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홧김에 연차 쓰고 깨달은 최대 미스테리

09월 10일 | 조회수 208
쌍 따봉
시크릿아이돌

아침에 눈이 떠졌는데 몸이 반응을 거부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문장. '아, 진짜 출근하기 싫다.' 평소 같았으면 억지로 일어나 나갔겠지만, 오늘은 왠지 모를 용기가 솟구쳤다. 침대 속에서 고뇌하다 연차를 올리고 팀장님께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개인 사정으로 연차 사용하겠습니다. 당일에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승인 알림이 온 순간, 오래된 매트리스가 구름처럼 퐁신퐁신해졌다.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다 일어나 오랜만에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집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예가체프 향. 재즈 음악까지 재생시키니까 성공한 프리랜서가 된 기분이었다. 원래 아침은 먹지도 않는데, 굳이굳이 정성스레 스크램블 에그까지 만들어서 예쁜 접시에 담고,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입에 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어라 일만 하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 매일 이렇게 여유롭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점심엔 괜히 폼을 내고 싶어 별점 높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럴싸한 파스타 하나에 하우스 와인 한 잔. 평일 낮에 마시는 알코올은 왜 이리 달콤한지, 한 모금 삼킬 때마다 압도적인 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극한의 효율충이 되어 버린 K-직장인은 파스타를 입에 넣으면서도 '다음은 뭘 하지'를 고민했고, 오랜만에 국현미나 가볼까 하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아니 근데 도착한 국현미는 정말이지 북새통. 평일 낮에 뭔 사람이 이렇게 많아? 북적이는 게 싫어 바로 돌아나온 뒤 근처의 작은 갤러리들을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작품들을 감상하니 잊고 있던 감성이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돌아다녔더니 다리가 아파와서, 지도 앱에 저장만 해두고 한 번도 못 가본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도 바글바글하다. 무슨일이야 이게. 대학생 같아 보이는 친구들부터 30대, 40대,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각자 노트북을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여유롭게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잠깐만. 다들 평일에 일 안 하고 뭐 하는 거지? 어떻게 일 안 하고 이렇게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거지? 나만 회사라는 울타리에 갇혀 매일 영혼을 갈아 넣으며 살고 있었던 걸까.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평일 낮 자유이용권을 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부러움과 억울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나도 맨날 이렇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다들 부자겠지. 일 안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겠지.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 비록 내일은 다시 회사의 노예로 복귀해 밀린 메일을 처리하느라 고생하겠지만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 가끔은 이렇게 궤도를 탈출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걸.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이 카페에 앉아 있는 '평일 낮 여유자'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어본다. 오늘은 닮아진 것만으로 뿌듯하니까 들어가는 길에 로또를 사는 걸로. 물론 그 전에, 오늘의 여유를 마저 즐기기 위해 근처 펍에 가서 이른 저녁 맥주를 때려볼 예정이다. 그럼, 다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텨내셨기를. 당신의 오늘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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