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과 함께 어릴 적 즐겨 보던 은비 까비의 옛날옛적에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책 한 권 없이도 전래동화를 술술 들려주시던 어른들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오늘 함께 본 이야기는 '곶감과 호랑이'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아이 울음을 그치게 하지 못하는 겁쟁이 호랑이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호랑이는 곶감을 본 적도, 알지도 못했습니다. 다만 자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입니다. 모르는 것이 상상을 만나자 두려움이 되었고, 결국 호랑이는 실체를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도망쳤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도 수많은 '곶감'이 있었습니다. 시장을 처음 맡았을 때는 낯선 언어와 문화가 두려웠고, 이직할 때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준비 과정에서 '내 경험이 과연 통할까'라는 걱정에 쉽게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면 대부분의 두려움은 현실보다 상상이 더 크게 만들어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담당하던 국가의 도시에서 500개 매장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했던 일도, 해외 수출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만들었던 일도 결국은 결과를 고민하기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행동 하나에 집중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읽고 있는 내면 근력에서 짐 머피는 뇌는 실제 일어난 일과 상상한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일수록 막연한 두려움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어쩌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이 만들어낸 '곶감'인지도 모릅니다. 곶감의 정체를 모두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한다면 미지의 공포는 조금씩 작아질 것입니다.
자유주제
내안의 곶감
07월 16일 | 조회수 109
버
버마짝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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