이것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 내가 이걸 알려주면 내가 좀 불안해지는데?" 등등 리더만 알고 있어야 하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말 팀원들이 알면 심하게 동요되거나 특정한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와 같이 정말 말하기 어려운 정보들도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나도 팀원 때는 그런 상사들을 보며 난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이게 누적이 되면 모두가 예측할 수 있듯이... "너희들이 이 사실을 모르니 일을 이따위로 밖에 못하지...." 이러한 말만 되뇐다. 나 혼자만 알고 있으려고 하니 팀원의 성장이 어디 있으며 성과는 또 어디 있으랴.... 목만 아플 수밖에....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A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데 구성원은 그걸 모른다. 또는 방향성은 알겠는데 왜 그러한 방향성으로 추진하고자 하는지 설명은 없고 무조건 하라는 식이다. 많은 기업들이 구성원들에게 "제발 회사(또는 리더)랑 같은 방향을 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가주세요.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라 생각해요"라고 외친다. 이걸 들은 구성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당신들 만큼 아는 정보도 없고 이야기도 안 해주는데 어떻게 한마음 한뜻이 되나요? 스스로 알아서 하면 나중에 또 어떤 걸로 딴죽 걸려고요?"라는 질문이 당연하게 나오지 않나? 중요한 건 왜 그러한 결론들이 도출될 수밖에 없었나 하는 배경에 대한 정보의 공유로 생각의 높이 /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스타트업 위주로 타운홀 미팅과 같은 행사들을 통해서 회사의 현황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사업 추진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 즉, 회사 (또는 리더)가 알고 있는 정보와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해 알아야 할 정보의 격차를 최소화해서, 한 방향을 바라보고 일사불란하게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동기부여가 아니라 스스로 잘 해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동기유발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정보의 공유를 통해 생각의 격차를 줄이게 되면 회사의 미션이 무엇인지, 비전이 무엇인지,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왜 이렇게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합의와 동의가 이루어지는데 훨씬 수월해지고 최소한 납득이라도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되어야만 회사가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팀은 이렇게 기여를 해야 하고 그럼 나는 팀을 위해 이렇게 기여를 해야 할 테고 그럼 나는 이런 역량을 더 키워야겠구나 하고 체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즉 스스로 움직이고 성장하도록 만드는 단초가 될 거라 믿는다.
정보의 공유로 눈높이를 맞추자는 말은 최근 들어 많이 듣게 되는 'Why?: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약간은 다르다. 눈높이를 맞춰 스스로 정말 필요성과 욕구를 느껴 찾아 알아서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하도록 동기유발하는 것과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과는 미세하지만 좀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즉, 방향성에 동의하고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과 맘엔 안 들어도 최소한 납득이라도 시키는 것과의 차이다.(이 부분은 좀 논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순전히 제 개인적 의견으로 봐주십시오)
사실 필자도 신입사원부터 까라면 까라는 식의 명령을 받고 그냥 무작정 업무를 처리했던 것에 익숙했던 사람이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돌아보고 반성을 하고 있다. 그런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니....
아무튼.... 리더 여러분,
또 한 번 강조하지만 구성원들이 나의 뜻대로 스스로 알아서, 기쁘게, 의욕적으로 일을 하게 만들려면, 동기유발을 시키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부터 풀어놓고 충분히 이야기해 주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정보의 깊이와 폭이 비슷해져야만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는 게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해주길 바라십니까....
정보, 권력의 상징인가 공유의 대상인가?
2022.01.28 | 조회수 2,322
이한주
인지어스유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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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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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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