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간 종료 1주일 남은 바로 오늘, 결국 사장은 출근하자마자 저를 불러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번 주 까지만 일해라.'
사실 별로 당황스럽지도 않은게 결국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제가 성과를 못 내었다는게 큰 이유겠지만, 부가적인 이유를 들자면 오더를 내리는 사장과 실장이 결국 지쳐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기획'이라는 걸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2개월 동안 유튜브 조회수가 '우리는 전문 편집자가 있으니 잘 오르겠지?'라는 망상에 빠져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이게 왜 안오르지?'라는 고민을 잠깐이나마 했었고, 저의 실력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영상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자격증 공부를 한것도 아닌, 단기간 독학과 야매로 배운 것들을 그대로 써먹는 격이니 저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애초에 회사. 즉, 사장이 원했던건 예능을 컨셉으로한 브이로그 및 일상물, 직원들의 재미있는 일들을 담고자 하는 마음을 잘 알겠으나, 하루 종일 카메라만 들고 따라다니면서 촬영을 하는건 말도 안 되는 일. 촬영을 하는 본인도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니 결국 예능은 폐기가 되어버렸고, 결국 차선책으로 제가 제안한 시네마틱 컨셉으로 일을 하는 멋있는 장면이라도 담고자 작업하는 영상을 계속 찍고 편집하면서 조금은 회사에 걸 맞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사장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 오전에 편집하고 업로드한 영상을 보시더니 '이걸로 보여주고자 하는게 뭔데?'라고 딱 잘라 말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역시 이 회사는 글렀다.'. 수습기간 종료 및 해고 통보도 이 영상을 보고 난뒤에 말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날은 일거리도 없었고, 겨우 쥐어짜내서 했던 일이 가맹점 사장님들 홍보를 위한 블로그 스킨 제작이었습니다. 마침 포토샵을 다룰 줄 알다보니 어찌저찌 해서 하고는 있었지만 하는 갑자기 찾아온 메스꺼움...
왜인지 모르게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마음은 해고를 예상하고 받아들였는데 몸이 받아들이지 못했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첫 직장이니까 1년은 채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결국 이렇게 저의 첫 직장생활은 월급날인 10일을 끝으로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고작 수습 2개월 따리 무경력 신입 편집자가 되었지만 그 만큼 이 회사에서 얻은 교훈이 있기에 그렇게 썩 나쁘지 않은 직장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편집자로 취업하고 싶은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몇 가지 팁을 남기고
저는 내일 출근을 위해 자러가보겠습니다.
1. 영상제작은 당연하게도 기획 / 촬영 / 편집 +@ 유튜브 썸네일 나뉘어져 있지만, 일부 중소기업은 기획과 편집을 같이 묶어서 뽑는 경우가 많아서(당연히 인건비 때문...) 자신이 기획에 재능이 있거나 또는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기획에 대한 경험이 있지 않다면 거르는게 좋습니다. 회사 내에 전문 기획자 및 PD가 없을 경우 기획은 전부 당신의 일이 될 것입니다.
2. 1번과 맥락은 비슷합니다. 편집 스타일은 개개인 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편집자의 성격에 따라서도 편집 스타일이 다릅니다. 자신이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성격이라면 예능 편집에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매사 진지하고 유머가 없는 편집자들은 예능 편집에 매우 거부감이 들겁니다. 만약 지원한 회사에서 예능 및 브이로그 같은 영상을 만든다고 하면 한 번은 고민해보셔 할겁니다.
(+촬영, 편집만 하면 큰 부담은 없겠지만 저 처럼 기획까지 떠앉게 되면 진짜 고통입니다.)
3. 영상 편집자는 아무래도 프리랜서가 많다보니 지금까지 보셨던 글들을 공감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게 더 익숙하시다면 사수가 있는 회사로 가시는 걸 적극 권장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영상 편집자를 처음 고용한 케이스인지라 사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직장 선배에게 일을 배우면서 일하는게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다는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혼자 일 하는게 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때로는 인터넷에서 템플릿이나 강의 영상을 찾는 것보다는 현장 실무자에게 육성으로 듣고 따라하는게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4. 면접을 보러가는 회사의 사장이나 또는 직속 상사가 될 사람이 유튜브나 영상 제작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단기간에 조회수 및 구독자 대박을 터트리길 바라는 유알못(유튜브는 모르는데 유행이니까 한 번 해볼까? 라는 식의 졸부 케이스)이라면 본인이 직접 설명하거나 설득 시킬 능력이나 깡이 없으시다면 그 회사는 본인과 맞지 않는 회사라는 걸 체감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다보면 그냥 '프리랜서'를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것이 현 실태에 가장 적절한 직업이라 생각하고는 있지만 출퇴근을 하며 정당한 월급을 받는 부모님의 소망을 위해서라도 해고 통보를 받은 오늘 다시 한 번 구인글을 뒤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열일하시는 회사원분들 그리고 아직 생소한 직업이라 여기저기서 고통받고 있는 젊은 영상 편집자 회사원 및 프리랜서 분들 응원합니다.
결국 해고 통보 받았습니다
2021.09.06 | 조회수 934
공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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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냐냐냐
BEST제 생각이지만, 님은 확실히 그 회사에서 성장했고 생각 정리를 훌륭히 하신 것 같네요. 앞으로 더 잘되실 겁니다.
2021.09.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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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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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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