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졸린 화요일 오후
나는 어느 아름다운 들판 한가운데에서 눈을 떴다.
눈앞은 온통 푸른 보리밭,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아무런 기억도 나지를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 하늘이고, 내 앞에 펼쳐진 것이 청보리밭이라는 것을 알 뿐, 아무것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그런데 더 의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조금 전에,
그러니까 눈을 뜨기 조금 전에 일들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나는 강남구의 어느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저그런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오수를 청하던 참이었다. 나는 분명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였다.
'그럼 그 모든 것들이 다 꿈이었단 말인가?'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내가 푸른 보리밭에서 잠깐 잠이 들어 꿈을 꾼 것인가? 무엇이 진짜 나란 말인가?
나는 혼돈스러운 마음에 얼굴을 찌푸리고 나의 머리칼을 부여잡고 몸을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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