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내 계정으로 후기 아닌 후기글 작성해봅니다. 아내가 오전에 제가 아들 이름을 '정말로'라고 짓고 싶어 한다는 내용으로 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의견을 남겨주셨더라고요. 아내가 퇴근하고 저에게 보여줬는데 상당히 놀랐고 아내가 쓴 글과 댓글들을 전부 읽어봤습니다. 우선 제 이름부터 말씀드리면 제 이름은 '정석'입니다. 외자입니다. 학창 시절 별명은 당연하게도 '수학의 정석'이었습니다ㅎㅎ 선생님들도 제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많이 치셨습니다. 제가 칭찬받을 일을 하면 반 친구들에게 "너희도 정석대로 해라." 라고 하셨고, 반대로 제가 숙제를 안 해오거나 뭔가 잘못하면 "정석이가 정석대로 안 하냐?" 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비슷합니다. 일을 잘하면 "정 대리는 이름처럼 항상 기본을 잘해."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반대로 혼날 때는 "이름만큼은 해야지." 같은 말을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군생활 시기 무례한 선임들은 영어로 이름은 suck 쓰는거냐 윗분들 잘 빨아주겠다 등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이름 때문에 좋았던 점과 싫었던 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이름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한 번에 이름을 기억해주고, 제 이름 자체가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중에 제 아이에게도 흔하지 않고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 제 성인 '정'과 붙였을 때 하나의 단어가 되는 이름을 생각하다가 '말로'라는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정말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말로'라는 이름만 따로 들었다면 댓글을 써주신 많은 분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말로'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의미와 한국 정서상 거리낌이 있는 이름으로서 어색할 수 있고, '말로만 한다', '말로 해서 안 들으면' 등 좋지 않은 방향으로 얼마든지 놀림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다만 저는 '말로'라는 이름 자체보다는 성과 이름을 함께 붙였을 때 만들어지는 '정말로'라는 표현의 긍정적인 부분에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잘했다.' '정말로 멋지다.'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이름이 긍정적인 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점이 재미있으면서도 특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라는 말 자체에도 진심으로, 진실되게라는 의미가 있으니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나름의 좋은 의미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아내가 쓴 글에 달린 여러 의견을 읽으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이 보게 됐습니다. 남편이 이상하다, 아이 이름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부터 아이 이름은 부모 입장에서 재미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그 이름을 가지고 평생 살아가야 하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아이가 정말 싫어하면 나중에 개명해주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습니다. 개명하면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그전까지 이름 때문에 겪었던 일들은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고, 결국 부모가 선택한 이름으로 인한 책임은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이해가 갑니다. 저 역시 '정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이름 때문에 웃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싫었던 순간도 있었으니까요. 제가 특별한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좋았던 경험에 조금 더 무게를 두다 보니, 제 아이 역시 특별한 이름을 좋아할 것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나니 '정말로'라는 이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긍정적인 의미보다 아이가 실제 생활에서 감당해야 할 불편이나 놀림의 가능성이 더 크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말로'라는 이름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ㅋㅋ 아내가 오전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는 것도 놀랐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진지하게 의견을 남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남겨주신 의견들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겠습니다. 다만 솔직히 한 가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에게 평범하지 않고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마음까지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이 '정석'이어서 겪었던 여러 경험들이 저에게는 나름대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인지, 제 아이에게도 자기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름을 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습니다. 물론 이번 일을 겪으면서 '부모가 보기에 특별한 이름'과 '아이가 가지고 살아가기에 좋은 이름'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다음에는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름이 아니라, 특별하면서도 아이가 실제로 살아가면서 부담스럽지 않을 이름을 아내와 같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특별한 이름을 주겠다는 마음이 사라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ㅋㅋ 적어도 '정말로'는 보내주겠습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 아들아. 아빠가 미안하다. 너 정말로 될 뻔했다. 많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생활
‘정말로’라고 이름 짓고 싶었던 남편입니다.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09월 10일 | 조회수 84
어
어떻해어떡게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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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치우동매니아
31분 전
솔직히 남편분 걱정스러웠는데 그래도 정상인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특별한 이름 좋지요. 다만, 사람이 우스워보이지 않을 만큼만 딱 특별해야 합니다. 특별하고 근사한 이름을 지어주세요. 특이해서 조롱당하기 쉬운 이름 말고요.
솔직히 남편분 걱정스러웠는데 그래도 정상인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특별한 이름 좋지요. 다만, 사람이 우스워보이지 않을 만큼만 딱 특별해야 합니다. 특별하고 근사한 이름을 지어주세요. 특이해서 조롱당하기 쉬운 이름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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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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