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2021.02.12 | 조회수 146
폴리싱
서재에 묻혀 있던 책을 꺼내들었다. 요즘 등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산지기로 살아온 5년의 삶을 반추하며 등대지기의 삶을 묵상해 본다. 결국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어머니를 비로소 알아가게 되는 등대지기, 태풍 몰아친 날 밤 그를 구하기 위해 등탑에 올라 말 걸어주고 빗물 받아 먹이고 속옷을 벗어 입을 축여줌으로써 아들을 구하고 자신은 죽어간 치매에 걸린 엄마 이야기다. -세상과의 거리를 인정할 때 비로소 등대지기가 될 수 있다. 등대지기는 너무 많은 걸 가슴에 담아둬선 아니 된다. 너무 멀리 바라보지도 않는다.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옳았다.. 어머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어쨌든 낳아주고 길러 준 당신이 아닌가. 그런데 식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한 그루 고목에서 누구는 세월의 두께만 보고 가지만, 또 누군가는 세월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등대가 바다의 길잡이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등대의 불빛으로 마음의 길까지 짚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모친을 요양원 같은 곳에 간단히 보낼 수 있다면,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이번 기회에 등대 생활도 정리하는 게 좋겠네. 등대는 가슴이 얼어붙은 사람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대를 어찌 차가운 마음으로 지켜낼 수 있겠는가. -등대지기를 떠나보낸 등대. 그래도 넌 어김없이 불을 밝히겠지. 하지만 누가 너를 어루만져주고, 누가 너에게 밤새 수고했노라고 말 걸어주고, 또 누가 있어 네 품에 안겨 안식할까 -여자의 울음이 긴 이유는, 울음 안에 담긴 뜻이 그만큼 미묘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한 가지 사실로 울기 시작하지만 그 한 가지만 갖고 끝까지 우는 경우란 거의 없다. 숱한 이유들이 우는 도중에도 끼어들어 계속 울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더는 이유를 생각해낼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울음을 멈추는 법이다. -그러나 등대지기는 섣부른 낙관을 해선 안된다.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폭풍이 물러간다 해도, 이틀 정도는 거센 파도가 뱃길을 가로막을 것이다. 하루라도 더 등댓불을 밝히기 위해선 지금 소등을 해야 한다.. 아직은 등대지기다. 등대지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직 등댓불을 밝히기 위해서다. 내일 당장 죽음이 찾아와도 나에겐 여전히 오늘이 남아 있고, 오늘의 몫으로 등대를 사랑하는 거다 내가 부모가 된다면 헌신적으로 자식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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