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년 차쯤이었습니다. 서울과 경남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상견례 날짜까지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해외 출장이 연달아 잡히면서 거의 3개월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와 다시 만난 여자친구는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결혼을 위해 많은 걸 희생할 각오는 되어 있었는데, 지난 3개월 동안 혼자 생각해보니 내가 내 꿈까지 포기하면서 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다음 날부터 회사에서도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사수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묻기에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힘들다고 짧게 이야기했는데, 이후에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사수가 커피 한잔하자고 하더군요. ‘아, 내가 계속 실수해서 뭐라고 하려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따라갔는데, 사수가 한 말은 의외였습니다. “네가 회사를 나가든 말든 나랑 상관없는데, 나한테 피해는 주지 마라.”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이직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연고도 없는 경남까지 내려왔는데 출장도 많고,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던 터라 그냥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또 해외출장을 가야 했습니다. 주말을 본가에서 보내고 공항으로 가려고 운전하던 중 팀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XX야,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며. 그런데 또 출장 가야 해서 어떡하냐. 다른 사람 보낼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사람이 없더라. 너를 안 보낼 수가 없어. 내가 너무 미안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여자친구 주소랑 전화번호 좀 알려줘. 내가 가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 볼게.” 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연락처는 안 드렸습니다. ㅋ 전화를 끊고 본가로 가는 길에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결국 휴게소에 차를 세워놓고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게 필요했던 건 해결책이 아니라 그냥 위로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저는 이직하지 않고 계속 회사를 다녔습니다. 이듬해 조직개편으로 팀도 바뀌고 팀장님도 바뀌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팀장님은 3년 전 정년퇴직을 하셨고, 얼마 전 송년회에서 그때 이야기를 꺼냈더니 눈이 촉촉해지시더군요. ㅋㅋ 그래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농담했습니다. “팀장님 때문에 제가 아직도 회사에서 탈출을 못 하고 있습니다. 원망스럽습니다.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팀장님이 저를 회사에 붙잡아둔 건 출장이나 업무 때문이 아니라, 힘든 시기에 보여주셨던 그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힘들 때 꼭 정답을 알려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많이 힘들지?”라고 말해주는 사람 하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으니까요.
[이벤트] 훈훈썰💝
이직하려던 내 마음을 녹여준 팀장님… 원망합니다. ㅋ
09월 23일 | 조회수 55
미
미스터리명함
억대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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