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원이 좋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회사원이란 일개 회사원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업장은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그저 단출한 책상 위에 컴퓨터와 모니터를 놓고 잘 돌아가지 않는 워드와 엑셀을 가지고 낑낑대고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건설 현장에서 설계도를 들고 동료들과 씨름하며 일을 진척시키고 있을지도,
누군가는 거창한 책상 위에 8대정도의 모니터를 두고 글로벌 시황을 지켜보며, 투자 결정을 하느라 머리를 싸메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 회사원이다. 월급이 없으면 이번달 지출을 걱정해야 하고, 내가 일하지 않으면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가끔 들리는 주변의 소식에, 유튜브의 영상에, 늘 먹던 맛있는 구내식당의 밥맛도 씁쓸하다.
코인 투자로 수억대 수입을 거둔 친구..
부동산 갭투자로 생계탈출했다는 유튜버,,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모두가 그렇게 될수도 없고, 되지도 않고, 될 필요도 없다.
이건 어떤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된 자가 나쁘지도 않고 못 된자가 정당한 것도 아니다. 그냥 자본주의 경제 게임의 결과물일 뿐이다.
많은 이들이 투자게임에 뛰어 들어 열을 올리고 절정에 이를 쯤에, 빨리 스마트하게 뛰어든 선수들은 빠져 나가고 다음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그 모든 실패는 후발주자의 몫이 된다.
또 다른 다수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돈도 시간도 재주도 없다.
하지만 머리와 손이 모두 부지런해 위너가 된 자도 빌런이 아니다. 대단할 뿐이다. 다만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될 수도 없다.
떠나기 전까지는, 모두가, 당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회사원인 것이다. 주눅들 필요도 없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내 책상 위의 노트북과 모니터, 그리고 조금 사치를 부린 고급 무선 키보드와 블루투스 마우스가 정겹다. 이 녀석들이 나의 친구들이고 동반자다. 아마 다른 이들도 크고 작음은 있겠으나 나름의 애정과 애착을 가지고 있으리라.
회사원으로 사는 그 날까지는, 돈 벌고 일하는 회사원임에 당당하고, 크고 작은 자부심과 보람, 즐거움을 마음껏 누려야 하지 않을까.
춥고 건조한 계절이지만, 나는 회사원이 좋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