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앱을 설치하고 오늘 가장 인기있는 글을 받아보세요
오늘 가장 인기있는 회사생활 소식을 받아보는 방법!

공채를 뚫지 못한 방송 노동자, 벽이 너무 크게 다가옵니다.

2021.08.04 | 조회수 658
포희
안녕하세요. 매번 눈팅만 하다가 요새 고민이 깊어져 글을 작성하게 되었어요. 글이 매우 길고 장황하지만, 어리석은 젊은이의 넋두리로 이해해주시고 긍휼한 마음으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2년차 현직 교양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몇 개의 팀을 경험하고 현재는 ‘입봉’을 하여 외주 제작사에 몸담고 있습니다. 원래는 PD를 지망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벌이를 멈출 수 없어 먼저 방송 업계를 배우기 위해 현직 공중파 PD의 제안으로 작가일을 시작했습니다. 허나 몇번의 공채에서 좋은 소식을 내지 못하고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전전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20대 중후반입니다. 공채에서 서류를 내며 나이가 슬슬 신경쓰이기 시작했어요. 매우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며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 언론계 진입을 희망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요건이지만,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저는 이 일을 하고 있고, ‘공채 출신이 될 수 없다면 방송가를 떠나야하는가?’ 를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마 듣고 보아 아시겠지만, 방송작가 노동 환경 및 강도 대비 수입과 권리가 너무도 절망스럽습니다. 그리고 ‘방송국’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화려함과 권위와 묻혀 함께 일하는 공채 노동자와 저와 같은 비정규직의 세계를 지독하리만큼 갈라놓는 것 같아서 숨이 막혀옵니다.. 주에 60시간은 기본으로 일하는데도 급여는 20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월차, 연차 등 근로자로서 권리는 그저 남의 일일뿐이지요. 그저 성격 좋은 본사 PD를 만나는 행운만 기다려야합니다. 프리랜서가 무슨 연차냐고요. 방송이 잡힌 날이면 이른 아침 출근하고, 재택을 시행하게 되면서 집과 일터의 구분이 무너지고, 밤에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업무에 매진하지만 제겐 그 흔한 명함 한 장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로 불리우지만 과연 이것이, 온갖 섭외와 회유, 홍보를 오가는 이 잡스러운 일에 작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맞는지조차 의문이 들곤 합니다. 정작 기획이나 아이디어 단계에서 제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어도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는 일을 몇 번 경험하고, 위에서 조용히 아이디어만 가져가시는 것을 보니 아무런 지위와 자율성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제가 한 무언가 결과물이 남는다는 느낌을 받기 힘듭니다.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만약 내가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더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모든 팀이 이런 것은 아니지만…. 월 200만원도 지급하지 않는 이 업계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딴 생각도 많아지고, 버티기 점점 힘이 듭니다. 특히 지금 속해있는 팀에서는 근무시간에 1분내로 카톡 답장을 하지 않으면 ‘?’를 연타로 보내오는 상사가 계십니다. 너무도 성격이 급해 실시간으로 섭외를 지시하고, 원하는 시기에 섭외 성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너무도 티가 나게 감정을 쏟아 내십니다. 그 외 정당히 비용을 내서 거래해야 하는 건에 대해 지인을 동원해 무료로 인터뷰를 시키고, 출연자에 대한 뒷담화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툭툭 던지고, 촬영 소품으로 필요한 가전 등을 마련하지 못해 자취를 하는 제가 개인 물품을 챙기는 등…. 꼭 아마추어 학생 미디어 제작 집단이 하는 것마냥 열악한데도 아무런 자율권도, 주인의식도 발휘하기 힘든 환경이네요. 와중에, 프리랜서 피디의 구인난으로 인해 얼마전에 제작사에서는 3년제 전문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을 실습생으로 데려와 적은 임금을 주며 ‘PD’ 직함을 구두로 부여하고 제 파트너로 붙여주었습니다. 당연히 그 친구는 업무를 아무것도 모르니 안그래도 열악한 제작환경에 어려움이 더해졌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 팀이 ‘별로’지만, 그럼에도 이 업계에서 최악은 아닐 거라는 점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방송팀과 제작사는 근로자를 인격적, 시간적으로 압박하며 프로그램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저와 같이 시간당 급여로 책정했을 때 최저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팀원들이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 걸까요…. 공중파 메인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저희가 기여한 방송이 송출되지만, 그 이면에는 얼마나 엉성하고 미흡한 환경이 있는지…. 솔직한 마음으로는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방송국을 권위와 신뢰의 상징으로 여기는 순진한 시청자들이 많으시니까요. 이런 시스템이 그분들의 신뢰를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속상합니다. 어리석은 편견이기를 바라지만, 슬프게도 여초집단이 외어버린 이 세계에서 더욱 사람을 쥐잡듯이 잡고, 겨우 생활을 이어갈만한 급여를 주고, 개인의 시간과 자유를 지나치게 침범하고,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무조건적인 복종을 바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과연 피나는 노력을 해서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것만을 노리는 것이 답일지… 너무 늦기전에 미련을 정리하고 이 업계를 떠나야 할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민이 됩니다. 분명, 인하우스에서는 제가 감히 헤아리기 어려운 또다른 어려움과 갈등이 있겠지요. 두서없는 하소연으로 머리를 어지럽혀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그저 어디라도 이야기 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간단한 조언이라도 건네주실 수 있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닉네임으로 등록
등록
전체 댓글 6
프로정산기계
2021.08.06
BEST잘 아시겠지만.. 그 생활은 계속될 겁니다. 오히려 미래엔 더 심해질 수도 있고요. 방송국의 수익성은 정체돼 있거나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데, 정규직이 과거만큼의 처우를 보장 받는다면, 회사는 비정규직을 싸게 부림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려 하겠죠. 방송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글쓴이님 글 실력으로 미뤄보았을 때, 지금 하는 노력을 다른 업계에서 하신다면 적어도 지금보단 훨씨 나은 여건으로 살 수 있을 거예요. 방송보단 본인 인생을 먼저 살피셔요.
4

리멤버 회원이 되면 모든 댓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김커뮤니티
2020.07.01
BEST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154
김커리어
2020.07.01
BEST리멤버 회원을 위한 경력 관리 서비스, 리멤버 커리어를 소개합니다. 당장 이직 생각이 없어도, 좋은 커리어 제안은 받아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리멤버 커리어>는 리멤버에서 새롭게 출시한 회원님들을 위한 경력 관리 서비스 입니다. 능력있는 경력직 분들이 <리멤버 커리어>에 간단한 프로필만 등록해두면, 좋은 커리어 제안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단 1분의 투자로 프로필을 등록해두기만 하면, 기업인사팀이나 헤드헌터가 회원님께 꼭 맞는 제안을 직접 보내드립니다. 지금 바로 <리멤버 커리어>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나보세요!
21
대표전화 : 02-556-4202
06235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5층
(역삼동, 포스코타워 역삼) (대표자:최재호)
사업자등록번호 : 211-88-81111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16-서울강남-03104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서울강남 제2019-11호
|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2020-3220237-14-5-00003
Copyright 2019. Drama & Compan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