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초일류 대기업에 다니는 벼락거지 이대리 13

21년 07월 03일 | 조회수 1,587
이용자
억대연봉

"국 민 의 ~ 친구 코오~레일" "우리 열차는, 종착역인 서울역에...." KTX는 벌써 한강을 지나고 있었고, 종착역인 서울역에 내리라는 방송이 울렸다. 평소 같으면 잠에 취해 내리기 귀찮았을 이대리였지만 오늘만은 몸이 가벼웠고, 그것은 아마 도착 직전에 확인한 코인 매도 알람 때문일 것이었다. 이대리가 자동 매도를 걸어놓은 키티코인은 정확히 이대리가 설정한 가격을 찍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고, 이대리는 순식간에 15%를 벌었다. 비록 시드 금액은 백만 원이었지만, 투자에서 뭔가를 계획하고 이뤄냈다는 것에 이대리는 가슴이 설렜다. 이렇게만 굴러가면 코인 가지고 좀 더 재미를 볼 수 있겠다는 묘한 자신감이, 불이 꺼진 장작의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오케이..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갔고.. 다시 횡보하다가 쏘겠지? ' '조과장님이 말해준 대로 가는 것 같은데.. ' '가만히 앉아서 치킨 10마리 벌었네 흐흐' '아 그런데. 이게 천만 원이었으면 백오십만 원 번거 아냐??? '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 이대리는 떠나간 기차를 아쉬워하기 시작했다. '천만 원.. 아니 일억이었으면 지금 쏘나타 중고 하나 뽑은 거 아닌가?' '아니지, 그런데 그렇게까지 배팅하진 못했을 거야. ' '그래도 한 이천만 원만 넣었으면 삼백인데.. 어휴...' 손안에 들어온 십오만 원보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삼백만 원이 안타까워 화가 날 지경인 이대리였다. -- 서울역에서 탄 버스는 곧 이대리네 동네에 도착했다. '신 관악선 원안대로 처리하라!' '입맛대로 바꾸는 신 관악선- 주민들은 호구냐?' 몇 개월 전부터 이대리의 집 앞에는 과격한 현수막이 많이 생기곤 했다. 듣자 하니 원래 이대리가 사는 집 바로 앞까지 뚫리기로 했던 지하철이, 돈이 부족하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땅에서 유물이 나왔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이대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 때문에 지하철 연장이 취소되었다는 소식 때문에 붙은 현수막들이었다. '이럴 땐 전세가 좋아~' 실제로 이대리가 처음 들어왔던 4년 전보다, 지하철 연장 취소 뉴스 전까지 집값은 많이 올랐고, 매매가 활발한 탓인지 이대리가 사는 집 주인은 2번이나 바뀌었다. 새롭게 바뀐 집주인은 전셋값을 올리지 않았고, 이대리는 고마움에 명절에 과일을 선물했었다. 집값 변동에 상관없는 세입자의 관심과 역할은 딱 그 정도였다. '하긴 시내 나갈 때 버스 타고 가려면 빡치긴 했지.' '여기 계속 사는 사람들은 좀 싫긴 하겠다. ' '아 그런데, 이제 슬슬 다음 세입자 알아봐야 하나?' 새로운 집에 계약금도 주고 온 이대리는, 새삼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준비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시원함과 섭섭함이 교차했다. 초록색 지번 버스를 타고 첫 출근을 했던 고마운 곳이었다. 살다 보니 치안이고 교통이고 안 좋은 게 많았지만, 나름 추억이 있는 동네라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다고 돈을 기부하고 갈 순 없으므로, 이대리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세 집주인 3' 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풍광빌라 202호 세입자입니다~" "아 네네네." "잘 지내셨죠~ 다름이 아니라 저 다음 달에 계약이 만료되거든요. 한 한 달 전쯤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혹시 다음 세입자를 제가 구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요. " "아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 넵.. 알겠습니다. " "네네네." "넵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네네네. " 집주인 3는 바쁜지 '네'를 꼭 세 번씩 빠르게 말하면 전화를 끊었다. 재계약할 때 보니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었고, 이대리가 살고 있는 곳 말고도 다른 빌딩을 몇 채 가지고 있다고 스쳐 지나가듯 말을 했다. 이대리는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그 순간 자신도 월세 따박따박 찍히는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곤 했었다. 그렇게 젊고 돈도 많은데 바쁘겠지. 이대리는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집주인의 말에 개운함을 느끼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 "아 네네. 그러니까 3일 금요일에 잔금 치르고 이사하면 되는 거죠? 그때 날짜로 은행한테도 말 해놓겠습니다~" 이대리는 내친김에 새로운 집을 계약한 부동산에도 전화를 걸어 일정을 최종 확정했고, 키티코인부터 일이 술술 풀려 살짝 기분이 좋았다. '새롭게 이사 갈 집에 70%는 은행 전세대출받고.. 나머지는 뭐더라..? 아 맞어. 전세금 뺀 거 넣으면 되고..' 이대리는 문득 이렇게 아랫돌 빼어 윗돌을 괴는 삶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사는 대부분이 이렇게 산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언젠가는 빚 없이 살고 싶다는 (커다란) 욕심 때문일 것이었다. 침대에 다시 벌러덩 누운 이대리는 스마트폰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바로 코인 어플이 눈에 들어왔다. '하아.. 이 자식 고민되게 하네.. ' 일단 정찰병이 금괴를 들고 돌아왔으니 그 노른자 땅으로 진출하는 것은 필수이고, 앞으로 얼마큼의 금액을 어떻게 투자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4년 중 3년 정도는 물려있었지만, 그래도 4년 경력의 투자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뭔가가 있다고.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아빠가 어제 바로 2천만 원 보내주기도 했고.. ' '아 아니지. 미친놈인가. 그 돈을 쓸 생각을 하고 있네.' '아니야.. 어차피 전세금 다 넣고 빚내서 하는 건데 똑같은 거 아닌가..? ' '한번 마통 풀로 땡겨서 넣어봐? ' '그런데 크게 넣었다가 망하면 어떡하지?' 이대리는 심란한 마음에 네이버 뉴스를 켰다. "곧 1억 간다길래 빚내서 비트코인 샀는데…" 초조한 2030 금리 인상 시한폭탄 째깍째깍…영끌 빚투 2030 대응 어떻게 "정말 미치겠다" 가상화폐 연일 추락…'영끌 빚투' 2030 '한숨' 이대리의 마음은 더 심란해졌다. 그때 문득 지난밤 라스베이거스 꿈에서 나왔던 J의 말이 생각났다. '으휴, 그렇게 작게 걸어봤자 뭐가 바뀌겠냐?' 이대리는 가만히 천장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깜빡. '가상화폐 연일 급락…청년들 "원금이라도 챙겼으면"' 깜빡. '이대리, 이건 진짜 20배 가는거야~' 깜빡. '아빠도 잘 해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 깜빡. '백만원이 아니라 천만원이었으면??' 깜빡. "후우......" 이대리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뒤적뒤적. "아 분명히 통장이랑 계약서랑 놓는 서랍에 한꺼번에 놨는데... " "아! 여기 있다. " 이대리의 손에 들린 것은 은행 OTP였다.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천만 원이 넘게 인터넷 송금을 하려면 OTP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처음 안 이대리가 구석에 있는 서랍에서 은행 OTP를 찾은 것이었다. OTP에 뜬 숫자를 스마트폰에 입력한 이대리는, 굳게 다짐했다. '마통 한도 딱 절반만 썼으니까, 목표가 오면 바로 파는 거야...' 이대리는 키티코인 차트가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게 잘 될것 같았다. 오늘 일이 다 잘 풀렸으니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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