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퇴사하고 9개월이 지났습니다.

방금 | 조회수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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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il1li

작년 12월에 퇴사했습니다. 사유는 태움이었어요... 인원이 많지 않은 작은 회사였는데, 어쩌다보니 대표님의 화풀이 샌드백처럼 되어있었습니다ㅎㅎ. 1년 조금 넘게 일하면서 알바때도 안해본 잡무도 해보고 별 말도 다 들어보고... 그래도 제가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 집에서 잠도 아껴가며 잔업하고, 클라이언트 전화에 주말에도 핸드폰 5분 대기조처럼 지내고...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것 같아요. 일주일에 세번씩은 소리를 지르시니 어느 순간 대표님 발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오전에 처리한 업무조차 뒤돌아서면 내가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가 되어 결국 퇴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제가 일을 못해서 이렇게 된 줄 알았어요. 퇴사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나는 사회생활도 못 하고, 일머리도 없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었습니다. 원래 ADHD검사를 받아보려고 예약했던 병원은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정리하게 되어 퇴사 한 뒤에야 갔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제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검사를 받고 상담을 받으며 오히려 제가 얼마나 불안하고 지쳐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퇴사 과정도 좋지 못했기에 노동청에 출석도 해보고, 혹시 노동청에서 간 연락으로 회사에서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 무서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디자인 관련 직종이었는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만들기능 커녕 포토샵 아이콘을 누르는 것 조차 힘들더라고요, 재능이 없으니 직종을 바꿔야나 고민만 하며 그렇게 3개월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심리적으로 많이 회복한 뒤에 돌아보니 퇴사 직후에는 '이걸 어떻게 포트폴리오라고 쓰지? 내 디자인이 이렇게 형편없나'라는 생각만 들었던 작업물들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조금씩 고쳐보고, 다시 공부하고, 자격증 시험도 하나씩 치르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회복되었고요.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알겠더라고요,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내가 너무 이상한 환경에 오래 있었던거구나... 물론 제가 완벽한 사람이라는 말도 아니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은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때 느꼈던 모든 고통이 제 능력 부족의 증거였던건 아니었던것 같아요. 처음부터 분위기도 사람들도 잘 맞는 곳에서 무난하게 일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한번 크게 넘어지고 한참 뒤에야 일어나는 저 같은 사람들도 있겠죠. 9월이 되어 앞으로의 시험 일정을 기록하고 이전에 쓴 다이어리를 돌아보는데 문득 퇴사 직후의 저 보다는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어 두서없이 글을 써봐요ㅎ.. 아직도 병원은 다니고 있지만 꾸준히 나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나 괜찮아졌어!! 라는 자랑이나 힘드니 위로해달라 보다는... 그냥 당시의 제가 이런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쓴 글을 읽었더라면 기운이 났을까, '나랑 비슷한 사람도 하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나를 조금 덜 탓했을까 싶어서 익명의 기운을 빌려보았습니다ㅎㅎ... 오늘을 살아가는 전국의 직장인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9월엔 연휴도 있으니 다들 이번 한달도 이겨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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