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투자심사역이었다가 스타트업 2년차 접어든 핀테크 서비스 대표입니다.

2021.02.23 | 조회수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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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자격증 하나 가지고 밥 벌어먹다 금융회사에서 여신 심사역으로도 있어보고 어줍잖은 배경 지식이랑 분석 skill 가지고 중견 정도급의 투자회사에서 투자 심사역으로도 일해보다가 '이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네' 라는 정도의 하찮은 생각으로 창업에 발 담근지 벌써 2년차가 된 사람입니다. 사실 창업하게 된 계기는 별로 좋은 계기는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연봉으로 찍은 게 1.12억 정도였는데 나보다 더 받는 사람들이 나보다 일을 더 잘하나? 라는 물음에 저 딴에는 '아니다'라고 생각해서, 또 그럼 제일 윗대가리인 대표나 경영 참여 대주주는 나보다 더 많이 아나? 라는 물음에도 '아닌 것'같아 그럼 내가 하면 더 잘 하고 더 많이 벌어갈 수 있겠네~ 하는 마치 주린이가 뭣도 모르고 주식시장 들어가면 대박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말 치기 어린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된 겁니다. 세상을 바꿀...산업의 지형을 바꿀...혹은 산업의 행태 정도에 어느 정도 영향이라도 있는 그런 게 벤처의 정의이기도 하고 벤처 창업가가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라 하는데 막상 이 바닥 들어와서 굴러먹다 보니, 그런 사람 없든데요? 글쎄 제 주변 머리가 이정도이니 그런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 걸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전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도(물론 지금 하고 있는 사업도) 돈이 단기와 중기 사에에 어느 정도 들어오는 모델이 아니면 아예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질 못하겠더라구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거기까지 갔다가도 결국 자금 오링 날 걸 생각하면 겁이 나서 생각이 stop되더라구요. 좀 많이 겁쟁이라서 가장 무서운게 직원 월급 체불할까봐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직장생활시작하고 제가 임직원 관계에 대해서 나름 정의한 것은 직원과 주주(대표, 사실상 스타트업은 대주주가 대표니까요)간 노동관계 형성에 의한 임금채권이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가 임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채무가 쌓이게 되는 것이니 내가 돈 못벌면 직원 채권자에게 채무불이행 되는 거다 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있어서.. 사실 직원분들이 좀 무서워요. 근데.. 또 안주고 버티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더군요. 또 하나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세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복잡하고 전문적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지식이 많고 전문적인 스킬이 많은 사람이 무조건 보상을 많이 받아가는 가? 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20대는 전문자격증 그거 하나 따겠다고 대부분 버렸고, 30대는 회사의 기본적인 스킬 들(ms계열 다루기, PT 능력, 업계 현황 및 시장 파악하기, 민법과 민사집행법 그리고 상거래에 부수되는 각종 서류의 인과관계 이해, 또 기본적인 회사 운영에 필요한 상법사항 등?) 이런 것들 익히는데 대부분 썻죠. 그리고 30 중후반 때는 'data 다루는 스킬이 미래의 스킬이다' '이게 미래 사회의 유전이다' 나중에도 밥 벌어먹고 살려면 data 다룰 줄 알아야 된다~ 이런거에 꽂혀서 1년 반 넘게 sql 기술만 계속 익혔네요. 그리고 창업하려니까 기본적으로 web 개발하는 언어들은 또 알아야 되고(최소한 스타트업 만들어가는데 랜딩페이지도 외주줘서 제작하면 가오가 안 사니까요) web언어 배우다 보니 web이 또 web 언어 자체로만 쓰이질 안데요? 요즘엔 react 에 많이 꽂혀있는데 이것도 기본적으로 web 에서 많이 사용되는 java를 완전 객체화시켜서 app으로 변환하는 모듈에 입력할 언어로 만들어주는 거드라구요. 그럼? java도 배워야 되고 backend도 알아야 프론트랑 연결해서 적용이 되니 python도 배우고 있네요. 처음에 회사 설립할 땐 그동안 익힌 기술가지고 PT잘해서 돈 얼마 정도만 투자 받고 윗 문단 같은 세부적인 건 추가 채용이랑 기존 인력으로 할려고 했죠. 인생 쉽게 생각했지요~ 근데 여러모로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요. 투자도 회사 설립하고 얼마 안 있다가 코로나 때문에 잘 안되고(LP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으니 운용사들도 이미 series B이상 자리잡힌 데 아니면 아예 거들떠도 안보네요) 그래서 설립 하기도 전에 투자받고 지원사업 받은 거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네요. 이제 하나 있는 부동산도 처분해야 할 듯해요~ 그럼 개발이라도 착착 잘 진행되면 추후를 기대해 볼 법도 한데 생각보다 제가 직접 개발하는 부분이 너무 많네요. 카카오나 네이버야 넘처나는게 개발자라 뭐 하나 개발해라 하면 각 부서에 남는 인원들 배분하고 기다리면 되고 이미 짜 논 라이브러리에서 갖다 쓰면 되는 것들도 많아서 금방 금방 개발하는데, 저는 뭐 간단한 거 하나 구현하는데도 1-2주씩 걸리네요. 요샌 언제 내가 구상한게 구현이 되는 지 계산 자체를 아예 안해요. 42.195km 출발선에 서있는 느낌 같애서. 보이질 않아요. 끝이... 계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계산으로 되는 게 아니네요. 후훗^^ 아닐까요? 그것까지 계산하지 못한 모자름이었을까요? 40의 나이까지 살면서 토스 대표님 처럼 최고의 실력으로 최고의 스펙으로 살진 못했어도 계산 되지 않는 불확실성은 나름 많이 제거해나가면서 아주 조금씩 조금씩은 올라가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인생 맨 밑바닥도 이런 밑바닥이 없다 싶네요. 어쩌면 인생을 스펙, 금액, 숫자, 순위로 철저히 나눠서 사는 게 뼈에 박혀서 지금 그대로 역으로 경험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 생각들 자주 하지요? 남이 하는 건 다 쉬워보이는데 내가 하는 건 왜 다 이렇게 어렵기만 하고 되는 게 하나도 없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상은 이정도 높이이고 난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는데. 저 사람은 가진것도 별로인것 같고 능력도 없는 거 같고 그저 그런데 내 위에서 나가지도 않고 날 옥죄기만 하고, 내거 다 가져가서 그걸로 배불리고 승진에 한 발자국씩 계속 가고 난 가진거 얼마 있지도 않은데 맨날 뺏기기만 하고 결과적으론 아무것도 남는 것도 없이 그저 바보처럼 네~네 만 하고 있는 게 너무 한심하고. 그런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나보고자 창업한 것도 있고, 창업 초기에는 적어도 내 회사에서 만큼은 무조건 일만으로 평가하고 일 잘하는 것만 보상에 연계해서 조직내에 비효율만 없애도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겠다.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정치적고 효율과 능력을 갉아먹기만하는 기생출들이 득실대는 회사도 이렇게 잘만 나가는데 그런 꿈이 있는 회사면 못할 게 없겠다. 하는 치기어린 생각에 창업한 것도 꽤 크긴 했죠. 근데 지금은? 저도 꽤나 직원에게 안 좋은 말을 많이 합니다. 12명 정도 되는 직원들이 내 말 한 마디에 알아서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생각보다 커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매일 생각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죠. 초기에는 틀리더라도 의견을 빨리 정해서 일단 결과를 내야 된다. 여러 사람 의견 다 듣다 아무것도 안 되고 나중에 산에서 싸우면서 헤어진다. 틀려도 내말이 맞다. 어차피 책임은 내가 진다. 이런 독단이죠. 누구보다 업무로 존중받고 업무로만 평가받고 개개인의 능력 위주의 회사를 꿈꾸고 창업을 한 내가 누구보다 구성원을 무시하고 내맘대로만 하고 있네요. 왜? 빨리 성과내서 내가 그동안 못 번돈을 벌어가야 되서요. 사실 상관이 없는 부분이지만 창업하기전 마지막에 받았던 연봉이 자꾸 내 기회비용인 것 같아, 지금 당장 매출이 얼마 안 되는 것 자체보다 이전 연봉 - 현재 매출 = 지금 내 기회비용 = 빨리 보상받아야 되는 비용 이라는 인식이 머리에서 본능적으로 자꾸 튀어나오네요. 아무래도 지식으로도 더 발전해야 되겠지만 인간적으로 더 성장하는 게 지금 저한테는 더 큰 문제인 것 같네요. 은근히 리멤버에서는 친구한테도 못하는 얘기들을 막 하게 되는 거 같네요. 네이버 처럼 완전 오픈형 커뮤니티가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이 가능하겠다? 정도의 기대감이 있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악플도 좋아요~ 저도 bad app을 만드는 사람이고 사람이 좋은말만 들을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쁜 말도 할 권리도 있고 들어야 정신을 차리기도 하니까요. 많은 악플 부탁드리고 정신 좀 차리게 욕도 좀 해주세요. (커뮤니티 건강을 위해 쎈 욕은 개인 메시지로 별도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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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아빠
BEST창업한지 5년차가 되어갑니다. 부동산p2p창업을 시작해 쓴맛보고 지금은 부동산투자와 개발pm 등 시행으로, 내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인생은 나를 흐르게 하더군요 사연을 보니 모든 창업자들은 비슷하더군요 창업초기 우울증도 오고 대안1, 대안2 짜서 진행해도 그대로 안되고, 될듯 한데 급여받던 때가 그립기도하고 ㅎ 저두 이제 조금 방향성만 잡힌듯 합니다. 진짜 작은회사 사장님들을 모두 존경하게 됐습니다. 기운내시고 방향만 맞다면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습니다.^^
2021.02.2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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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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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154
김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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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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