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저는 매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습니다. 업무를 잘해서가 아니라, 실수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자료를 준비하다가 큰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숫자 하나가 잘못 들어가 있었고, 그대로 발표했다면 회사 전체가 곤란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자료를 고치고 또 고쳤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때 조용히 제 자리 옆에 앉은 선배가 말했습니다. “괜찮아.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어. 대신 끝까지 확인하는 사람이 결국 해내는 거야.” 선배는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무 말 없이 제 자료를 함께 봐주었습니다. 틀린 부분을 하나씩 짚어주고, 발표할 때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해주고, 긴장하지 않도록 따뜻한 캔커피까지 건넸습니다. 다음 날 발표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 팀장님은 제 이름을 가장 먼저 부르며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발표를 완성한 사람은 저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요. 시간이 흘러 제가 어느덧 선배가 되었을 때, 한 신입사원이 울먹이며 찾아왔습니다. “선배님, 제가 자료를 잘못 만든 것 같아요. 내일 발표인데 어떡하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 제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그 신입사원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 가서 따뜻한 캔커피 두 개를 사 왔습니다. “괜찮아. 같이 보자.” 그날 밤 우리는 늦게까지 자료를 고쳤습니다. 후배는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지만,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이렇게 도움받았어. 이제 네가 기억해두면 돼. 언젠가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면 되니까.” 몇 년 뒤, 그 후배가 회사를 떠나던 날 작은 편지를 남겼습니다. “선배님 덕분에 저는 실수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웠습니다.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캔커피를 건네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편지를 읽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상장도, 성과급도, 승진도 아니었습니다. 힘든 순간에 곁을 지켜준 사람,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 그리고 그 따뜻함을 다음 사람에게 이어준 사람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사에서 우리가 해낸 일들은 대부분 잊힙니다. 어떤 보고서를 만들었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는지도 언젠가는 희미해집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남은 한마디는 오래도록 살아갑니다. “괜찮아. 같이 하자.” 어쩌면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사람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 하나를 남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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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무도 모르게 건넨 마음
09월 24일 | 조회수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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