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엄청 친했던 건 아닙니다 같은 팀도 아니었고 회사에서 마주치면 커피 한잔하고 가끔 점심 같이 먹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랑 잘 맞았습니다 회사 욕하는 포인트도 비슷했고 싫어하는 사람도 비슷했고 무엇보다 둘 다 퇴근을 좋아했습니다 오후 5시쯤 메신저가 오곤 했습니다 '오늘도 탈출 가능?' 그러면 제가 답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게 거의 매일 나누던 대화였습니다 그러다 그 사람이 먼저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마지막 날에도 별거 없었습니다 '연락하고 지내요' '네 진짜 연락해요' 누구나 하는 말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연락했습니다 새 회사 어떠냐고 물어보고 예전 회사 사람들 소식도 전해주고 그러다 연락이 조금씩 뜸해졌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각자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한테 카톡이 왔습니다 '잘 지내죠?' 그날따라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메시지를 보고 ‘이따 답해야지' 하고 휴대폰을 내려놨습니다 그리고 까먹었습니다 며칠 뒤 생각났는데 이제 와서 답하기가 좀 애매했습니다 ‘미안 이제 봤어요' 라고 하기엔 이미 읽은 것도 알고 있을 테고 주말에 제대로 답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 주말에도 안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습니다 이쯤 되니까 더 보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 뒤로 몇 년이 흘렀습니다 얼마 전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그 사람이 찍힌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회사 근처 고깃집이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그 사람이 집게를 들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확대해봤습니다 지금보다 둘 다 훨씬 젊더라고요 갑자기 그때 온 카톡이 생각났습니다 혹시나 해서 대화방을 찾아봤습니다 그대로 있었습니다 마지막 메시지도 그대로였습니다 '잘 지내죠?' 한참 화면을 보고 있다가 답장을 써봤습니다 '네 잘 지내요 그쪽은요?' 그런데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몇 년이나 지난 지금 갑자기 보내면 너무 이상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웠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썼습니다 '그때 답장 못 해서 미안해요' 이것도 지웠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대화방을 나오려다가 예전 대화를 조금 위로 올려봤습니다 별 내용도 없었습니다 '점심 뭐 먹어요?' '회의 끝남?' '커피?' '오늘 탈출 가능?' 그때는 정말 아무 의미도 없었던 말들인데 몇 년 지나서 다시 보니까 이상하게 그 시절 자체가 들어 있더라고요 사람 사이가 끝나는 데 꼭 싸움이나 이별이 필요한 건 아닌가 봅니다 누군가의 '잘 지내죠?' 라는 말에 ‘이따 답해야지' 했던 것만으로도 끝나버리는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메시지가 오면 가능하면 답하려고 합니다 길게 못 하면 짧게라도요 사람이 보고 싶은 순간과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은 순간이 항상 같이 오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아직 답장을 못 했습니다 대신 가끔 그 마지막 메시지를 봅니다 '잘 지내죠?'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때 바로 그렇게 말해줄 걸 그랬습니다
회사생활
그 사람한테는 아직도 답장을 못 했습니다
10월 16일 | 조회수 16
신
신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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