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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빼앗고 창업을 지원한다? 한국 재벌의 모순

07월 02일 | 조회수 465
M
쌍 따봉
Matrix

한국의 재벌들은 최근 수년간 스타트업 지원을 이야기한다. 창업가를 돕고, 혁신을 육성하고, 미래 산업을 키운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아산나눔재단의 MARU180과 MARU360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대표적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창업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실제 도움을 받은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창업가를 지원하는 것과 창업가의 기술을 존중하는 것은 같은 일인가? HD현대 계열사는 협력사 기술자료 유용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이 협력사 삼영기계의 피스톤 제조 기술자료를 받아 다른 협력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4년에는 HD한국조선해양이 하청업체 기술자료를 경쟁업체에 제공한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물론 기업들은 각각의 사건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법적 승패가 아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바라보는 메시지다. “우리는 기술을 믿고 공개해도 되는가?” “우리는 대기업을 믿고 협력해도 되는가?” “우리의 아이디어는 정말 보호받는가?” 혁신 생태계의 핵심은 건물이 아니다. 사무실도 아니다. 데모데이도 아니다. 투자금도 아니다. 신뢰다. 창업가는 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나온다. 그리고 그 기술을 공개하고 설명하고 검증받는 과정에서 수많은 대기업과 투자자를 만난다. 만약 창업가들이 기술을 공개하는 순간부터 불안함을 느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들은 혁신보다 방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개발보다 변호사를 먼저 찾게 된다. 성장보다 생존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 환경에서 진정한 혁신 생태계는 만들어질 수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는 약자의 기술을 존중하는가?” “우리는 협력업체의 권리를 보호하는가?” “우리는 거래 상대방을 동등한 파트너로 보는가?” 만약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혁신은 건물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혁신은 신뢰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신뢰는 창업가를 무대 위에 세우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술과 권리를 존중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한국 재벌들이 진정으로 혁신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먼저 스타트업이 두려움 없이 협력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창업 지원 정책이다. _____ 대표적인 공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피스톤 기술자료 유용 사건 (2020)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이 협력사인 삼영기계로부터 피스톤 제조 기술자료(조립기준, 표준작업절차 등)를 받아 다른 협력업체에 제공해 공급처를 다변화한 뒤 납품단가를 인하하고 기존 거래를 종료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시정명령과 약 9억7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기술자료 유용의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2. HD한국조선해양 형사 유죄 판결 (2024)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하청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자인 경쟁 하청업체에 제공한 혐의(하도급법 위반 등)와 관련하여 HD한국조선해양에 벌금 2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기술자료를 경쟁 업체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3. 하도급법 위반 관련 법원 판결 (2026) 서울고등법원은 HD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에 계약서를 제때 발급하지 않거나 납품단가를 인하한 행위 등에 대해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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