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인생의 가을, 잠시 멈춰도 괜찮다

10월 26일 | 조회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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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따봉
송면규
송작가카페

가을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뜨겁던 햇살이 누그러지고, 아침 저녁 바람에 서늘함이 묻어나면 우리는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나무의 잎이 조금씩 색을 바꾸듯, 우리의 삶에도 어느 순간 변화의 시간이 찾아온다. 젊음의 봄을 지나 열정의 여름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의 가을을 맞는다. 이때가 되면 앞만 보고 달려오던 걸음을 늦추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이루었는가 보다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가 마음에 남고,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무엇이 진정 소중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멈춤보다 속도를, 여유보다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더 많은 것을 이루어야 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쉬고 있으면 불안하고, 남들보다 느리게 가면 실패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에 속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가족의 얼굴, 오랜 친구의 안부, 저녁 하늘의 아름다움, 그리고 오랫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마음이 그렇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멀리 달려왔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구와 함께 걸었으며, 무엇을 지키며 살아왔는지도 중요하다. 가을은 비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나무가 잎을 내려놓는 것은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는 욕심, 지난간 일에 대한 후회, 남과 비교하면서 쌓아 올린 불필요한 욕망을 내려놓을 때 삶은 오히려 가벼워질 수 있다. 인생의 가을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걸음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성찰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자랑하기보다 앞으로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 일이다.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삶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젊은 날에는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곁에 있는 사람과 보폭을 맞추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가을은 우리에게 말한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모든 것을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고,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인생의 가을길에 서 있다면 잠시 걸음을 늦춰 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아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기다려 온 새로운 삶은 더 멀리 달려가는 길 끝이 아니라, 잠세 멈춰 선 바로 그 자리에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 윗 글에 조금 더 관심 있는 분은 송면규 작가의 "가을, 길목에서" 에세이를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등 전자책 서점에서 만나 볼 수 있음을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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