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아빠한테 처음으로 회사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10월 24일 | 조회수 37
신
쌍 따봉
신서윤

저희 아빠는 전화를 잘 안 합니다. 엄마랑은 거의 매일 카톡하는데 아빠랑은 생일이나 명절 아니면 따로 연락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제가 먼저 전화했습니다. 회사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몇 달 동안 준비했던 일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어디 가서 화내기도 애매했습니다. 퇴근하고 혼자 맥주 한 캔 마시다가 갑자기 아빠한테 전화했습니다. “아빠” “왜" “그냥” 아빠가 바로 물었습니다.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그 말 듣는데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엄마한테는 말하면 같이 속상해할 것 같아서 못 했는데 아빠한테는 이상하게 말이 나왔습니다. 한참 얘기했습니다. 아빠는 그냥 듣기만 했습니다. 제가 마지막에 물었습니다. “아빠도 회사 다닐 때 이런 일 많았어?” 아빠가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많았지” “그럼 어떻게 참았어?” 잠깐 조용하더니 “너희 사진 봤지” 별것 아닌 말처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에 아무 대답도 못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아빠가 회사 다니던 시절을 잘 모릅니다. 아침이면 나갔고 밤이면 돌아왔습니다. 가끔 술 냄새가 났고 주말이면 소파에서 하루 종일 주무셨습니다. 저는 그런 아빠한테 놀러 가자고 졸랐습니다. 왜 맨날 같이 안놀아 주냐고 짜증도 냈습니다. 아빠가 회사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빠도 많이 힘들었어?” 제가 물었더니 “다 지난 일인데 뭐” 그러더니 오히려 저한테 말했습니다. “너는 너무 참지 마라” 그 말이 이상했습니다. 평생 참고 살았던 사람이 딸한테는 참지 말라고 하니까요. 전화 끊기 전에 아빠가 마지막으로 그러더라고요. “정 힘들면 내려 와” “어딜?” “집에”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나 서른 넘었어” 아빠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뭐” 전화를 끊고 한참 가만히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또 출근할 거고 속상했던 일도 언젠가는 별일 아니게 될 겁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힘든 날마다 돌아가고 싶어 했던 집은 아빠도 한때 힘든 회사를 견디면서 돌아오고 싶었던 집이었다는 걸 그리고 이제는 다 큰 딸한테 힘들면 다시 돌아와도 된다고 말해주는 집이 됐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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