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업계에서 약 20년 정도 일했고 현재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스타트업에 들어와 일한 지도 벌써 4년 가까이 됐습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입사와 퇴사가 잦다 보니 팀장이라는 직책은 있지만, 지금은 제 전문 분야의 업무를 사실상 혼자 담당하고 있습니다. 업무 계획부터 일정 수립, 실제 실행,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결과 정리까지 대부분 직접 합니다. 약 2년 전 대학을 갓 졸업한 직원이 입사했고 PM을 맡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 소개받던 날부터 조금 독특하긴 했습니다. 대표가 이 직원을 저에게 소개하면서 장점을 하나 이야기했습니다. “이 친구가 예술을 잘해요.” 순간 제가 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PM으로 소개받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관리 경험이 있다거나, 기획을 잘한다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술을 잘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예술을 잘하는 것은 좋은 능력입니다. 저에게는 없는 재능이기도 하고요. 다만 속으로 조금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지?’ 그래도 신입이고 제가 모르는 다른 장점이 있겠거니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PM이 저보다 제 분야의 전문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PM들도 실무자보다 해당 분야의 기술을 잘 아는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프로젝트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실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받아 업무를 구조화하고, 선행업무와 후속업무를 연결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조정했습니다. 일정이 늦어지면 단순히 “언제 되나요?” 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왜 늦어지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다른 부서에서 해결하거나 조율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를 확인했습니다. 저는 그게 PM의 역할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금의 PM에게도 정말 많은 것을 설명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무엇이 먼저 결정되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지,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까지 하나하나 설명했습니다. 신입이니까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상황은 거의 똑같습니다. 프로젝트의 실무계획을 제가 세웁니다. 일정을 제가 계산합니다. 필요한 자원도 제가 파악합니다. 실제 업무도 제가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제가 해결합니다. 결과도 제가 정리합니다. 여기까지는 제 전문 분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만든 계획과 일정을 다시 PM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PM에게 연락이 옵니다. “지금 어디까지 됐나요?” “언제까지 가능한가요?” “진행 상황 공유 부탁드립니다.” “시스템에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일정도 제가 만들었습니다. 더 답답한 것은 프로젝트 관리가 잘 안 된다고 판단될 때입니다. 업무의 병목이나 선행조건을 정리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새로운 소통 방법이 하나씩 생깁니다. 소통이 부족하다고 채널을 만듭니다. 거기에 진행 상황을 공유합니다. 얼마 지나면 또 다른 채널이 생깁니다. 회사 업무관리 시스템에도 등록합니다. 주간업무에도 작성합니다. 출장이나 휴가가 있으면 그 전에 진행 상황을 다시 정리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PM에게 별도로 또 설명합니다. 결국 같은 업무를 여러 곳에 조금씩 다른 형태로 기록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프로젝트 관리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정도 반복되다 보니 요즘은 의문이 생깁니다. PM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건지, 제가 PM이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자료를 계속 만들어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PM은 모든 실무를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무자가 전문적인 판단과 정보를 제공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목표와 범위를 정리하고, 업무 간 관계를 파악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실무자인 제가 계획을 만들고, 일정을 만들고, 필요한 자원을 파악하고,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정리한 다음, 그 모든 내용을 PM이 관리할 수 있도록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M은 그 정보를 받아서 다시 저에게 일정과 진행 상황을 확인합니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프로젝트 관리는 누가 하고 있는 거지?’ 결국 대표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PM과 일하는 게 어렵습니다. 실무를 모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도 제가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만들고,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한 다음 그 내용을 다시 PM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PM은 제가 만든 일정에 대해 다시 저에게 진행 상황을 확인합니다. 업무를 하는 것보다 업무를 설명하고 보고하기 위한 일이 계속 늘어납니다.” 대표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그게 회사에서 PM에게 맡긴 역할이니 어쩔 수 없다.”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2년 전 처음 소개받던 날 대표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 친구가 예술을 잘해요.”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과 PM 업무 사이의 관계는 아직 제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그렇게 답답하면 왜 회사를 안 옮기세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회사가 맞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분야에서 20년 정도 일하고 나니 현실이 예전 같지는 않네요. 나이가 들수록 먼저 오라고 연락하는 곳도 줄어들고, 그렇다고 아무 계획 없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최대한 버티면서 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PM의 역할을 잘못 알고 있는 걸까요? 실무 내용을 처음부터 전문가 수준으로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년을 같이 일했다면 적어도 프로젝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해하고, 실무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구조화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제가 예전에 경험했던 PM들이 특별했던 것이고, “언제까지 되나요?” “진행 상황 공유해주세요.” “시스템 업데이트해주세요.”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것도 회사가 정하면 PM의 역할인 걸까요? 현직 PM분들이나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회사생활🎁
PM이 하는 일은 “언제 되나요?”라고 묻는 건가요?
09월 17일 | 조회수 367
이
이건 어이 없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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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3459876
억대연봉
56분 전
그걸 다 해주고있으니... 못하면 깨져야하는데 대신해버렸으니까..
그걸 다 해주고있으니... 못하면 깨져야하는데 대신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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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이건 어이 없네
작성자
방금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만 제 업무이고 프로젝트는 돌아가야 하니 결국 제가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제는 굳이 하나하나 가르쳐주거나 대신 성장시켜 줄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제 일을 하고 제 경력을 쌓고, 본인이 그 과정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결국 3년, 5년이 지나도 남는 건 ‘PM으로 근무했다’는 연차뿐이겠죠. 그것까지 제가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만 제 업무이고 프로젝트는 돌아가야 하니 결국 제가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제는 굳이 하나하나 가르쳐주거나 대신 성장시켜 줄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제 일을 하고 제 경력을 쌓고, 본인이 그 과정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결국 3년, 5년이 지나도 남는 건 ‘PM으로 근무했다’는 연차뿐이겠죠. 그것까지 제가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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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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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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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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