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서초, 서초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평소에 그렇게 짜증 나던 지하철의 열기도, 이대리의 앞, 뒤, 양옆에 꽉 끼어 온갖 땀 냄새, 입 냄새, 정수리 냄새를 뽐내던 사람들도, 문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며 출발하는 데 한참이 걸리던 2호선도. 오늘만은 하나도 짜증 나지 않는 이대리였다. 쌀쌀한 날씨에 춥던 차였는데 온도가 올라가 딱 상쾌한 온도가 만들어진 것 같았고, 사람들은 오늘 모두 향수를 뿌렸는지 곳곳에서 좋은 향기만 났다. 오늘 기관사 아저씨는 베테랑이신지 서초에서 강남 가는 난코스에서조차 부드러운 코너링을 선보이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선사했다. 시몬스. "너무 짜릿짜릿 몸이 떨려 Gee Gee Gee Gee Gee~ 오 좋은 향기~ Oh yeah~ 오 좋은 느낌~ Oh Yeah Yeah Yeah~" 어제 잃어버린 에어팟 한 쪽은 (당연히) 찾지 못한 탓에 이대리는 오른쪽으로만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출근길에 듣던 그 어떤 노래보다 신나고 풍성한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대리가 좋아하는 여러 아이돌 중에서도 그는 가장 기분이 좋을 때만 소녀시대를 찾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순간에만 듣는 건 이대리 맘속 베스트 송 <Gee>였다. 그리고 오늘 이대리는 Gee를 13번째 반복 재생 중이었다. "이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이대리는 눈 깜짝할 새 강남역에 도착했고,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으며 내릴 준비를 했다. 오늘만은 강남역에 같이 내리는 사람들마저 다들 친구 같았고, 다들 어깨동무라도 같이 한 채로 계단을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지만 이내 그것은 자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들 나처럼 시원하게 돈을 딴 건 아닐 테니까. '다들 열심히 일하러 가시죠!' '좋은 아침입니다!!' '하하하핫!' -- 이대리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갈 날도 다음 주로 성큼 다가왔고, 이대리는 강남역에서 내려 회사로 가는 동안 풍광 빌라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번 주에도 전화를 한 번 했지만 '곧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자동응답 메시지만 남겨놓고 다시 연락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을 몇 채나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는 항상 바빠 보였고, 전화를 안 받는 일도 예전부터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다시 연락이 오곤 했음에도 이번엔 연락이 없는걸 보고 평소 같지 않다고 생각하던 이대리는, 이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 건물주님이 신경 쓸 일이 많은가 보지. 지금은 누가 와서 이대리의 뺨을 한대 날려도 '사정이 있었겠지.'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너그러워진 상태였다. 아아. 인생에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졸졸졸졸..... 짹짹! 짹짹!.. 졸졸졸졸.... 짹짹! 짹짹!" 이대리는 시냇물에서 물이 흐르고 새가 우는 컬러링을 한참이나 들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내일쯤 다시 해보고 안되면 부동산에도 전화해 봐야겠다..' 이대리는 어깨를 펴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회사 입구에 들어갔다. -- "이대리, 커피 한잔할까?" 이대리의 어깨를 툭 잡으며 말을 건넨 건 조과장이었다. 아아 조과장님. 당연하죠. 과장님이 가자면 커피가 아니라 지옥이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오늘따라 정말 잘 생기셨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회사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2잔 뽑은 채, 그 앞 벤치에 이대리와 조과장은 자리를 잡았다. 이대리가 오는 길에 들었던 컬러링 같은 새소리가 울려 퍼졌고, 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완벽한 날씨였다. 조과장과 이대리의 표정 또한 행복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 "과장님 커피는 제가 시도되는데.. 제가 과장님께 받은 것도 많고. 흐흐." "아니야 아니야. 이거 얼마나 한다고. 그리고 커피로 퉁 치려고~?" "아니죠! 헤헤. 제가 진짜 참치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과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아니야~ 투자는 본인 선택인데 뭐. 그리고 참치는 나중에 실현하고 나면 사줘. 아직 갈 길이 머니까." "아 네.. 하하.. " 이대리는 눈치를 살짝 보고, 말을 이어갔다. "사실 과장님, 전 어제 다 팔았어요.. 자동 매도 걸어놔가지고.." 조과장은 고개를 휙 돌려 이대리를 쳐다봤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을 한 채로. "진짜?? 다 팔았어?? 왜?" "모르겠어요.. 그냥, 될까? 하고 걸어놨었는데, 밤에 덜컥 체결되더라구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음... 그래...?" 잠시 버퍼링이 걸리던 조과장은 이내 하던 말을 계속했다. "잘했네! 익절은 항상 옳지. 축하해 이대리~ 돈 많이 벌었겠네. 그래도 좀 아쉽긴 하다. 아직 갈 길이 한창인데." "아 그래요..? 과장님은 하나도 안 빼셨어요..?" "응 난 하나도 안 뺐지~ 나는 최소 10배, 목표가 20배 잡고 갈 거야. 오늘 아침에 뉴스도 하나 나왔던데? 이거 앞으로 한참 갈 거라고 믿고 있어~" "흐, 아쉽네요... 하긴 저 어제 팔고도 좀 더 올랐더라고요. 그거 한참 보다가 잤어요 어제." "아냐아냐. 익절 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어. 투자는 본인 판단이니까." "그래요...? 후.. 다시 들어가 볼까요 과장님...? 이거 축제가 안 끝났는데 너무 일찍 퇴장한 건가..?" "아니야 이대리~ 익절은 항상 옳다니까. 그런데 한번 생각하긴 해봐 봐. 뉴스도 한번 보고." "넵. 그런데 참치는 일단 사드리겠습니다. 헤헤." "됐어 이대리~ 그 돈으로 키티코인 더 사고, 나중에 그걸로 집 한 채 산 다음에 참치 사줘. " "하하. 알겠습니다 과장님." 이대리는 커서 (이미 다 컸지만) 꼭 조과장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 어제 큰 회의가 끝난 탓에 할 일이 별로 없던 이대리는,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코인 어플을 켰다. 아니, 사실 할 일이 많았어도 코인 어플을 켰을 것이다. 조과장이 말해준 그 뉴스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이퍼-스마트컨트랙트 인증 시스템 도입한 국산 코인, 글로벌 시장 박차... > <혜성처럼 떠오른 키티코인, 급등이유 왜?> <'미국 MIT출신과 협업해서 이룬 성과죠' 키티코인 개발자 비공개 인터뷰...> <키티코인, 美 쇼핑 사이트와 결제시스템 협업 예정... 아마존 기대감에 투자자들, '술렁'>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와 종목 정보 창의 '뉴스' 칸이 뜨거웠고, 창을 새로 고침할 때마다 새로운 기사들이 업로드되고 있었다. 내용은 대부분 대동소이한 것들이었지만 그만큼 시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였으므로, 뉴스 창과 함께 이대리의 심장도 뜨거워졌다. '그러니까.. 대충 핵심은 코인 쪽 신기술을 개발해서 적용했고, 미국에 진출하려고 한다 이거구나..' 이대리가 기사를 몇 개나 찾아보며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결과, 결론은 그거였다. 그 신기술이 뭔지 찾아보려 더 검색을 해 봤지만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키티코인 사이트에도 그 명칭만이 게시되어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참이나 그 기술을 찾던 이대리는 그것이 기밀이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짐작했고, 찾아봤자 문돌이는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며 검색창을 닫았다. 상황 파악은 됐으니,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자.. 지금 가격이....' 이대리가 확인한 가격은 지금 2210원이었다. 어젯밤보다 150원 정도가 더 오른 수준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대리는 어젯밤 코인을 1900원 정도에 매도했고, 몇 번의 손가락 이동과 몇 번의 본인인증만 한 대가로 1년 치 연봉을 벌었다. 이대리가 1년 치 연봉을 벌려면 주말 빼고 250일 정도를 출퇴근해야 했고, 2호선 지하철역의 문이 열렸다 닫히는 것을 9번씩 봐야 했다. 이쑤시개 하나만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빽빽한 지옥철에서 매번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비명과 땀 냄새를 견디며 지켜봐야 하는 광경이었고, 현대 에어컨 기술은 아직 지옥철에 대항하지 못했으므로 한겨울에 탄다고 해도 내릴 때쯤에는 등과 겨드랑이에 땀이 살짝 배여 있었다. 여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거기에 잦은 회식, 내 일은 다 했지만 윗사람 일이 덜 끝나서 해야 하는 야근, 거래처 (라 쓰고 갑이라 읽는)가 요구하는 일정이 빡빡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주말 출근, 내가 한 일이 아닌데도 사과해야 하는 억울한 상황, 어느 날 갑자기 지방 발령이 날 수도 있는 리스크, 누가 봐도 귀찮은 일이라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면 먼저 손을 들어야 하는 막내 생활, 여당을 욕하는 김부장과 야당을 욕하는 박차장 모두에게 공감해야 하는 중립주의자 생활. 이 모든 것을 견디고 크리스마스를 한 번 더 보내면 받는 돈. 그런 돈을 이대리는 하룻밤 만에 벌게 된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대리는 그 수익에 한없이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대리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키티코인의 차트와 가격을 보는 이대리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건 그런 감사함이 아니었다. '충분히 얻을 수 있었는데도 얻지 못한' 수익이 이대리의 눈앞에 자꾸 아른거려 미칠 것 같았다. '하.. 지금까지 들고 있었으면 수익이 얼마지...' 어림잡아 계산해봐도 반년 치 연봉은 더 받는 것이었다. 사실 아까 가격을 보자마자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던 것이었으므로, 굳이 다시 계산해 볼 필요조차 없던 것이기도 했다. '아니야, 떠나간 열차는 쳐다보지 않는 것이라고 했어.' '그래도 아쉽긴 하네.. 하.. 괜히 자동 매도 걸어놔가지고.. 좀 더 관망하다 팔았어도 되는데..' '후.. 그래도 50%가 어디냐. 지금까지 한 것 중에 최고 대박이다. 아니다.. 딴 것 자체가 거의 처음인가..?' '담이 작은 놈은 이렇게 못 먹고 인생역전은 못한다더니.. 맞는 거 같다..' '아니지. 그러지 말고 다시 들어가 봐......?' '아니지 미친놈아. 정신 차려. 번 돈 다 까먹으려고 그러나..' '아니지. 이게 지금 수익을 낸 돈이니까, 해도 리스크가 좀 더 적은 거잖아? 마통 뚫은 건 이미 다 커버했고.' '아니지. 지금 뉴스도 나오고 가격도 많이 올랐잖아.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말 알잖아.' '아니지. 사실 지금 뉴스가 많이 나온 거까진 아니고, 거래량이 그렇게 높은 것 같지도 않은데, 상승 초입부 아닐까?' '아니지. 팔았다가 다시 사는 건 필패라고 어디서 본 것 같아. ' '아니지. 그런데 이 코인은 펀덤멘탈이 확실히 있는 것 같은데? 기초체력이 받쳐주는데 쭉 가는 거 아닐까?' '아니지. 사람이 만족할 줄 알아야 돼. 욕심부리다 보면 끝이 없잖아.' 그 순간, 며칠 전에 M과 먹었던 닭갈비가 스쳐 지나가며, M이 했던 말이 이대리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사실, 포기와 만족은 이란성 쌍둥이인 것 같아. 언뜻 보면 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곳에서 나온 존재인 거지. 어떤 것에 만족한다는 건 그것보다 더 나을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한다는 거니까...' 이 타이밍에 그 대화가 왜 생각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대리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기만 했다. 머릿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싸우고 있었는데, 어떤 쪽이 천사인지 악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욕심을 부리게 하는 악마인지, 마땅히 먹을 수 있는 수익을 알려주는 천사인지, 대박이 눈앞에 있음에도 거기에 더는 다가가지 못하게 만드는 악마인지, 낭떠러지 앞에서 나를 멈추게 해주는 천사인지. '하.....' 이대리는 피지도 않는 담배가 생각났다. -- "삑. 삑. 삑. 삑. 삑. 혹시 봉투 필요하세요 고객님?" "아.. 넵. 하나 주세요. 아니다. 두 개는 있어야 하겠네요. 두 개 주세요." "네. 책은 직접 담아 주시구요, 69,500원입니다~" "네. 여기요. " 이대리는 퇴근하자마자, J와 만나기 전 갔던 서점에 들러 시중에 나와있는 유명한 책을 모두 샀다. 산 책은 모두 투자와 관련된 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트레이딩, 차트 매매, 매매 타이밍을 위주로 다룬 책이었다. 이대리는 어떤 책이 좋은지 알기 위해 오후 내내 김부장 눈치를 보며 책 리서치에 열중했고, '열일모드'를 킨 탓에 다행히 걸리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리의 투자 도서 콘테스트에서 최종 우승한 5권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향했고,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동안 봉투를 잠시 내려놓은 채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키티코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요동치고 있었고, 이는 곧 이대리가 낭비할 시간은 일분 일 초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햄버거를 주문한 이대리는, 바뀐 신호를 보고 다시 책봉투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넜다. 키티코인이 언제 다시 로켓포를 쏠지 몰라 불안했고, 귀가하는 이대리는 거의 뛰다시피 걷고 있었다. -- -- "자, 오늘은 앨리엇 파동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실제 시장 상황에서는 이보다 변수도 많고, 시장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공부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성이 좋다는 의미겠죠? 구독자분들의 투자에 적절히 적용하셔서, 꼭! 대박 나시길 바라고요, 이 영상이 도움 되셨으면 구독,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그럼 안녕~" 마지막으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언제였더라. 수능 때였을까, 입사 시험 준비할 때였을까, 여자친구한테 이벤트를 해줬을 때였을까, 예비군 조기퇴소하려고 달렸던 때였을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할 순 없었지만 지금 공부하는 열정이 그것들보다 더 작은 것 같진 않았다. 이대리는 퇴근과 함께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며 공부를 계속했다. 한 쪽엔 책을 펼쳐놓고, 한 쪽엔 유튜브를 켜 놓고. 누가 보면 하버드 편입이라도 준비하는 듯했다. '어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 기지개를 켜며 바라본 시계에는 'AM 2:02"라고 적혀 있었다. 아직 볼 게 더 남았지만 내일 출근을 위해서는 자야 할 것 같았고, 이대리는 읽던 책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잘 준비를 했다. 네 발자국만 걸어가면 책상에서 침대까지 갈 수 있는 작은 원룸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편리했다. 이내 불을 끄고 야광 별을 바라보던 이대리는 생각에 잠겼다. '어휴, 그런데 지금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긴 한가... ' '지금 몇 시간을 봤는데.. 가성비 안 나오는 일 아닌가..' 생각하다 보니 돈을 벌어다 주는 가성비는 훨씬 잘 나오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훨씬. -- -- <3일 후> 봄날의 오후는 졸려도 너무 졸렸고, 별로 마렵지 않았지만 몸을 좀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이대리는 화장실로 향했다. 졸다가 모니터에 머리를 박기 직전이었다. 마렵지 않은 존재를 억지로 짜낸 뒤, 손을 씻은 이대리는 자리로 돌아가며 습관적으로 코인 어플을 켰다. 그때였다. '아니.. 드디어....?' 키티코인이 조정을 받고 있었다. 저번 주의 이대리였다면 '아, 가격이 떨어졌구나?'라고 했겠지만, 며칠 동안 치열하게 공부한 이대리는 더 이상 예전의 이대리가 아니었다. 지금 나온 조정은 심상치 않았다. 차트가 너무나도 예쁘게 떨어졌고, 누군가가 일부러 코인을 사 모으려고 떨어뜨린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활을 쏘기 위해 뒤로 가는 활시위처럼, 더 높게 뛰기 위해 웅크리는 개구리처럼, 2보 전진을 위해 하는 1보 후퇴처럼, 잘생기기 전에 쓰고 있는 안경처럼. 앨리엇 파동 1 이후 조정되는 파동 2, 이평선 아래로 떨어지며 120일선 이평선을 터치한 후 반등하려고 가는 모양새, 볼린저밴드 하단 찍고 반등하려고 오는 모양새, 일목균형표 상 구름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뚫고 올라오는 모양새, 기영이의 첫 번째 머리카락에서 두 번째 머리카락으로 가려고 하는 모양새. 3일 동안 지샜던 새벽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대리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이론들이 떠올랐고, 떠오른 모든 지표들이 지금 바로 매수 버튼을 누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리는 불안했다. 이런 매매기법들이 다 맞으면 돈 못 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이런 건 과거 데이터 가지고 하는 거지, 미래에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참고만 하는 거라고. '어떻게 해야 하지..... 으!' 이대리는 일단 옥상으로 올라갔다. 잠은 깬 지 오래였다. <다음 편에 계속>
회사생활🎁
초일류 대기업에 다니는 벼락거지 이대리 23
21년 07월 19일 | 조회수 2,298
이
이용자
억대연봉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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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
찹쌀모찌
21년 07월 19일
아무생각없이 읽히면서 빠져드네요 ㅎㅎ
아무생각없이 읽히면서 빠져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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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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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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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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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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