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그애가 세상을 떠난지 반년이 흘렀는데도 저는 여전히.

09월 22일 | 조회수 387
리얼하게망함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너무 좋아해서 좋아한다고 말을 꺼내본 적도 없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무겁고 깊어서, 좋아한다는 네 글자에 담아버리면 너무 가볍게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 친구와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친구였고 부모님집도 근처라서 가족들끼리 다같이 여행도 가곤 했어요. 그 애가 취직하고 출퇴근이 힘들다며 자취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를 꺾을 수 있었던 건 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바로 근처에 살면서 잘 챙기겠다 하니 어른들이 허락해 주셨죠. 그만큼 집안끼리도 서로를 많이 믿었습니다. 퇴근하고 같이 집 앞 놀이터에서 맥주 한캔씩 하고 있었던 이야기들 두런두런 나누는 게 인생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엄청난 미인도 아니었지만 제 눈에는 너무 예뻐서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심장이 계속 뛰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봤는데도 계속 좋았으니까, 그 좋은 마음이 오래 지속됐으니까 아마 그애는 제가 자길 그렇게 좋아하는지 죽을 때까지도 몰랐을 거예요. 그냥 당연하게 저는 그애에게 언제나 그런 눈빛을 보내고, 챙겨주고, 가끔 멍때리고, 실수도 하는 덤벙대는 소꿉친구였을 뿐이었을테니까요. 근데 그 친구가 이제는 없습니다. 하루종일 연락이 안돼서, 그애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갔다가 제가 발견했어요. 담배 끊게 할 걸. 술이라도 덜 마시게 할 걸. 담배 끊으라고 좀 더 세게 말할 걸. 자책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몇 달을 미친놈처럼 툭 치기만 해도 눈물을 와르르 쏟았습니다. 혼자 살게 해서 발견이 늦었던 걸까, 아니 집에서였다고 해도 방을 따로 썼으니 마찬가지일 수 있겠죠. 근데 자꾸 죄책감이 듭니다. 제가 그때 잘 챙기겠다고 말하지 말 걸, 그런 말 했으면 더 잘 챙길 걸. 그애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러워서 그 때 이후로는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 근데 방금 퇴근해서 집에 오니 문 앞에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더군요. 반찬들과 얼린 국들이 들어있었습니다. 같이 들어있던 메모지에는 밥 잘 챙겨먹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어요. ㅇㅇ 엄마가. 그애 어머니였어요. 또 엉엉 울었습니다. 각자 어머니가 보내주시는 반찬 반반 나눠서 가져다 먹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제 그애 대신 제가 아들 몫을 해드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제 슬픔이 우선이라 그러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힘을 내야 하는데 생각을 하는데도 힘을 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무채색이 되어 버렸을 때. 어떻게 이겨내셨나요.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곳이 그애와 함께 있던 곳인데.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제가 힘을 내야겠죠.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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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헛헛
    3시간 전
    당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아프겠지만 무뎌질거라 생각됩니다 ㅜ
    당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아프겠지만 무뎌질거라 생각됩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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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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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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