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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전풍론

2021.12.11 | 조회수 2,883
DC10
글을 보다가 어느 댓글에 삼국지 군웅중 한명인 원소의 모사 전풍 얘기가 나와서 그것과 관련되서 써보게 됩니다. 전풍은 삼국지에서 능력이 있고 지혜롭지만 주인을 잘못만난 불운한 책사중 한명으로 등장하는데요. 삼국지의 운명을 가른 관도대전 직전에 조조의 참모인 순욱은 원소군 장군과 문신들에 대한 인물평을 내리면서 전풍에 대해 강인하나 윗사람을 거스른다는 단점을 지적하지요. 여기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것이ᆢ 1. 윗사람을 거스르는것이 단점? 내로남불 윗사람의 뜻을 거스르는 단점 중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조조군에 있었는데, 그가 곽가입니다. 곽가는 자기 계책을 채택 안 하면 조조의 바로 앞에서 침을 뱉는 등 무례함도 서슴치 않았는데요. 원소의 영토 평정전에서 으뜸가는공을 세우고 먼저 저세상으로 가버려 적벽대전 패배후 조조가 곽가만 있었어도 이지경까진 안갔을텐데 하고 한탄하게 만들었지요. 곽가의 경우를 생각하면 순욱의 주장은 셀프디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윗사람을 거스르는 성격이 개인이나 조직에 파국을 부르려면 케미스트리가 정말 안좋은 경우로 한정해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등장하는 유비의 참모 법정도 곽가와 비슷한 성격이었고, 오나라 손권의 중신인 장소도 꼬장꼬장한 성격이었지만 잘 끌고나간걸 보면 말입니다. 물론 그런 주인을 잘못 택한것을 문제삼을 수는 있을거에요. 그런데 당시 기주 호족세력에 가까운 전풍이 저 남쪽의 유력 군벌들(조조, 유비, 손권)을 찾아가는게 가능하진 않았겠죠. 더군다나 원소는 당시 조조를 능가하는 최강자에 가까웠고요. (유비같은 사람은 그냥 객장)지금으로 보면 대기업에 근무하던 사람이 토스나 당근마켓 등으로 이직하지 않았다고 해서 딱히 그사람의 판단을 문제삼진 않을것 같아요. 관도대전과 같은 기적이 현실에서 일어나는건 정말 어렵기도 하고요. 2. 입장이 다른데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원소와 전풍 사이 웹툰 송곳에서 보는 통찰력 있는 대사중 "사는곳이 바뀌면 생각도 달라진다."는 얘기가 있었죠. 대표의 입장과 부하의 입장이 다르면 판세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는 것이 이 부분이죠. 원소와 전풍이 크게 대립했던 협천자, 즉, 황제인 유협을 데려오는 문제로 설명하자면 한 황제는 거의 대부분의 명사들이 명분으로 삼고 있었고, 그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 천하통일을 이루는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참모라면 자기 주인에게 상기시키는 게 맞았습니다. 문제는 대표인 원소의 입장인데, 원소가 생각하던 헌제 유협은 동탁이 세운 괴뢰황제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서 한때 유주자사이자 황족인 유우를 황제로 올리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방침을 180도 바꿔서 황제를 모시자고 하기는 어렵겠죠. 전풍의 제안이 정석인건 알겠는데, 본인의 정치적 포지션하고 정확하게 대치되는것을 실행하자고 하는것이 쉽지는 않겠죠. 결과론적으로야 관도대전에서 원소가 패해서 이 결정이 패착으로 드러나 전풍의 제안이 옳았다고 보겠지만, 이 결정이 또다른 문제를 만들지는 또 아무도 모르는거니까요. 현재도 많은 회사에서 대표와 주요 임원들간 회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이 타협점을 찾기 힘들겁니다. 서로의 입장이 그동안 밟아왔던 커리어, 동원 가능자원에 대한 인식, 사회경험, 가치관에 따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비록 전풍과 같이 원소 제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참모라도 같은 길을 함께 가기 어렵게 되지요. 뭐 그래도 관도대전 전까지는 함께 가긴 했으니ᆢ 3. 윗사람을 거스르는 참모라는데, 또 그 의견은 잘 따르는 대표. 이건 뭐하자는거지? 관도대전 당시 전풍은 원소에게 농사에 힘쓰고 백성들을 위로하고, 여양(황하 이북 원소 영토 국경지대)에 주둔하여 차츰 하남(원소 영토 인근 조조 영토)에 군영을 짓고, 정예기병을 나눠 파견해 허도(조조의 수도이자 황제가 있는곳)주변을 공략할것을 제안했으니 원소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이 과정에서 전풍의 반대파였던 곽도가 속전속결 정공법을 주장하면서 여론을 이끌었고 이에 원소가 곽도 안을 수용하고, 전풍에게는 수도인 업에 근신처분을 내리죠. 그런데 관도대전의 진행양상을 보면 원소가 했던 전략이 저대로 흘러갑니다. 조조가 황제를 기만한다는 여론전을 펼치고, 유비를 예주로 보내 토착 세력 유벽과 연합하여 후방을 위협하고, 그러면서 관도에 대군을 파견하는ᆢ 전풍이 제안한거랑 똑같이 실천했는데요. 참, 이 과정이 지저분하다면 지저분할 수도 있는것이 명목상으로는 모두의 의견을 취사선택해서 조합된 전략으로 결정을 한거긴 한데, 껄끄럽던 외부영입 경력직(전풍은 근거지인 기주 출신, 원소는 곽도와 같은 하남 영천 출신, 즉, 원소는 기존 회사를 인수하여 주인이 된것과 비슷한 입장입니다.)을 자기가 직접 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데리고 온 인사를 통해 회의에서 의견을 주도시키고, 모두의 의견이라는 포장을 이용해 견제하고, 그의 주장중 엑기스만 취하는 방식을 쓴거라고 볼 수 있지요. 4. 위를 거스르는 자라는 낙인과 비애 전풍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에서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인수합병이 결정된 회사의 간부급. 자타가 공인하는 능력자이지만, 점령군과 함께온 대표 입장에서는 언젠가 쳐내야할 박힌돌에 가깝고, 함께온 직원들 입장에서는 경쟁자에 가깝다보니, 존재 자체로 견제 대상이 된 입장이니 누굴 탓할 수 있겠습니까? 슬프게도 원소라는 조직이 드라마틱하게 몰락해서 전풍이 빛나보이는거지, 성공한 조직이나 현상유지하는 조직에서 비슷한 사람이 생기면 조직의 신진대사나 세대교체에 있어 걸림돌이 된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는게 잔혹한 현실이지요. 나중에 전풍에 대해 저렇게 깎아내린 순욱도 조조와 입장차가 벌어지자 바로 견제받아 자결한걸 보면 순욱은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것일수도ᆢ 이런 저런 케이스들을 보면서 누군가의 능력, 선택에 대해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을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원소라는 인물이 집안에서 첩의 자식이라는 핸디캡이 없었다면, 그의 근거지가 황하 이북이 아닌 원래 근거지인 예주였다면, 전풍이 원소의 초창기 멤버나 최측근이었다면, 그들의 미래, 아니 하다 못해 케미스트리가 좀더 다른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원소가 그렇게까지 전풍을 뒤에서 조지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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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4
이과자앙
2021.12.12
BEST너무 재미있어서 긴글이지만 끝까지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거의 신급에 가까운 인물이였는데 제갈량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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