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리멤버와 협의하여 출간도서 '밥벌이의 이로움'의 일부를 발췌 재정리하여 연재하는 글 입니다.📌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삘리리리~"
지하철 역사에 울려 퍼진 방송은 달리기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와 같았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결승점인 지하철 출입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경마장에서 문이 열리는 순간 좌우 상관없이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는 경주마처럼 달리는 사람들은 유유히 걷는 내 어깨와 가방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매정하게 툭툭 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결승점인 지하철에 도착하기 위해서 본인이 탈 때는 두 팔과 어깨로로 있는 힘껏 밀고 들어갔으면서, 본인이 타고 나서는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타지 못하게 온몸으로 버텼다. 출퇴근길마다 매일 이렇게 똑같은 현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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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급한 상황에서도 곧 출발할 것 같은 지하철을 타려고 뛰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신나게 뛰었는데 만약 못 타게 된다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뛰어서 타게 되어도 '그냥 어차피 탈 것 탔구나.' 정도의 느낌이지 ‘내가 열심히 뛰어서 지하철을 타게 되어 매우 행복하다.’라는 보람이 없다.
결국 달려서 나에게 무언가 큰 이득이 되었다는 느낌이 잘 없다. 반대로 뛰지 않았는데 지하철 문이 늦게 닫혀서 타게 되었다면 오히려 무언가 이득을 본 느낌이다. 만약 뛰지 않아서 이번 지하철을 놓치게 되어도 '그냥 난 걸었으니까. 당연히 놓친 것이지.' 라고 생각하면 손해 보는 느낌 또한 없다. 꼭 총소리에 맞춰서 모두가 뛸 때 나도 뛰어야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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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탈 때 억지로 밀어서 타지 않고, 타서도 굳이 밀어내지 않는다. 그냥 사람의 흐름에 그냥 몸을 맡기면 된다. 지하철이 자가용도 아니고, 내가 남들보다 더 돈을 낸 것도 아니다. 누구나 똑같은 돈을 내고 이용하는 지하철인데 굳이 내 힘 빼서 못 타게 할 이유가 없다.
이번 지하철이 가면 다음 지하철이 또 오고, 어느 지하철을 타더라도 내가 가는 목적지는 똑같은데 굳이 급하게 탈 이유도 없다. 지하철 놓쳐서 출근이 5분 늦을 상황이라면, 아침에 5분 일찍 나와서 다음 지하철 타면 된다. 특히 비오는 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대중에 몸을 맡기면 콘서트장의 유명 락 스타가 된 느낌도 들면서, 인파 속에 어느 순간 휩쓸려서 힘들이지 않아도 어느새 다른 지하철로 환승까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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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도 지하철과 비슷하다. 다음 차가 곧 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매일 타던 지하철을 타고 항상 가던 그곳에 가기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회사가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기 위해 밀어내고, 내리지 않기 위해 버틴다.
회사 일이든 지하철이든 차분하게 걸어가면 방향을 잃을 확률도 줄고, 가끔은 매일 다니던 길 보다 더 빨리 가는 노선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동일한 목적지로 가는 것인데 꼭 지하철만 타야 되는 보장도 없다. 어느 상황에서는 버스를 타면 지하철보다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다.
'내가 뛰면 너도 뛰어야지!'
'당신은 왜 저 사람보다 일처리가 느리지?'
'왜 자꾸 내가 시키지 않은 다른 방향으로 일을 하는 거야?'
위와 같은 마음가짐으로만 회사 일을 한다면 급하게 지하철을 탈 수는 있겠지만 지하철을 행복하게 탈 수는 없을 것이다. 매일 급하게 시간에 쫒겨서 서두르는 것보다 조금 일찍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여유있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조금 더 편안한 하루 일과를 지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여유가 마음을 그나마 평안하게 해준다.
난 오늘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걸어서 지하철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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