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넛지로 사용하는 기술!

2022.01.13 | 조회수 653
Dim2
끝까지 읽지 못해서 아쉬운 책 중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첫번째는 몽테뉴의 [수상록]이다. 변호사는 아니셨지만 법조인으로도 일했던 분이라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살짝 동질감도 느꼈다. 그러나 그 훌륭한 분이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며 쓰신 책이라 내가 따라가기에는 주제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다. 하지만 ‘내가 명색이 곽교수님 민법시리즈를 읽은 사람인데’ 하는 오기로 꾸역꾸역 버티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자녀교육에 관해서 어느 귀족부인에게 보낸 편지 부분에서 그만 질리고 말았다. ㅠㅠ. 읽다 말고 포기한 책 중에 두번째로 생각나는 것이 [넛지]다. 생각나는 건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그림 밖에 없다^^. 오늘 퇴근길에 듣던 강의 중에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고 한 부분이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이리저리 굴려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기술이든 개개인 차원에서는 얻는 것이 있는 반면 잃는 것이 있고, 더 확장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행동을 유발하고 또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행동을 저지한다.’ 네비게이션이 길맹을 만들고, 현란한 PPT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화장실 전등을 푸른색으로 바꾸면 마약투약을 꺼리게 하고(정맥이 푸르죽죽하여 푸른 불빛 아래에서는 정맥을 찾기 힘들다) 원통형 벤치는 취객의 노숙을 막는다. 기술이 넛지다. 사실 기술이 넛지라는 것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실감한다. 넛지는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게 하거나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하는 트리거라 할 수 있을텐데 요즘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넛지에 사로잡힌 느낌이다. 내가 페이스북에 긴 글을 자꾸 올리는 것은 십수년 지난 다음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면 옛날을 되돌아보기 위함이지만 이런 거창한 목표는 가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ㅇㅇ님,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하는 제안이 부담감을 덜어준다. 나중에 되돌아볼 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까 걱정할 것 없이, 페친들이 혹여 내 글을 읽고 지겨워할까 고민할 것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릴 마음이 생긴다. 별것 아닌 표현이 내게는 강한 넛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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