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아들이 입다 남겨둔 티셔츠 몇 개를 내가 입고 있다. 아들의 키와 덩치가 커서 나보다 한 치수 크게 입는다. 그러니깐 아들 옷을 내가 입으면 약간 헐렁한 구조다. 그러나 버리지 못한 것은 꽤 값이 나가는 메이커가 있는 제품들이다. 어릴 때 우리 어머니가 사준 옷은 시장표라며 안 입겠다고 울었던 아들이 생각난다.
난 대체로 시장표, 난전에서 옷을 사 입었다. 양복도 철 지나 이월 상품을 대체로 사 입었다. 무슨 유행도 안 타는 남자들의 옷을 굳이 비싸게 신제품을 사 입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날 백화점 데리고 가는 게 소원이었는지 모른다. 가끔은 날 모르게 혼자 가서 꽤 비싼 옷을 사 오곤 했다. 마지못해 입는척하고 입었던 게 요즘 입는 옷들이다.
사실 내가 산 옷은 품질이 좋지 못하다. 아내가 사 온 게 좋은 것은 틀림없다. 어젠 퇴근하니 백화점에서 할인을 크게 해서 사 왔다며 슈트 상의를 입어보라며 꺼내 놓았다. 난 가격을 묻지 않았다. 아내가 좋아했고 내가 보기에도 좋았다. 역시 백화점 제품이 좋은 것이 맞다.
퇴근 전에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 한 분과 소주 한잔했다. 요즘 내 유튜브를 계속 보며 모니터를 하고 있다며 날 부러워했다. 마지막에 하는 말. "양보다 질입니다." 그 따끔한 말을 듣고 나니 내 방향이 섰다. 백화점 옷이 좋듯이 유튜브도 품질로 승부을 걸어라는 조언. 아들 옷이라도 질이 좋으니 버리지 못하고 입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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