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한동안 제일 궁금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 책상에 매일 아침 캔커피 하나를 놓고 가는 사람이었어요.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습니다. “어? 누가 줬지?” 그냥 마셨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또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도 있었습니다. 월요일에도 있고, 화요일에도 있고, 심지어 제가 휴가 갔다가 돌아온 날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출근하면 업무 시작 전에 “오늘은 무슨 커피가 놓여 있나?”부터 확인하게 됐습니다. 더 웃긴 건 제가 평소에 커피를 거의 안 가리는 사람이라 어느 날은 캔커피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음료가 놓여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의심이 시작됐습니다. ‘이거 누가 나 좋아하나?’ 혼자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회사에서 괜히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제 자리 근처를 지나가는지 보고, 탕비실에서 누가 커피를 집어가는지도 보고… 지금 생각하면 업무보다 그게 더 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범인을 찾기로 하고 어느 날 일부러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제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 뒤에 숨어 기다렸습니다. 한 20분쯤 지났을까요. 누군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바로 우리 팀에서 제일 말 없던 과장님이었습니다. 과장님이 제 자리로 슬쩍 오시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 하나를 내려놓고 자기 자리로 가셨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바로 물었습니다. “과장님… 혹시 이거 매일 놓으셨어요?” 과장님이 잠깐 멈추시더니, “아… 들켰네.” 그러고는 멋쩍게 웃으셨습니다. 제가 왜 주시는 거냐고 물으니까 과장님이 의외의 말을 하셨습니다. “그냥… 예전에 내가 그랬거든.”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과장님이 이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나도 신입 때 회사생활 적응 못 하고 맨날 혼자 야근했어. 그때 어떤 선배가 매일 내 자리에 커피 하나 놓고 갔거든.” “누군지는 아세요?” “알지. 근데 그 선배가 나한테 한 번도 ‘내가 줬다’고 안 했어.” 그러면서 웃으시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선배도 그걸 자기 선배한테 배웠대.”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제가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마셨던 커피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제가 힘들어서 혼자 끙끙 앓고 있던 어느 날도, 야근하면서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날도, 실수하고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날도, 누군가는 말없이 제 책상에 커피 하나를 놓고 갔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과장님이 마지막에 그러셨어요. “나도 그때 커피 하나 때문에 버틴 건 아니야.” 잠깐 웃으시더니, “근데 누군가 나를 신경 써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게 생각보다 힘이 됐어.” 그 말을 듣는데 괜히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과장님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너도 나중에 신입 들어오면 하나 놓고 가.” 저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네. 근데 저는 캔커피 말고 비싼 걸로 놓겠습니다.” 그랬더니 과장님이 바로 그러시더라고요. “야, 전통을 지켜.” 그날 이후 저도 가끔 누군가의 책상에 음료 하나를 놓고 옵니다. 아무 말 없이요. 얼마 전에는 새로 들어온 후배가 제게 그러더라고요. “선배님, 요즘 제 자리에 계속 커피 놓이는 거 선배님이죠?” 순간 예전 과장님 생각이 나서 웃었습니다. 그리고 모른 척했습니다. “글쎄? 회사에 천사가 있나 보지.” 사실 별것 아닌 캔커피 하나입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을 버티게 해주는 건 거창한 말이나 큰 보상이 아니라,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아주 작은 행동 하나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제 책상에 놓인 캔커피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 커피는 과장님이 주신 게 아니라, 몇 년 전 어떤 선배에게서 시작된 ‘직장인의 작은 유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유산, 잘 이어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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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상에 매일 커피를 놓고 가던 사람
09월 24일 | 조회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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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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