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것까지 유전되는 줄 몰랐습니다.

09월 10일 | 조회수 194
쌍 따봉
저무는달

저희 부모님은 장사를 하셨습니다. 늘 출퇴근이 불규칙하셨고, 집에 계실 때도 많았고, 종종 한밤중 일을 나가시기도 했습니다. 가정 형편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회사원, 월급 나오는 게 최고다, 반듯하고 규칙적인 일터가 있어야 한다, 자주 말씀하셨구요. 어린 저는 그걸 돈이 없어서, 가난이 싫어서, 하는 부모님의 잔소리나 주입식 교육쯤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정작 9 to 6 하는 부모님을 경험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규칙적인 일상, 따박따박 월급에서 나오는 안정감, 그런 자리가 만들어주는 환경. 이런 것들을 체감해 보지는 못한 거죠. 부모님이 왜 회사원, 번듯하고 규칙적인 일터를 강조하시는지, 그 이유도 알지 못했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 이런 생각은 안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전 초,중,고,대학교까지 졸업하고 입학하고 순서대로 흐르듯, 대학교 졸업하면 직장도 물 흐르듯 당연히 제 손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큰 노력 없이도요. 만약, 매일 출퇴근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회사에 들어가고 매일 출근하는 일상이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체감하고, 하다못해 회사원의 장점이 뭔지라도 알았을 건데요. 하지만 직장 생활을 모르니까, 그냥 취직 되겠지 싶었고, 남들 하는 취직 준비도 안일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토익 준비나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는 친구를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네요. 10년이 지나고, 힘들게 취직하고 자리 잡은 지금은 압니다. 그때의 제가 얼마나 막연했고, 부모님은 왜 안정감, 매일 출근할 일터, 월급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지요. 평소에는 딱 여기까지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저와 비슷하게 대학 생활 내내 놀았던 친구를 만나서 술 한 잔 했는데 어?! 싶은 말들을 나눴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장사를 하셔서, 난 어렸을 때 다른 집들도 부모님이 평일에 집에 다 있는 줄 알았었다. 아빠랑 저녁 먹는 게 당연했고 회사 다니면 야근이라는 게 많이 있는 줄도 몰랐다." ..... 저랑 너무 비슷하게 자란 거죠. 얘의 시야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좁았던 거예요. 그리고 아 경험도 유전이 되는구나. 생각이 퍼뜩 스쳤습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아무리 "환경이 좋은 곳에 가라, 규칙적으로 살아라" 말을 해주셨어도, 제가 실제로 보고 겪지 않았으니 그 말의 무게를 몰랐던 겁니다. 결국 저는 제가 경험하고 본, 딱 그만큼만 알고 다른 세상을 흡수하지 못한 거죠.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어렸을 때 환경을 탓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부모님이 장사를 하셔서 회사원보다 덜 치열하게 사셨다는 건 더더욱 아니고, 제 지나온 나날들을 변명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금수저, 금수저하는 세상에서 진짜 금수저는 돈이나 물질적인 게 아니라 경험, 태도같은 걸 물려받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 제가 타고난 금수저는 아니지만 이제라도 혼자 셀프 경험 유전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쓰다보니 뭔가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는데, 사실 저녁에 늘 똑같은 메뉴만 시키다가, 당장 오늘 저녁부터 새로운 메뉴를 경험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글입니다. 이런 주저리를 쓸 곳이 있어서 좋네요. 모두 좋은 저녁 되세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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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화신고싶다
    42분 전
    깨닫지 못하면 내 좁은 시야가 내 자식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가장 경계해야 하죠 이런 맥락에서 '자존감도 유전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돈 금수저도 경험 금수저도 인생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건 변함 없구요 그래서 오늘 저녁 새로운 메뉴는...? 후기 부탁드립니다
    깨닫지 못하면 내 좁은 시야가 내 자식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가장 경계해야 하죠 이런 맥락에서 '자존감도 유전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돈 금수저도 경험 금수저도 인생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건 변함 없구요 그래서 오늘 저녁 새로운 메뉴는...? 후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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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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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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