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산등성이

10월 24일 | 조회수 61
남
남지만작가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 싸움을 한다. 발단이야 어찌 됐던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대소사가 있을 때 차려 입던 양복을 꺼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 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없는 방문만 쾅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에 매달려 나가시더 라도 날이 밝은 내일 아침에 나가시라 달랜다. 대문을 밀치고 걸어 나가는 칠흑의 어둠속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 마을의 한밤 아버지는 이참에 아예 단단히 갈라 서겠 노라고 큰 소리다. 나는 싸늘히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다독여 좀 잡으시라고 하니 "그냥 둬라 내 열일곱에 시집 와서 팔십 평생 네 아버지 집 나간다고 큰소리 치고 는 저기 저 산 등성이 넘는 것을 못 봤다." 어둠 속 한참을 쫓아 내달린다. 저만치 보이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 모습 잰 걸음을 따라 나도 가만히 걷는다. 기세가 천리를 갈 듯 하다. 드디어 산등성 고요하게 잠든 숲의 정적과 뒤척이는 새들의 혼곤한 잠속 순간 아버지가 걷던 걸음을 멈추더니 집 쪽을 향해 소리를 치신다. "에이, 이 못난 할망구야! 서방이 나간다면 잡는 시늉 이라도 해야지 이 못된 할망구야! 평생을 뜯어 먹어도 시원찮을 이 할망구" 뒤돌아 씩씩 거리며 아버지는 집으로 천릿길을 내 닫는다. 지그시 웃음을 물고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온다. 어머니가 켜 놓은 대문앞 전등불이 환하다. 아버지는 왜 팔십 평생 저 낮은 산등성이 하나를 채 넘지 못할까 아들은 묻는다. 왜 저 산등성이 하나 못 넘었냐고 아버지가 답한다. "가장이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안 되는 거라고" 딸이 묻는다. 왜 엄마는 대문 앞까지 전등불을 켜 놓느냐고. 어머니가 답한다. "남정네가 대문을 나가면 그 순간부터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아들 딸이 묻는다. 그럴 걸 왜 싸우느냐고. 부모가 답한다. "물을 걸 물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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