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직장인인데 요즘 커리어, 연애, 결혼 생각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그냥 현타가 옵니다. 저는 그래도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졸업하고 한 분야를 꽤 오래 준비했다가 진로를 바꿨고, 이후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지금도 계속 커리어를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도 이직하려고 퇴근 후에 공고 찾아보고 포트폴리오 만들고 자소서 쓰고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정말 열심히 살아온 게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커리어가 잘 풀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보면 한없이 작아지고, 회사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보다 더 힘들게 일한다”, “그렇게 힘들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틀린 말 아닌 거 알아요. 저 잘되라고 하는 말인 것도 알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얘기를 듣고 나면 힘이 나는 게 아니라 내가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는 소리나 하는 사람 같고, 지금까지 내가 해온 건 별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내가 너무 초라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또 그런 생각도 들어요. 커리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면 나는 뭐 하러 피곤한 몸 이끌고 일주일에 세 번씩 수영 다니고, 체중 관리하고, 옷이나 외모에도 신경 쓰면서 사나 싶습니다. 2년 전에 비하면 9kg 정도 뺐고 지금까지 나름 유지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간식을 좀 먹어서 1~2kg 정도 찌긴 했지만, 다시 관리하면 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엄청 마르거나 몸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꾸준히 관리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친구 만날 때도 옷 신경 써서 입고 화장하고, 나름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노력합니다. 그런데 예쁘다는 말도 거의 못 듣고, 힘든 일이 있어서 이야기하면 제가 원하는 건 해결책보다 그냥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정도의 공감인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히려 “나는 네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나쁜 사람인 건 아니에요. 저를 생각해주는 것도 알고, 저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도 많고요.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위한다는 사람들이 하는 말 때문에 제일 초라해지고 힘들 때가 있고, 오히려 최근에 제일 힘이 됐던 건 회사에서 만난 동료가 해준 말들이었습니다. 저와 입사 시기도 비슷한 동료인데 항상 사소한 것에도 고마워하고, 저한테 같이 일해서 좋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해줍니다. 예전의 저라면 사람을 볼 때 학벌이나 직업 같은 사회적인 조건도 중요하게 생각했을 텐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 친구가 해주는 말과 마음이 너무 고맙고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정작 나를 버티게 해준 건 그런 몇 마디였다는 게 묘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요즘은 내가 사람한테 대체 뭘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친구랑 같이 있는데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 결혼은 왜 하는 건가 싶고, 함께여도 외로울 거라면 차라리 혼자 자유롭게 살면서 외로운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또 혼자 사는 삶을 생각하면 그것도 제가 원했던 삶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원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고, 서로 의지하면서 사는 삶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조금 일찍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남자친구가 그 이야기를 자기 부모님께 했었나 본데, 부모님께서는 제가 왜 그렇게 일찍 결혼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남자친구도 저한테 왜 그렇게 일찍 결혼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봤는데, 사실 저도 그동안 정확하게 설명을 못 했어요. 그런데 요즘 생각하다 보니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커리어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 이루지 못했고 또래보다 뒤처진 것 같은데, 적어도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만큼은 또래보다 뒤처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걸 깨닫고 나니까 그것도 좀 허무하더라고요. 내가 정말 결혼이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결혼을 통해서라도 ‘나도 그래도 잘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건지. 그리고 정말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오만한 생각도 듭니다. 나는 피곤해도 운동하고, 살도 빼고 유지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고, 화장도 하고, 회사 다니면서도 더 나아지려고 계속 뭔가 하고 있는데 대체 내가 뭐가 그렇게 부족한가 싶어요. 그러다 보면 ‘나 정도면 지금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 나면 또 바로 내가 내 수준을 너무 높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주제넘은 생각을 하는 건가 싶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차라리 커리어에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으면서 매달릴 게 아니라 외모나 자기관리에 더 투자하는 게 나은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데 또 그렇게 생각하는 제 자신도 싫어요. 사람의 가치를 직업, 학벌, 연봉, 외모 같은 걸로 줄 세울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정작 제 인생을 볼 때는 계속 그런 것들로 저를 채점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커리어가 잘 안 풀리면 실패한 것 같고, 남들보다 결혼이 늦어지면 뒤처지는 것 같고, 남자친구한테 예쁘다는 말을 못 들으면 내가 별로인가 싶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 그제야 내가 괜찮은 사람 같고. 그냥 요즘은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나는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부족한 사람이 된 기분이고, 가족도 남자친구도 다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작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나면 더 작아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도 맞는지 모르겠고요.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은 건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건지, 그냥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건지, 커리어가 잘되고 싶은 건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건지. 이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오늘은 이것저것 겹치다 보니까 갑자기 현타가 세게 와서 어디라도 써놓고 싶었습니다.
연애
요즘 그냥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나 싶네요
09월 19일 | 조회수 34
키
키친튀기는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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