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적잖이 충격받고 씁쓸해서 글을 씁니다. '연락 먼저 안 하는 사람의 특징'이라는 글을 봤는데,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이 충격이었습니다. 평소에 연락 먼저 안 하는 사람들은 남의 연락만 받아먹는 이기적인 놈들이자 사회성 뒤진 싸이코패스라며 결국 손절해야 한다는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려 있었거든요. 아니 근데 진짜 용건 없는 스몰토크를 카톡으로 안 하면 싸패입니까?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꼭 자기들 기준으로 필터를 끼고 세상을 봅니다. "연락 안 하는 사람들도 지 필요한 사람한테는 연락하더라"라면서 사람을 계산기 두드리는 이기주의자로 몰아가더군요. 아니요. 오해입니다. 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진짜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평소에 연락 안 합니다. 오히려 필요한 연락도 먼저 잘 못해요. 부담스러워 할까 봐요. 저는 뜬금없이 날아오는 "오늘 뭐 먹었어?", "지금 뭐 해?" 같은 시시콜콜한 랠리가 지속되는 데 피로를 느끼거든요. 내가 부담스러우니까 상대방에게도 그런 무의미한 텍스트 소음으로 부담을 주기 싫습니다. 맥락이 없잖아요. 오히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매일 만나는 회사 사람들과 해요. 같이 시간을 나누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그들도 맥락을 함께 하니까요. 저와 무관한 자기 얘기만 하는 걸 듣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요. 그래서 진짜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억지로 용건을 만들어서 연락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있는 친구라면 '인스타하다가 아기한테 입히면 너무 예쁠 것 같은 옷을 찾았는데 아기 몇개월이었지? 내가 보내줄게' 이런 연락이요. 그러면 보내면서 연락하고, 선물이 도착했을 때 또 연락이 올테니까요. 진짜 소중한 친구에게도 이런 식으로 한두 달에 한 번 연락을 하는걸요. 그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맥락 있는 소통이 아니면 대화의 물꼬를 못 트는 성격일 뿐입니다. 게다가, 연락 자주 하는 분들은 자기들이 인간관계에 온 정성을 다 쏟는 것처럼 말하죠? 근데 정작 끈끈함의 깊이는 누가 더 깊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연락 없다가 1년, 2년만에 연락와서 결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이라고 욕하던데요. 저는 3년, 5년, 심지어 10년 만에 연락 와서 결혼한다고 해도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축하하며 결혼식장에 갑니다. 인생에 한 번 있는 큰 행사에 초대할 사람으로 나를 떠올려준 거잖아요. 상대방이 나한테 평소에 연락을 안 줬다고 해서 속으로 꽁해 있거나 서운해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인연이 닿으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약속을 잡고 만나면, 약속 장소 어레인지하면서는 계속 카톡 랠리를 합니다. 누구보다 활발하게요. 그리고 만나는 시간 동안 영혼을 갈아 넣어서 최선을 다해 재밌게 놉니다. 헤어지고 나면 집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 톡까지 보냅니다. 연락 자주 하는 사람들은 직접 만났을 때도 내가 앞에 있는데도 핸드폰을 자주 보며 카톡하는 걸 종종 보는데요. 저는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순간에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근데 평소에 의미 없는 "밥 뭐 먹었냐" 톡 먼저 안 했다고 손절 대상이 되는 게 맞나요? 아니. 연락에 이 정도로 집착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연인 간 연락 텀도 한국만 극단적으로 짧고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는데, 우리는 왜 지인들같에도 이런 족쇠를 묶어두는 걸까요? 스몰톡과 네트워킹의 끝판왕이라는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도 인간관계 맺을 때 연락 빈도나 텀을 가지고 이렇게 피곤하게 드잡이질 안 합니다. 그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도 오프라인에서 스몰톡은 미친 듯이 잘하지만 텍스트 연락은 이메일 정도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답장이 하루 이틀 늦어도 "나 무시해?", "인간관계 날로 먹네?" 하면서 서운해하지 않아요. 오히려 한국처럼 연락 안 한다고 닦달하고 애정을 증명하라고 징징대면 clingy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질려서 손절당합니다. 유독 우리나라만 카카오톡 1 없어지는 속도랑 실시간 티키타카를 인간관계의 척도로 삼는데, 솔직히 좀 미성숙하지 않나요? 이번에 그 댓글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연락 자주 하는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 그냥 아침형 인간들이 특유의 선민의식을 가지고 일찍 일어나는 본인이 더 낫고 맞다며 으스댄다는 점입니다. 연락 자주 하는 사람들도 딱 그 꼴입니다. 본인들이 카톡 창을 24시간 붙들고 사는 게 무조건 정의고, 올바른 사회생활의 기준인 양 착각하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하자 있는 인간 취급하며 가스라이팅을 합니다. 그들이 사회화에 더 유리한 성향인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성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왜 연락 안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뭇매를 맞으며 주눅들어 살아야 하는 거죠? 저 같은 사람들은 억지 연락이 체질에 안 맞아서, 대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일상을 공유합니다. 그럼 친구들이 스토리를 보고 디엠을 주기도 하고, 저도 친구들 스토리를 보면서 "여기 어디야?" 하고 자연스러운 용건을 만들어서 소통하기도 하고요.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데, 상대를 이해해보려는 한 뼘의 노력도 없이 그저 싸이코패스니 이기적인 인간이니 낙인찍는 모습이 참 오만하고 씁쓸하네요. 진짜 제가 사회성 뒤진 이기적인 싸패인 걸까요?
이슈토론
먼저 연락 안 하면 ‘사회성 뒤진 싸패’인가요? 진짜 충격이네요.
07월 14일 | 조회수 4,466
초
초코바닐라라떼
댓글 2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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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땅콩버터
억대연봉
2일 전
연락없음 싸패라고 하는 사람 빼고 다 정상입니다
연락없음 싸패라고 하는 사람 빼고 다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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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72839
어제
동의합니다. 정답은 없으니까요.
부담스러워할까봐 연락 안할수도있죠.
정말 필요할때 연락 안되고 씹지만 않으면 문제없는거 아닌가요?
동의합니다. 정답은 없으니까요.
부담스러워할까봐 연락 안할수도있죠.
정말 필요할때 연락 안되고 씹지만 않으면 문제없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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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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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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