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워졌는지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가끔 열어보던 것이 어느 날부터는 아침에 메일을 확인하듯 당연하게 켜두는 것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인공지능 없이 하루 일을 시작하는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인공지능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23년 말쯤으로 기억합니다. 주변에 비하면 이른 편이었지만, 당시에는 일에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물어도 그럴듯한 대답은 돌아왔지만 바로 가져다 쓸 만한 결과물은 드물었습니다. 말을 잘 받아주는 챗봇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스스로 모델을 만들고 여러 도구를 연결해 제법 복잡한 일까지 해냅니다. 몇 일 사이에도 차이가 느껴질 만큼 변화가 빠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렇게 잘하면 당신이 하는 일도 곧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숫자를 맞추고 보고서를 쓰는 일이 먼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저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 일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업 하나를 검토하려면 계약서와 인허가 서류, 시장 data, 재무 자료가 한꺼번에 쌓입니다. 인공지능을 쓰면서 이 자료들을 검토하고 보고서에 담아내는 수준이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자료의 양에 짓눌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했을 텐데, 지금은 그 양이 크게 두렵지 않습니다. 일본어 서류나 영문 계약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던 언어의 벽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는 데 드는 수고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대신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가 이 건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환각, 그러니까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문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관계가 맞더라도 그 설명이 이 거래의 사정에 들어맞는지, 그 숫자를 여기서 그런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지는 따로 살펴야 하고, 그 몫은 여전히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제 일은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전에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조건이나 문맥까지 살피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다루기 쉬워진 만큼 검토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그 안에서 가려내야 할 것도 함께 늘어난 셈입니다. 결과물을 받는 쪽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제 보고서를 자기들의 인공지능에 넣고 검토합니다. 상대의 인공지능이 찾아낸 허점이나 반론을 받아들고, 저는 다시 제 쪽 인공지능과 함께 따져봅니다. 겉으로는 어느 쪽 인공지능의 논리가 더 단단한지를 겨루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하는 일은 계속 같습니다. 제시된 논리가 실제 거래의 조건과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앞으로의 차이는 이런 디테일에서 벌어질 것 같습니다. 큰 틀을 잡고 자료를 정리하는 일은 누구나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위에 이 건에만 해당하는 조건을 얼마나 빠짐없이 담아내느냐, 그리고 그 결과물이 사람이 쓴 것처럼 얼마나 자연스럽게 읽히느냐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앞으로도 이 일을 맡길 만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글을 쓸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읽다 보면 인공지능이 쓴 듯한 글을 자주 만납니다. 내용에 틀린 곳은 없는데 문장이 지나치게 매끈하고, 어디선가 읽은 듯 비슷비슷합니다. 제 글에서도 그런 대목을 발견하면 다시 고칩니다. 제가 실제로 겪고 판단한 내용이 담겼는지, 평소 제가 할 법한 말인지 살피는 것도 결과물을 제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머지않아 이런 것까지 실력을 가르는 디테일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직업이 곧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께 지금은 이렇게 답합니다. 일은 줄지 않았고 제가 해야 할 일의 성격이 바뀌었을 뿐이며, 그 바뀐 일을 해내지 못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정말 제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요.
회사생활
AI에 대한 단상
10월 13일 | 조회수 86
느
느낌
억대연봉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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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eemo
5시간 전
기술 발전의 패신저가 아니라 인스트럭터시네요. 가까운 시일 내에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되는 것은 특정한 직업군이 아니라 이 미친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특정 인물군이겠죠.
기술 발전의 패신저가 아니라 인스트럭터시네요. 가까운 시일 내에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되는 것은 특정한 직업군이 아니라 이 미친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특정 인물군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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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느낌
작성자
4시간 전
동의합니다.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너무 빠른데 적응의 시간, 상황에 대한 생각없이 이를 받아들이기엔 혁명이 너무 빠르고 영향이 커보입니다.
동의합니다.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너무 빠른데 적응의 시간, 상황에 대한 생각없이 이를 받아들이기엔 혁명이 너무 빠르고 영향이 커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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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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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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